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해에 부쳐…
신승철(본지집필위원)

  • 등록 2001.0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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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치과계에 아까운 후배 한 분을 잃었다. 많은 조문객들 사이에서 문상을 마치고 가만히 생각하니 정말로 아까운 친구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는 치과대학생때부터 가톨릭 학생회에서 열심히 봉사를 하며 20여년 동안 계속해 왔다. 공부에 대한 열성 또한 강해서 국내에서 박사학위까지 받고서도 미국에 유학을 가서 자신을 다듬는데 정열을 바쳤다. 간암 진단을 받고서도 적어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웃음과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심성이 워낙 착한 그는 개원하고 있으면서도 사회의 그늘진 곳을 돌보기를 거르지 않았다. 그런 착한 친구를 젊은 나이에 하나님은 일찍 데리고 가버렸다. 주로 착하고 바른 사람들을 일찍 데리고 간다고 애석해 했더니, 어느 친구는 나보고 상당히 오래 살 것이라고 엽기적인 농담으로 위로한다. ‘그래 자네랑 끝까지 남아서 함께 지구를 지키자’ 라고 응수하고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착하고 좋은 사람들을 모두 일찍 데리고 가버리면, 앞으로 이 세상에는 점점 나쁘고 못된 사람들만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그래서 요즈음 들어 세상에는 더욱 서로를 불신하고 모략을 일삼으며, 인심도 흉흉해지고, 범죄도 늘어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연말연시가 되니까 지난 일들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딱히 선한 일, 보람된 일을 한 것도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남의 가슴에 못박을 만한 나쁜 짓이나 사회에 악을 끼칠만한 악한 짓을 한 것도 별로 없다. 단지 별 것 아닌 일로 기뻐한 일도 좀 있었고, 대수롭지 않은 일로 슬퍼했거나 속상해 있었던 일이 가끔 있었다. 결국 그저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사실 이렇게 별탈 없이 그저 그렇게 살기도 요즈음 세상에 쉽지만은 않다. 누군가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 살아보겠다는 소박한 꿈도, 자식이 무언지, 세 딸의 특례입학 잘못으로 곤욕을 치르게 생겼고, 한때 잘나간 덕에 일류대학에서 서로 모셔가던 유명 대학생들이 그동안 잘 다니던 학교에서 느닷없이 자격미달로 퇴출되고 있는 마당이다. 켄트는 미국의 담배 이름인 줄로만 알았더니 국내에선 연간 거금이 드는 조립형 학교인줄은 신문보고 알게 되었다. 돈 좀 벌어보겠다고 벤처 주식 투자했다가 지난해처럼 망해 먹지만 않아도 행복한 줄 알고 살자. 비록 노벨 평화상을 탈만큼 큰 일은 못했어도, 이웃에 조그만 기쁨과 평화라도 주었으면 그걸 다행이고 행복이라고 느끼고 살자. 그래, 새해에는 비록 며칠 일찍 죽는 일이 있더라도 좀 더 착하고 보람 있게 살아보자. 우리가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부터, 가까운 곳부터 작은 봉사라도 해 보면서 살아보자.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알건 모르건,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주고, 각자의 소신대로 치과의사의 자부심과 철학을 가지고 한 세상을 살아보자. 뱀의 해라고 뱀탕이나 즐기다가, 꽃뱀에게 물리는 낭패나 당하지 말고, 의술의 상징, 지혜의 상징인 뱀의 이미지를 그리면서 한 해를 보내보자. 해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하게 마련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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