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

2023.04.26 15:53:23

시론

위키피디아의 정의에 의하면 “역사(history)는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지난 시대에 남긴 기록물, 그리고 이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 등을 가리킨다. 또 인간이 거쳐온 모습이나 인간의 행위로 일어난 사실을 말하는 단어로도 쓰인다.”고 하고 있다. 아주 명쾌한 설명이지만 역사는 과거의 산물만은 아니다. 현재(present)는 역사가 만들어져 나가고 있는 과정이며, 미래 역시 더 먼 미래의 역사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넓은 의미로 현재, 미래 모두 똑같은 비중으로 역사를 이루는 주요 요소들이다.

 

오랜 고전이나 역사책들을 살펴보면 놀라는 점들이 있다. 현재와 같은 고도의 문명도 없이 미개하게만 살았을 것과 같은 고대인들이 현대인들과 느끼는 감정, 행동이 거의 유사하다는 점이다. 성경에 묘사되는 수많은 인간관계들, 거의 2000년 전의 상황을 다룬 삼국지나, 우리의 고대 역사서 삼국사기, 심지어 기원전 4000년전 이상의 피라미드의 석판에 쓰여진 정치적 암투나 노동자의 고뇌 등을 보면 현대인들의 그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쯤 되면 과연 인간은 진화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마저 들 정도이다. 이렇듯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은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기에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나오고, 그 본질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여러 방면에 걸친 지식이 포함되어있는, 과거 인간 생활에 대한 지식의 총체이기에 우리는 역사를 참고하여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심지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도 하다.

 

더 나아가 역사는 단순히 현재와 미래에 대한 참고 사항에만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한 민족의 흥망성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선조들의 역사가 자랑스러운 민족일수록 국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고, 이러한 자부심은 아무리 어려운 현실이라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신념을 가지게 하며, 현재의 자랑스런 업적을 만들어 가는데 큰 동력원이 되기도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역사는 그 자체로 매우 정치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국가간 혹은 심지어 작은 집단 간에도 갈등과 투쟁의 명분이 되기도 한다. 한·일간의 독도분쟁, 중국의 동북공정,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등 최근의 국가간 영토 분쟁이 모두 나름의 역사를 명분으로 하고 있다.

 

이렇기에 많은 국가들이 과거 뿐 아니라 21세기 현재에도 국내용 혹은 국제용이던 자기 조상의 역사를 가능한 긍정적이고 유리하게 각색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며, 이는 가까이 우리 주변의 중국, 일본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렇게 자신들의 역사가 현재와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과거와 현재에 대한 정확하고 올바른 기록은 매우 중요한데 그 “올바르게”라는 것의 기준은 기록자의 관점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이러한 기록이 집단간의 투쟁 이후에 행해지는 경우 반드시 승자(winner)의 입장에서 “올바르게” 기록되기 마련이고 패자의 입장에서의 기록은 그들의 역사가 영광된 것이었을수록 승자에 의하여 멸실된다.

 

