실크로드를 따라 가다(2)-우즈베키스탄

2022.10.05 14:29:59

Relay Essay 제2521번째

우즈베키스탄에는 130가지가 넘는 민족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공식 통계상으로는 80% 이상이 우즈벡인이며 인구는 약 3,400만 명으로 구 소련의 구성국이던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인구가 가장 많다. 우즈벡인은 동서양이 조화된 느낌이 있어 미인의 나라로 알려져 왔다. 한가인이 밭을 갈고 김태희가 소를 몬다고 하는 농담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인터넷에 떠도는 대부분의 사진들은 우즈벡인이 아니며 러시아계 혼혈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인구 중에 1% 이상이 고려인이란 사실이다. 타슈켄트 국립치과대학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한국계 교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에 의해 이곳에서 뿌리를 내린 3세들이었다. 외모와 풍속은 같았으나 점점 우리말과 문화를 잃어버려 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최근 타슈켄트 대학내에 불고 있는 퇴보의 바람은 그간의 우즈베키스탄의 역사를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나라를 진정으로 생각하며 일어났던 애국 민족주의자들이 권력 앞에 허무하게 죽어갔던 슬픈 우즈벡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았다. 약 10여년전 필자의 학교를 찾아와서 의욕을 가지고 자신들의 치과대학을 발전시키고자 열심을 보였던 학교 관계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열정은 얼마가지 못해 부패권력에 부딪쳐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되는 역사의 반복이었다.

 

최근 타슈켄트 국립치과대학 정원이 100명에서 600명가량으로 크게 늘었는데 이는 입학시험에 불합격한 사람들이 등록금에 8배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하면 입학할 수 있는 제도가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학년은 20여명의 소단위로 구성되어 여러 교수에 의해 나눠져서 다른 내용의 수업을 듣게 되고 전체적인 커리큘럼의 틀을 확고히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지난해 필자의 지도를 받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임용된 젊은 교수도 의욕을 앞세워 학업방식과 학사제도를 개선하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권력의 거대한 힘 앞에서 열정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지금은 국립대학보다는 사립대학에서 새로운 교육목표를 실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교수들은 3일간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3일은 치과에서 봉직의로 일을 하고 있었다. 바쁘고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간 우리대학에 연수로 왔던 교수들은 우즈벡의 손님 환대 전통을 제대로 보여주며 필자를 극진히 대접해 주었다. 타슈켄트 대학에서의 강의와 보직자들과의 만남 등 일정을 마친 후 고대 도시인 히바와 부카라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타슈켄트에서 무려 1000km나 떨어진 곳으로 옛 이슬람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었다.

 

당시 왕국의 번영을 자랑하는 온갖 유적과 유물들은 당시의 번성함을 잘 보여 주었다. 여러가지 유물을 보다가 외국으로부터 온 선물이 보관된 박물관에서 18세기경 일본으로부터 온 많은 도자기들을 볼 수 있었는데 역사 속 장인정신에 소홀했던 우리의 안타까운 모습에 마음 아팠다. 이 도자기들은 임진왜란에 끌려간 조선도공들의 작품이었을 것이고 무역을 통해 일본은 부를 쌓고, 후에 조선을 지배하고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강국으로 발전했던 역사적 현실이 가슴 아팠다.

 

여정을 같이 했던 우즈벡 제자를 통해 이슬람문화가 종교로 정착되어져 가는 동안 우즈베키스탄의 옛 종교 지도자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 이슬람은 기독교에서 파생된 종교로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직접 받았다는 모하메드의 예언이 잠깐 반짝하다 역사 속에 묻힐 종교였지만 정치적 군사력과 함께 나라의 통치이념으로 권력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아랍왕국이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오늘날 거대한 종교 집단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지난 2000년대 초 우리나라로부터 왔던 모든 선교사를 강제 추방하면서 이슬람의 정치적 색채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알라 외에는 다른 신은 없다고 배우는 편협한 교육으로 인해 상당히 배타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데 국제화의 추세에 발 맞추어서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즈베키스탄은 풍부한 지하자원과 오래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로 생각되지만 부패한 정치와 이슬람식 봉건적 사상으로 인해 발목을 잡히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이 많은 숭고한 애국지사들의 희생과 온국민의 노력으로 민주화와 선진화를 이룬 것처럼 이들도 편협한 이슬람 봉건시각에서 벗어나 세계화를 향해 조금씩 변화되어 가길 기원해본다.

 

 

 

이재훈 교수(연세치대 보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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