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이 치과의사를 대체할까요?

  • 등록 2025.10.29 16: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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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학자에게 물어본다(80)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최근 어떤 기사를 보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AI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 상위 40개와 하위 40개를 발표했는데, 치과는 꽤 순위가 낮더라고요. 이전에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하셨던 것 같은데, 여전히 생각이 같으신지요? 치과의사는요? <익명>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연초까지만 해도 저는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없다”라고 강하게 생각해 왔고 그 의견을 밝히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았어요. 4월인가 빌 게이츠가 교사와 의사 대부분이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의견을 개진했을 때도 그가 의료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일축했지요.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요. 물론 “AI 의사”를 만들기는 어려울 거예요. AI가 발전하고 있는 지금도 쉽지 않고, 이것은 AI 자체의 문제에 더하여 로봇의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료를 AI가 대체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넘어가기 전에, 먼저 언급해 주셨던 마이크로소프트 보고서를 간단히 설명 드릴게요. 제 생각이 바뀐 것은 보고서와 상관은 없습니다만, 한편 그 이유도 설명 드려야겠지요. 그리고 전망도요. 이 이야기 하기엔 보고서가 나쁘지 않은 자료인 것 같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보고서는 논문 사전 출판 플랫폼인 아카이브(arXiv)에 10월 17일 올라온 “Working with AI: Measuring the Applicability of Generative AI to Occupations”를 가리킵니다. 제목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고서는 생성형 AI를 업무에 얼마나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측정을 위해 척도(업무 중요도 * 활동 공유 비율 * 작업 완성도 * 영향력 점수로 계산됩니다)를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수집해 온 업무 대화 데이터를 익명화하여 분석했어요. 즉, 이 연구는 인간이 하는 업무에 생성형 AI가 얼마나 적용할 수 있는지를 측정한 것이라고 간단히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결과 번역가/통역사, 역사학자, 승무원, 판매원 등이 업무 적용 범위가 가장 높았습니다. 작가, 수학자, 데이터 분석가도 꽤 상위를 차지했고요. 반면, 가장 점수가 낮은 직업은 준설 기술자, 수로 관개 기술자, 청소부, 잡역부 등 이었습니다. 보건의료 영역도 낮은 편에 속해서, 외과 간호조무사, 안과 의료기사 등이 최하위 순위에 꼽히고 보철과 및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가 의료 전문직에선 낮은 순위를 보였네요. 전체 직업군에서 보면, 보건의료인은 22개 직군중 15위로 낮은 편이었고요.


이런 결과를 보고 “음, 치과의사는 AI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군”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이 보고서는 “지금” 업무에서 해당 직군의 LLM 활용도가 낮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준설·관개 기술자, 청소부 등이 최하위로 언급된 것은 이들의 업무에 LLM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따라서 현재 기술 발전에서 별로 관심을 끌지 않는 영역이라는 뜻입니다. 치과의 두 전문 영역이 꼽힌 것은 우리의 안전성에 대한 보장이 아닌, 슬픈 일이라는 거지요. 물론, 치과는 LLM보다 이미지 연구가 더 많이 진행되고 있는 영역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요.


원 질문으로 돌아가지요. 의사와 치과의사의 AI 대체를 생각하면서, 저는 저들이 계속 말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씀드려요. 10년 전에도, 지금도 계속 “기술 혁신가”들은 AI로 의사를 대신하겠다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대체하기 좋은 직업이라서 그럴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시지요. 이렇게 어려운 일을 AI와 로봇이 할 수 있겠어? 맞습니다. 전체로서 의료 업무는 매우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이런 일을 해내는 의사와 치과의사의 실력과 통찰을 그대로 AI로 흉내 내는 것은 불가능할 거예요. 정확성에도 문제가 있지요.


그러나 저희의 일을 하나씩 쪼개보면 어떨까요? 환자 응대 및 상담부터 시작해 볼까요. 이전엔 “에이, AI가 어떻게 상담을 해. 감정도 이해 못 하고 환자 파악도 할 수 없어”라고 대답했지요. 그러나 LLM의 시대 우리는 AI가 훨씬 공감도 잘하고 환자와의 대화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환자 연락을 위한 상담, 설명문은 LLM이 더 잘 쓰는 시대잖아요.


진단도 AI 기반 진단 장비, CDSS (임상 의사결정 지원시스템), AI 진단 보조 도구 등의 발전이 빠르죠. 이미 몇몇 영역에선 인간 전문의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소식을 들은 지 오래됐고요. 치료 계획 수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미국에는 AI가 치료 계획 초안을 세우면 인간 의사가 승인하여 치료를 진행하는 스타트업 클리닉이 운영되고 있지요. 왓슨 온콜로지는 실패했습니다만, 그 대안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수술은 안 되지’ 라고 생각하신다면, 이미 임플란트 수술 로봇이 중국에서 완성되고 심지어 운영되고 있음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지요.


환자 관리는 24시간 감시, 개입할 수 있는 AI의 효용이 벌써 인정받고 있는 영역이고요. 보험 평가에서도 이미 의무기록 평가, 처방 감독 등을 통해 보험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AI 체계가 나왔고 미국 CMS가 도입을 시작했습니다.


즉, 의료 업무를 하나씩 쪼개어 보면 AI로 대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어요. 그러니 기술 쪽에서 저런 말을 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거지요. 더 나아가, 저는 저들의 말을 예측이 아닌 선언으로 읽습니다. “AI가 의사를 대체할 것이다”가 아니라, “AI로 의사를 대체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지요.


오류 가능성과 책임 때문에 안 된다고요? 제가 헬스케어 AI 윤리 연구를 꽤 오래 해왔습니다만, 사회와 기술은 비용으로 오류와 책임을 교환하려는 생각이 분명합니다. 비싸고 뛰어난 의사 대신, 저렴하지만 조금 틀릴 수도 있는 AI 로봇이 대신하면 되지요. 필수 의료니, 지역 의료니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인데(우리나라만 이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굳이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거든요. 책임을 의사만이 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지반이 약한 주장일 뿐이고요.


저는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당연히 아닙니다. 이렇게 될 게 보이고 이게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 보고서를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을 게 아니라 이런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거지요. 물론 저희가 기술을 개발하여, 이제 의료인에서 개발자로 위치 변경을 시도하는 것도 수겠습니다만, 그것보단 적용과 활용의 방식을 검토하고 조절하는 게 나을 거예요. 그리고 아시는 것처럼 그런 일을 저희는 윤리라고 부르지요.

 

 

▶▶▶선생님이 진료하시거나 치과의사로 생활하시면서 가지셨던 윤리와 관련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dentalethicist@gmail.com으로 보내주십시오.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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