그럼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우리민족은 고려시대, 특히 몽골(우리의 사촌이긴 하지만)의 침략 이후 국력이 많이 쇠하였고, 이후 유학(Confucianism) 중에서도 초강경 원리주의에 해당하는 성리학(Neoconfuciannism)을 이념의 기반으로 하여 조선이 성립되면서 이전에 무역과, 군사력, 실용을 중시하며 경제적으로 물질적으로 융성하던 국력이 점차 문약(門弱)해져 조선 중기에 이르러서는 변변한 군대도 없고, 국가의 재정도 거의 바닥난 빈곤한 상태가 되고 만다. 이후 모두가 알다시피 임진왜란, 병자호란에 이어 경술국치로 나라를 빼앗기기까지 하며 6.25 동란을 겪기까지 근 500년간 우리의 역사는 최고의 암흑기에 들어서고 이 기간 거의 패배만을 하면서도 성리학만을 맹신했던 우리 스스로에 의해서, 혹은 과거 고대국가 시기의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숨기고 싶어하는 중국과 일본에 의하여 우리의 과거 영광스런 역사는 난도질 당하고 극심하게 축소 왜곡이 되고 만다. 필자의 취미 중 하나는 우리 역사 탐구이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역사책 읽는 것이 좋았고, 그 다음이 탐정소설과 팬터지(패티쉬 아님)였는데, 우연인지 필연일지 고등학교 시절 신생 학교를 다닌 덕에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우면서, 일본어와 한국어와의 유사성에 놀라게 되었고 뭔가 과거 한·일 관계에 특별한 것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런 호기심으로 군의관 시절 그 주체할 수 없는 무료함에 당시 출간된 재야 사학관점의 우리 고대사 서적을 탐구하기 시작하였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이상한 게 우리 역사인 듯하다. 학창 시절 배운 것과 다른 게 너무 많고, 국뽕역사관을 경계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데도 알아갈수록 안타까움과 분노가 밀려온다. 교과서를 수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에도 기존 사학계는 아무런 미동도 없다. 학교에서 배운 이해가 가지 않는 이상한 한국사의 몇 예를 보면, 삼국통일을 한 신라가 약속을 배신한 당나라에 먼저 선전포고를 하고 7년 전쟁을 해서 이겼는데 왜 통일 신라의 국토가 통일 전 신라의 국토보다 줄었는지? 교과서 우리영역과는 너무 멀리 떨어진 황하 유역과 중국 중원에 현재에도 왜 수많은 고구려 명칭의 군사 시설 유적과, 백제, 신라 유적들이 있는 것인지? 거란(요나라)과 몽골(원나라)은 자신들 전성기에도 굳이 자신들은 고구려 후손이라고 주장했으며, 배운 역사로는 만주를 넘어 요동반도는 갈 일이 없을 것 같은 보잘 것 없는(?) 신라를 만주와 요동을 근거로 하는 여진족(금나라, 청나라)이 최전성기에도 극구 자신들이 신라의 뒤를 잇는 사람들이라고 했는지? 백제 패망 직후 왜 왜국은 바로 일본으로 국호로 바꾸고, 최초의 역사서 일본서기를 집필했으며, 그 일본서기는 왜 하필 백제인이 썼는지? 백제가 망한 후 왜 왜국의 왕과 중신들이 통곡을 하고 조상의 묘소에 참배를 못하게 되었음을 슬퍼하였는지? 이외에 “이상하게 배운” 역사들이 많지만 이정도에 대한 정확한 이유들만 알아도 현재 왜 그리 중국이 동북공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왜 일본이 조선 합병을 하자마자 “조선사편수회”를 만들어 우리나라 구석구석 문중에 전해오는 역사책 수 십만권을 수거하여 불태웠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의 올바른 역사를 찾는 것은 총칼 없는 전쟁과도 같다. 주변에서는 없는 역사도 만들어 내는 판국에 원래 가진 것도 찾아 먹지(?) 못하는 것은 바보 중의 바보일 것이다. 우리의 역사를 되찾아가는 것은 민족적 자신감 고취 외에 그간의 원한(?)을 갚고 빼앗긴 영토를 찾아오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감춰진 역사를 알게 되면 생각보다 일본과 우리가 가까운 것을 이해하기도 하고, 이미 당연시하는 만주 뿐 아니라 의외로 중국 동부, 대만, 황하 인근, 멀리 티벳까지도 우리와 연관이 깊은 것을 알게 되어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우리의 올바른 역사가 학교에서 가르쳐질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특히 리더들은 그들이 하는 말 한마디 행동하나 하나가 역사의 주요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평가보다 후세의 역사가들의 평가가 진정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긴 역사로 볼 때 옳은 길이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꿋꿋해야 한다. 현재 지지하는 제한된 지지자들 보다 미래의 대대 손손 후손들의 셀 수 없는 지지가 어디 비교가 되겠는가?

 

우리 치과계도 계속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치과계의 리더들이 추진하고 있는 일들은 치과계의 언론이던 치과의사들간에 회자되며 하나하나 치과의 역사로 만들어지고 있다. 부디 후세에 후배 치과의사들에게 치과계의 훌륭한 역사를 만들어준 고마운 선배들로 기억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부규 서울아산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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