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플란트 진료비를 암시하는 이른바 ‘수가 간판 치과’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일부 치과는 아예 건물명에 진료비를 노골적으로 명시한 마케팅까지 동원해 논란을 빚고 있다.
‘임플란트 ○○만원 빌딩’과 같은 형태로 건물명을 내걸고 외벽 간판에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는 것인데, 의료법 규제 사각지대를 노린 편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에 자리 잡은 한 치과 건물 외벽에는 ‘임플란트 ○○만원 빌딩’이라는 간판이 큼지막하게 설치돼 있다. 파란 바탕의 간판이 층층이 걸려 있고, ‘○○만원’과 ‘임플란트’ 문구가 흰색·노란색으로 강조돼 멀리서도 가격 정보가 도드라진다. 건물 입구·간판·외벽까지 일관되게 외관 전체가 마치 하나의 대형 광고판처럼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이다. 또 포털 지도 서비스 검색 시에도 건물명이 노출된다.
취재 결과, 이 건물은 건축물대장에 ‘○○만원 임플란트 빌딩’이라는 명칭으로 등록돼 있었다. 또 관할 시청에는 해당 치과와 관련한 간판 등 옥외광고물에 대한 민원이 다수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소 관계자에 따르면 인허가 당시에는 ‘○○만원 임플란트 빌딩’이라는 건물 간판은 없었으며, 이후 추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방식의 마케팅은 개원가에도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 인근의 한 치과 원장은 “가격만 강조하는 이런 마케팅은 환자들이 치과 선택을 가격으로만 판단하게 만들어, 의료 서비스의 질과 의료인의 전문성을 경시하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 의료법·옥외광고물법 규제 근거 미미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에 따르면, 의료기관 고유 명칭에는 특정 진료과목이나 질환명을 사용할 수 없다. ‘임플란트’와 같은 시술명 역시 표기할 수 없다. 하지만 건물명은 의료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관할 보건소 관계자는 “의료기관 주간판은 규제할 수 있지만 건물명은 의료법상 규제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고, 시청 관계자 역시 “건물명은 표현의 자유가 넓게 인정되고, 선정적·혐오 표현이 아닌 이상 옥외광고물법상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심지어 건축물대장에 등록되지 않은 건물명으로 간판을 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치과 A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 건물은 법인 소유로 나와 무관하며, 간판도 내가 설치한 것이 아니다”라며 “건축물대장상 건물명으로 등록된 것일 뿐이고, 보건소에서도 문제없는 것으로 확인받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A원장의 해명과 별도로, 해당 건물의 소유·운영 구조를 둘러싼 추가적인 사실관계 검증 필요성을 시사한다. 전국의 ‘○○만원 임플란트 빌딩’ 건물 4곳 중 2곳의 부동산 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한 곳은 A원장이 소유자로 등기돼 있었으며 현재는 모 신탁회사 명의로 수탁자 등기가 돼 있었다. 또 다른 곳도 A원장이 대표로 있는 법인 명의로 소유돼 있었고, 이 건물에도 유사한 이름의 치과가 입점해 있었다.
이번 사례는 개별 치과의 문제를 넘어 의료 공공성과 윤리 확보를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환기한다. 치협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 공식 유권해석을 요청해 해당 광고 방식이 의료법 및 표시광고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예정이다. 또 전국에 유사 사례를 수집해 적극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이러한 편법적 광고 행위는 형식적으로는 의료법의 명칭 제한 규정이나 의료광고 심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광고 효과를 의도하고 환자 유인을 목적으로 사용돼 문제가 크다”며 “치협은 이를 방관하지 않고 제도 개선과 함께 자정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