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나 과잉처방으로 인정되는 약제비의 보험 부담금을 의료기관에 전가시키면서 의료기관에 지급해야 할 진료비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특히 전국 43개 대학병원들이 약제비 미지급과 관련해 공단을 상대로 1백억원대의 진료비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어서 이번 판결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13부는 지난달 28일 서울대병원과 개원의 이 모 원장이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원외처방 약제비 41억원, 1천3백여만원을 환수한 조치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설령 병원의 원외처방으로 공단에게 비용지출의 증가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은 약국 등 제3자이지 병원이 아니다”라며 “원외처방과 관련해 약국 등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 스스로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받은 것이 아니므로 부당이득의 징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약제비에 있어서는 설령 처방전 발급이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된다 할지라도 공단은 건강보험법 52조(부당이득의 징수)에 근거해 의료기관으로부터 약제비용을 징수할 수 없고, 나아가 불법행위를 주장해 진료비에서 상계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아울러 이번 판결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처방전 발급이 과잉처방인지 여부에 관해 직접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며, 약제비를 제외한 요양급여(수술이나 진찰) 등에 있어 과잉진료 여부에 관해서도 판단하지 않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안정미 기자 jmah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