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이 고기를 잡을 때마다 크기를 재더니 크면 놔주고 작으면 챙기는 것이었다. 보통 큰 물고기는 잡고 작은 고기는 놔주는데 거꾸로 하고 있어서 왜 그렇게 하는지 물어봤다. 낚시꾼은 “집 프라이팬이 작아 15cm가 넘는 놈은 구울 수가 없어서 작은 물고기만 챙겨요”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큰 프라이팬을 사면 해결될 것을 그렇게 하지 않는 낚시꾼을 어리석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면에서 각자 능력과 생각의 그릇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생각하는 대로’의 저자인 제임스 알렌은 “인간은 생각하는 대로 존재하고 생각하는 대로 산다. 사람의 생각은 반드시 삶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생각이라는 인생의 방향키를 단단히 붙잡아라. 운명은 내가 만든 한계만큼 작아지고, 내가 정한 목표만큼 위대하다”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돈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은 상스럽고 천하게 여겨 속물 소리를 듣기 쉽다. 유교문화권에서는 다들 돈을 원하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는 걸 꺼리고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의 도사 같은 청렴함과 겸손의 가르침도 있다.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고자 미친 듯이 일을 하면서도 그 사실을 말하는 것은 꺼리며 어떻게 해서든지 미화시키려고 한다. 겉으로는 부자들을 비난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들을 닮고 싶어 하는 태도는 이율배반적이다.
부자가 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는 복권에 당첨되는 방법, 두 번째는 상속이나 부자 배우자를 만나는 방법, 세 번째는 사업하는 방법이다. 부모나 배우자가 부자가 아니라면 가장 쉬운 일은 복권에 당첨되는 일처럼 보이지만 사업에 성공하는 것보다 확률이 훨씬 낮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100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낮은 확률이지만 누군가는 로또에 당첨되어 대박을 터뜨린다. 이런 한방이 본인에게도 올 수 있다는 꿈과 가능성을 믿고 많은 사람이 복권을 산다. 미국에서 복권을 사는 사람 대부분은 최저소득 가구로 1년에 평균 412$를 쓰는데 최고소득 집단과 비교하면 4배나 많은 금액이다. 미국인의 40%는 비상금 400$도 없다고 하는데 복권을 사는 사람의 대부분이 이런 사람들이며 비상금보다 많은 금액을 복권 사느라 날린다.
로또에 당첨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며 일생일대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많은 돈을 받아 인생역전이 된 당첨자들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지만 사람 대부분이 몰락했다는 실화를 듣게 된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복권당첨자는 마이클 캐롤로 2002년에 970만 파운드(약 141억 원)에 당첨되었다. 그는 엄청난 돈을 마약, 파티, 성매매 등에 흥청망청 썼고 십 년 후 그는 파산하여 스코틀랜드의 쿠키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의 빌리 밥 해럴 주니어는 3100만 달러(약 349억 원)의 당첨금을 받았고 자신의 인생이 탄탄대로를 갈 거라 생각하고 처음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돈의 상당 부분을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쓰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에게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고, 그는 전화번호도 여러 번 바꾸어야 했다. 이런 압박들이 이어지는 와중에 아내와도 별거하게 되면서 스스로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는데 복권에 당첨된 지 2년도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시간당 3.6파운드(약 5,000원)를 받는 협동조합 점원이었던 영국의 칼리 로저스는 16살의 나이로 2003년 복권에 당첨되며 190만 파운드(32억 원)의 돈을 받게 되었다. 당첨되자마자 남자 친구와 함께 살 18만 파운드(약 2억 6,000만 원)에 달하는 집을 구매하였다. 어린 나이에 큰돈을 얻게 된 후 칼리는 여행도 다니고 고급 자동차도 구매하고 매일 파티를 열고 성형 수술과 사치를 부리며 돈을 흥청망청 써버리며 결국 마약에까지 손대는 등 복권당첨자의 최악 사례로 남았다.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돈을 보고 이용하려 하기 일쑤였고, 그녀를 질투하던 주변인들에게 폭행까지 당한 칼리는 정신적인 고통이 컸다. 남편과의 관계마저 틀어지면서 몇 차례의 자살 기도까지 하게 되고 이혼하면서 사랑하는 아이들의 양육권마저 빼앗겼다. 지난 2021년 영국의 한 토크쇼에서 모습을 드러낸 칼리 로저스는 당시 받은 돈을 다 써버린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는 자신이 1년에 1만 2천 파운드(약 1,730만 원)를 벌고 월세를 내며 살고 있고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외국의 사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로또 당첨자의 대부분이 얼마 안 돼 돈을 다 날리고 심지어는 신용불량에 절도, 강도질하다 교도소에 가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있다. 자산관리나 금융에 대한 인식이 취약했던 사람은 막상 큰돈을 얻게 되면 돈의 가치나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돈을 쉽게 쓰거나 잘못된 결정으로 손실을 보면서 감당하기 힘든 많은 돈이 오히려 독이 되어 부자로 남지 못하고 인생을 망치게 된다.
1억의 그릇에는 1억이, 10억의 그릇에는 10억이 모이지만, 그릇이 작다면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결국 빠져나가 적은 돈만이 모인다. 그릇의 크기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지만 평소에 생각이나 경험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그릇 크기를 모를 수 있다. 이즈미 마사토는 ‘부자의 그릇’에서 “부자가 되려면 부자의 습관부터 배워야 한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바로 큰 부자들이 가진 첫 번째 습관이며 부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남의 믿음에 부응하려 한다. 그건 돈이 남으로부터 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아니라, 올바른 사고방식과 태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한다. 어릴 때 단순히 재정적인 그릇만이 아니라, 정신적, 감정적, 그리고 인간관계까지 포함해서 모든 면에서 자신의 그릇을 키워나가야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에서 최고의 주식 투자자로 꼽혔던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부자들의 자녀 교육’이란 강의에서 “젊은이들이 학창 시절부터 주식 거래를 실습하고, 가능하다면 투자 철학까지 익혀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들이 축적돼 나중에는 마치 주부들이 요리나 가사에 익숙해지듯이 자연스럽게 투자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훈련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라고 했다. 자신이 다룰 수 있는 그릇의 크기를 늘려 가는데 들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대인 부모들은 돈의 가치도 모를 5~6세 나이부터 100$가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묻고 wish note를 작성하도록 한다. 다음 해부터는 조금씩 돈의 양을 늘리면서 실제로 돈이 있다면 하고 싶은 항목을 작성하고 지난해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도록 하여 어릴 때부터 경제적인 개념과 철학을 가르치고 투자에 관심을 갖도록 한다. 아이에게 국·영·수보다 경제 IQ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는 어른이 되면 저절로 돈을 다루는 기술을 배울 거로 생각하지만 어릴 적에 배우지 못하면 커서 비싼 수업료를 내며 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 교육은 단순히 돈을 다루는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고 자기통제나 의지력을 가르치는 것이다.
돈은 원하는 물질을 살 수 있는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꿈과 행복을 위한 도구이며 많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돈이면 다’가 아니며 보람 있고 행복한 삶을 위해 현명하게 계획하고 사용해야 한다. 돈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하며 그릇의 크기를 조금씩 늘려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