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받은 59세 노인환자
딸 시집 갈 수 있게 됐다며 감격
민병일 명예교수께서 베트남에 언청이 진료 봉사를 시작하게 된 또 다른 동기는 당신께서
베트남과 남다른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이다.
군에서 치의군의관으로 서울 육군수도병원에서 근무시절 당시 전쟁의 포화 속에 불붙고
있었던 베트남에 우리 나라 군부대로는 처음 파병된 의무 부대인 제 1 이동 외과
병원(MASH)에 징집되어, 1964년 당시 사이공(현재의 호치민 시)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붕따우라는 휴양지에서 15개월 근무하는 동안 얼굴, 턱에 부상을 당한 군인 환자들은
물론 민간인들까지 진료를 하였는데 당시 월남의 언청이 환자들을 18명 수술한 경험이 후에
민 교수님이 언청이 수술 분야에 큰 발전을 이루게 된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30대 중반의 한참 젊은 나이에 청춘을 남쪽나라 이국에서 불태우면서 많은 추억 거리가 있을
터이고 70 노익장이 되신 지금도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시노라면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진다.
‘Once upon a time’으로 시작되는 민 교수님의 월남 이야기는 조금만 과장하면 일백번은
더 들었을 터인데 매번 들을 때마다 지루하지 않은 것은 그분의 감회가 워낙 깊어서일까?
매년 베트남에 진료 봉사를 올 때마다 그 바쁜 일정 중에서도 일요일 하루는 일행들과 함께
꼭 붕따우를 찾으신다. 그 당시 근무하셨던 병원, 거처하였던 군 관사, 구 시장 거리, 해변,
그리고 누군가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같이 달리던 해변 도로 등등. 지금은 길도 넓혀지고
건물도 많이 들어섰지만 그 옛 추억을 회상하는 민 교수님의 얼굴은 이내 상기되어진다.
특히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던 병원 건물에 들리게 되면 지금은 수리하여 어느 외국 석유
회사의 건물로 쓰고 있지만 건물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어 그 당시 수술실로 쓰던 방,
입원실 그리고 응급 환자를 실어 나르던 헬기 착륙장 등을 가리키며 열심히 설명을 하시는
모습이 진지하기만 하다.
당시 민 교수님과 가까이 지냈다고 하는 그 병원의 원장 여비서와의 추억의 이야기는 벌써
오래 전부터 사모님께서도 잘 알고 계신 터이고 지금은 민 교수님이 좋아하는 최진희의 노래
‘사랑의 미로’ 속에 묻혀 흘러간 옛 이야기가 되었다.
송베성에서의 언청이 진료는 송베성 성립병원에서 하고 있는데 1995년 처음 방문 시 시설이
열악하여 수술실에는 수술장내 화장실은 변기가 시커멓고 악취가 진동하여 근처에 가기도
역겨워 웬만하면 꾹 참고 있다가 저녁때 숙소에서 볼일을 보곤 하였는데 지금은 그 동안
많이 개선되어 견딜만하다.
수술실 한방을 마취기, 수술등, 수술대, 심전도기, 석션기 그리고 스크럽대까지 모두 국산
장비로 채워 안심하고 수술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는데 수술방 이름을 ‘Korean operation
room’으로 하여 지금은 불편 없이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팀이 수술하고 있는 이곳 언청이 환자들의 연령층은 유아에서 50대 어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1995년에 처음 진료를 할 당시 59세 되는 언청이 노인 환자를 수술하였는데
그 동안 정부로부터 의료 혜택이 주어지지 않아 수술을 못하고 있다가 우리에게 수술을 받게
되었다. 과년한 딸이 있어 시집을 보내야 하는데 본인이 언청이 환자여서 시집을 못 가고
있다고 하며 수술후 이제 딸이 시집을 갈 수 있게 되었다고 눈물을 글썽일 때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진료 기간 동안 진료진들은 이곳의 열대 과일들을 풍족하게 맛 볼 수 있었는데 수술을 받은
환자 또는 환자 가족들이 과일들을 봉다리 봉다리 들고 와서 감사하는 모습을 볼 때 이곳
사람들의 따듯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망고, 파파야, 파인애플, 이름도 모르고 처음 보는 과일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만지면
만질수록 젖빛 우유 같은 즙이 나오는 milk fruit 이라고 부르는 과일과 냄새가 고약한 듀안,
열대 과일 중에 으뜸이라고 하는 망고의 달콤하면서도 향긋한 감칠맛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진료가 모두 끝난 토요일에는 저녁 때 병원 초청으로 우리 일행들을 위하여 성대하게 파티를
열어 주어 모두들 즐겁게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한 주일간의 강행되는 수술
일정에 지친 피로가 모두 사라지는 듯하다.
이날의 가장 큰 이벤트는 우리 팀의 최원재 선생이 마침 생일날이어서 큰 케이크를 준비하고
다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소리 높여 불렀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우리 팀의 홍일점인 유
간호사가 감색의 아오자이를 예쁘게 잘 차려 입고 나와서 누가 보면 마흔을 바라보는
아줌마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베트남 사내들의 넋을 속된말로 ‘뿅’가게 빼 놓았는데
서로들 같이 사진 찍으려고 난리들이고 잘못하다 우리 과원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