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촌놈
최영욱(본지 집필위원)

  • 등록 2001.0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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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새해벽두에 촌놈이라니 그럼 촌사람, 촌분이라고 할까요? 그냥 촌놈이 훨씬 감칠난 맛이 나지 않습니까? 저는 정말로 스스로를 촌놈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려서 아주 첩첩이 산중인 동화에서나 나오는 그런 시골마을에서 자랐습니다. 마을 앞에 기찻길이 있어서 기차는 자주 볼 수 있었으나 버스는 가끔 보았으며 자가용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소풍을 가기 전이면 메뚜기를 잡아 그것을 볶아 빈병속에 넣어가지고가 친구들끼리 앉아 먹는 맛은 일품 만찬이었습니다. 어쩌다 한 동네에 사는 누나가 결혼한 후에 사위가 처음 오는 날이면 씨암탉 한 마리에 온 동네 사람들이 고기는 없이 멀건 국물만 먹었어도 배가 불렀으며 맛이 최고였습니다. 여름이면 돌로 짓이긴 쑥으로 귀를 틀어막고 강가에서 엉터리 수영으로 건강을 다지고 조금 높은 바위 위에서 멋진 폼으로 다이빙도 하는 그런 추억도 있었습니다. 그때 광주에서 고향 가는 길은 말 그대로 자갈밭 그 자체였으며 어쩌다 차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뿌연 황토색깔의 먼지가 앞을 보기 힘들게 했지만 왠지 싫지는 않았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들판에 소를 몰고 나가 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사이 우리들은 팔베게를 하고 파아란 하늘을 보며 도시를 그리워했는지는 몰라도 해맑은 모습으로 지냈습니다. 지금은 작게만 보이는 언덕, 얕아진 개울물, 한참을 헐떡거리며 오르내리던 산이 이제 작은 동산으로 변한 것을 보면 제가 이제는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향은 어머니의 품과 같다고 하죠? 시골이 고향인 사람이 순수함이 더하고 정겨움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어떤 분이 슬픔을 당하거나 어려운 일을 겪으면 눈물이 앞서고 함께 하고픈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추억이 아련한 고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제 새 천년 첫해도 지나고 새해가 다가왔습니다.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욕심이 있습니다. 또 욕심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욕심은 상대를 비교하고 자존심을 내세우는 속성이 있습니다. 공부도 욕심이 있어야 잘 하고 운동도 악착같아야 잘 할수 있습니다. 전제는 순리와 정도를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해에는 욕심을 버리고 정도와 순리로, 가난속의 넉넉함으로 혹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없는지 뒤를 돌아보고 각박한 세상에서 작은 마음이 더 없이 크게 보일수 있도록 고향을 생각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고향,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고 찡하는 것은 저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겠지요. 말로만 촌놈이지 정말 촌놈으로서의 사고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해 봅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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