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동행, 소중한 사랑, 감사합니다

2022.11.02 15:58:53

Relay Essay 제2525번째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봉사해 오신 선배님들과 지금도 묵묵히 봉사하고 계신 동료 치과의사분들께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제가 장애인 이동 치과 진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아주 즉흥적이었습니다. 군 복무 중에 같이 교정 세미나를 하던 동료와 선생님의 권유가 시작이었지만 실은 진료 후 돌아와서 먹는 저녁과 소주 한 잔이 즐거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거기에 중증 장애인들이 기거하는 소규모의 비인가시설을 방문해서 진료한다는 자부심도 컸던 것 같습니다.

 

대기업 재단의 후원을 받았던 그 단체는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자원봉사자, 사회복지사가 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없어진 지방의 30~40명 내외의 장애인 비인가 시설을 정하여 시설 내 치과 진료실을 설치한 후에 2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모든 원생의 진료를 마칠 때까지 진료를 진행하였습니다. 대략 시설당 준비기간 포함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 같습니다.

 

20년도 더 전인 것 같습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버스가 시설까지 올라가지 못해 큰길에서 장비를 들고 한참을 올라가서 진료를 해야 했던 곳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비장애인들에 밀려서 장애인 복지시설은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장애인들이 진료시설로의 접근성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정말 어렵게 장비를 설치하고 진료를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원생 몇 분의 구강 내 상태가 너무 좋았습니다. 치석이 많이 없음은 물론이고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아말감 연마까지 되어있는 치아를 보고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가 와서 진료를 해주셨는지 원장님께 여쭈어 보았는데 대답은 더 놀라웠습니다. 연세가 드신 치과의사 분이 차에 기구를 싣고 몇 번 오셔서 치료를 해주셨는데 이름도 안 알려주시고 식사도 가져오신 도시락으로 해결하셨다는 거였습니다. 이 일은 제가 가진 자부심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그 후 한참 뒤에 존경하는 선배님의 부름으로 스마일재단의 치과 이동 진료에 우연치 않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치과계의 기라성 같은 선생님들 사이에서 오가며 내가 과연 여기에서 할 일이 있을까? 이제는 비인가 시설도 모두 없어졌고 지방에도 장애인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많은 병원과 선생님들이 계신데 리콜도 안 되는 일회성의 이동 진료가 의미를 가질까? 하는 많은 생각을 가지면서 몇 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이 또한 저희 편협한 선입관이었습니다. 모든 치과 진료가 그렇듯이 교육과 인식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어떤 형태의 이동 진료도 일회성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담당 특수교사와 시설봉사자들께 올바른 양치법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장애인의 구강상태 증진에 필수적이며, 장애인이 거주하는 곳에서 진료함으로써 치과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줄여 향후 치과 진료에 협조도를 높일 수 있고, 이동 진료가 비장애 의료인이 중증 장애인에 대한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인식 개선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Top-down 방식의 공공의 장애인 치과 진료가 필요하고 또 완벽하다 해도, 밑으로부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외된 곳은 항상 있을 것입니다. 마을마다 슈퍼가 여러 개씩 있지만 장돌뱅이(장돌림)가 필요한 곳이 아직 있듯이요. 이런 곳에 도움이 될 일들을 큰 그림으로 해 오신 선배님들께 또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2003년부터 시작된 스마일재단 이동 치과 진료가 벌써 100회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동안 묵묵히 이 일을 계속해 오셨던 선배님들과 의료진분들, 재단 직원분들, 도와주신 모든 분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그늘진 곳곳에서 봉사 진료하시는 많은 선생님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던 진료가 내년에 다시 힘차게 시작된다고 합니다. 나가서 동참할 일에 벌써 설레고 있습니다. 같이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신재호 바르고튼튼한어린이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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