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9번째) 직장에서 재미를 찾자

  • 등록 2010.12.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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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9번째

직장에서 재미를 찾자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 한 직장에서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이직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대체 왜 그렇게 끈기가 없을까? 옮긴다고 한들 얼마나 더 좋다고…’ 하면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첫 직장을 만 5년 만에 나름대로, 그럴싸한 이유로 그만 둔 이후 새로운 직장에서는 2년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어느 날 동호회 사람들과 모여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내게 “너는 왜 그렇게 모르는 게 없냐?” 하고 물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그날 이야기한 주제들이 내가 거쳐 온 직업들과 모두 상관이 있는 것이었다. ‘정말 많이도 옮겨 다녔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그제야 그때 내가 왜 그렇게 정착을 못하는지 비난했던 친구들이 생각났다.


나는 왜 그렇게 여러 가지 직업을 거쳤을까? 요즘 세상이 전문직이 아닌 이상 한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도 하지만 그 때문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흔히 다른 것은 다 참아도 같이 일하는 사람과 마음 안 맞고 힘든 건 견딜 수가 없다고 하는데, 그것 때문도 아니었다.
나 때문이었다. 내 능력에 너무 버겁다고 생각되었거나, 그래서 지레 겁을 먹고 그만두었거나, 너무 수월하다고 생각되어서 일이 지루해질 때 나는 늘 이직을 고민했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릴 때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의논을 해 본적이 없었다. ‘나’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의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반복된 이직으로 일은 그저 ‘일’일 뿐이고, 관심과 재미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될 즈음 치의학과 인연이 시작되었다. 7년 전, 처음 치전원 교육과정 개편안 연구팀과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아주 단순한 사무원이었다. 나의 전공분야도 아니었기 때문에 관심도 없었고, 치의학용어도, 교육학 용어도 모두가 너무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아무 상관없었다. 정시에 출근해서 정시에 퇴근하고, 그리고 나면 영화도 볼 수 있고, 공연도 볼 수 있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으니까. 즐거움은 ‘일’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고 결정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그 연구팀에서 하는 번역 작업에 국어 표현을 교정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제안을 했는데 모두가 흔쾌히 나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조금씩 나에게 더 많은 일이 주어졌고, 더 공부를 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해 주었다. 나는 주춤했지만 그게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점점 일하는 게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치의학교육평가원에서 일을 하고 있고, 물론 이제 겨우 1년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는 7년 전 처음 치의학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내가 한 번도 이직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여전히 그때 일을 했던 11개 치과대학의 교수님들과 일을 하고 있고, 그때의 연구자들이 지금도 어느 대학의 교수님이 되어 함께 일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요즘에 나는 종종 야근을 해서 얼마 전에는 ‘일 중독’이라는 내게 절대 있을 수 없는 비난을 친구에게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여기에는 예전에 내가 버겁다고 포기했거나, 혼자서 결정해 버렸던 것을 바꾸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고,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연습도 필요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 그리고 너무 힘들거나 지치면 언제라도 의논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아무래도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무르는 직장에서 재미를 찾는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이 바뀌는 중이다.


장영주
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 사무담당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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