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수가 치과의 ‘민낯’ 환자는 불신, 내부는 균열

  • 등록 2025.12.10 20:53:33
크게보기

강남 A치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부 특별감독 전환
환자 유인·알선 고발, 환자 시위도…저수가 구조 파열음

 

최근 강남의 한 대형 치과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촉발된 논란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내부 노무 갈등뿐 아니라 환자 유인·알선, 환자 불신 문제까지 일련의 사태로 비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이 단일 치과의 일탈을 넘어 저수가 기반 대형 치과 모델이 지닌 구조적 한계가 한꺼번에 드러난 사례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서울 강남의 A치과가 퇴사 통보 지연 시 하루 평균임금의 50%를 배상토록 하는 ‘위약 예정’ 문서를 직원들에게 강요했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수시 감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후 단톡방 욕설, 면벽 수행, 반복적 반성문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추가로 확인해 24일부터는 감독관 7인을 투입해 특별감독으로 전환했다. 대형 저수가 치과의 내부 관리 체계가 이미 깊이 균열돼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치위협)도 이번 사태를 반인권적 행태의 집약판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치위협은 위약 예정 강요와 면벽 수행 등 근로기준법과 기본권을 정면으로 침해한 사안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특히 최근 3년여간 500명이 넘는 직원이 퇴사했다는 제보를 언급하며 조직문화의 지속 가능성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다.


이처럼 내부 조직이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이 누적될 경우, 문제는 자연스럽게 외부로 확산된다.


치협도 A치과 직원이 환자에게 “지인을 소개하면 10만 원을 준다”고 제안한 사실을 확인하고,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 혐의로 대표원장과 직원을 지난달 서울강남경찰서에 고발한 바 있다. 치협이 확보한 녹취와 문자에는 금품 제공을 조건으로 한 환자 유인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사실로 확정될 경우 형사처벌과 자격정지 처분이 모두 가능하다.


저수가 경쟁 속에서 환자 유치 압박이 과열되며 불법적 행위가 재발하는 구조인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부 갈등이 심화될수록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환자 불신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 “진료마다 의사 달라…도떼기시장 같다”
실제로 A치과에서 진료받았다는 한 70대 환자는 “사람이 너무 많아 환자 취급을 제대로 못 받는다. 의사가 열다섯 명은 되는 것 같은데 매번 다른 의사를 만나고, 고정 주치의가 없다”며 “싸게 해주는 건 좋지만 병원 분위기는 도떼기시장 같다”고 토로했다.


본지가 최근 확인한 A치과 대기실 풍경도 이러한 구조를 잘 보여준다. 평일 낮에도 수십 명의 노년층 환자가 빼곡히 앉아 있고, 일부는 자리가 없어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진료 안내·상담·촬영을 위한 동선은 서로 뒤엉켜 있었고, 긴 대기 시간으로 직원과 환자 사이 언성이 높아지는 장면도 있었다. 대기실 전광판에는 ‘임플란트 16만 건 달성’ 등의 홍보 문구가 반복 송출돼, 짧은 시간에 대량 환자를 유치·관리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문제 제기를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선 환자도 있었다. 현재도 A치과 건물 1층 입구에는 한 환자가 손팻말을 들고 허위광고, 환자 유인, 상담 과정의 불투명성 등을 지적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균열이 드러나는 모습이다.


결국 이 같은 문제들은 강남의 대형 저수가 치과 모델이 지닌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연쇄 반응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또 가격 경쟁 중심 구조에서 지속 가능한 진료·경영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 한 유사 사건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도 뒤따른다.


치과 경영전문가인 정기춘 원장(일산뉴욕탑치과)은 “저수가 구조에서는 직원과 조직이 ‘머니 오리엔티드’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실장 중심의 피라미드 구조가 강해지고, 실적 압박이 밑으로 전가되면서 이직률이 높아지고, 내부 충성도나 환자에 대한 책임 의식이 크게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임플란트 가격을 25% 낮추면 매출은 60% 가까이 올려야 수지가 맞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수술량이 폭증하고, 실패율도 상대적으로 올라가며 원장과 직원 모두 극심한 스트레스에 놓인다”며 “의료는 공장처럼 운영될 수 없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환자들도 이젠 너무 싸면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치협도 이번 사건을 과열된 경쟁 구조 속에서 드러난 경고 신호로 보고, 개원가 자정작용에 힘쓸 예정이다. 그간 치협은 불법 광고, 환자 유인·알선, 위임진료, 사무장 치과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법 위반 신고센터 운영과 행정처분 요청, 필요시 형사 고발까지 이어지는 대응을 지속해온 만큼 앞으로도 역할을 다할 방침이다.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치과계가 이번 사건으로 국민에게 심려 끼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대다수의 치과의사와 종사자들은 법과 기준을 성실히 지키며 묵묵히 환자를 돌보고 있다는 점도 함께 봐달라”며 “현행 법제에서는 전문가단체의 자율징계 권한이 제한적이어서 적극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 불법·저수가 경쟁 광고 규제 강화, 의료인단체 자율징계권 확대, 온라인 의료광고 심의 제도 정비 등을 정부에 지속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상관 기자 skchoi@dailydental.co.kr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 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직무대행 마경화 | 편집인 이석초 대표전화 : 02-2024-9200 | FAX :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 광고관리국 02-2024-9290 |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