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아아끼기운동 (3)
입 속 우리들의 보물들
자연치아아끼기운동(상임대표 서영수)이 국민의 구강건강 지키기에 앞장서는 바른 치과의사상을 고취시키자는 취지로 본지에 칼럼을 월 1회 연재한다.
사람의 입 속에는 서른 두 개의 치아가 있다. 조물주가 무슨 까닭으로 치아를 정히 서른 두 개로 맞추어 놓았는지 그 연유를 알 수 없지만 숫자로 보면 많은 것도 같긴 하나 기능면으로 생각하면 정말 신기할 정도로 그 숫자가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앞니는 깨물고, 송곳니는 끊고, 어금니는 씹고, 부수고, 하나 같이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서른 두 개의 치아가 박혀있는 입 속(구강)의 작은 공간에 뭐 그리 복잡하고 다양한 질병이 있고 따라서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그 치료법의 근본적인 목적은 어떻게 하면 자연치(自然齒)와 유사하게 회복시켜 주며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인간의 가장 소망스러운 바람은 자기 신체의 모든 장기들이 우리의 생명이 소진 될 때까지 그 역할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의료의 목표일 것이다. 우리 몸의 일부분인 치아의 역할도 그 예외는 아닐 것이다. 치아 하나하나를 존엄한 생명체로 생각할 때 그 치아 수명의 종말을 어디를 기준으로 해서 결정하는가 하는 문제는 참으로 애매하고 다양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치과의사는 어떤 경우에도 마음대로 남의 치아를 뽑아도 치아의 생명을 죽인 살인자로 몰릴 까닭이 없기에 치아를 마음대로 뽑을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한편 그 권리를 남용할 수 없는 인내심과 자제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치아는 인간의 생명과는 달리 뽑혀진 후에도 인공치아로 대치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뽑혀져도 대수로 울게 없다고 생각되기도 하겠지만 ‘이뽑기’가 치료행위의 가장 선행되는 치료방법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모든 보존적 치료의 최선을 다 한 후에 최종적인 치료 수단으로 선택되어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8020운동을 벌린 지가 오래 되었다. “80세까지 20개 치아를 남기자”는 운동이다. 타산지석으로 보고 있기엔 우리의 현실이 너무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 우리는 이를 너무 쉽게 뽑아 버리는 경향이 있음이 사실이다.
경제 불황기에 가장 타격을 받는 의료 분야가 항상 치과병원이 된다. 대체적인 치료성향이 경제적 부담을 많이 주는 수복치료 일변도 이였기 때문에 환자들은 아주 급하지 않는 치료 외에는 외면하기 마련이다. 쉽게 발치하고 어렵게 수복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예방치료나 보존치료에 비중을 두어 지속적인 환자 관리만이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이다.
치과 질환 실태조사에서 치아를 잃게 되는 연령층이 노인층보다 40~50대에 가장 높은 발치 수치가 나타나고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게 된다. 가장 사회적으로 활동이 왕성하고 책임 있는 위치에서 피로나 스트레스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때 치아를 상실하게 되는 원인은 대부분 치주질환 때문이다. 성인 10명중 9명이 평생 살아가는 동안 어떤 유형의 잇몸 병을 앓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보면 치주병은 ‘국민의 병’으로 부각시켜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질환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치과의사들은 치주병 치료에 무관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TV에서나 매스컴에서 선전하는 잇몸병 치료약의 연간 소비량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약을 먹고 있는 숫자만큼 잇몸병으로 고생하면서 약국 문 앞을 전전하면서 치과로부터 외면 당한 환자들 일 것이다. 이 약이 불티나듯 팔려 간다는 현실은 그 만치 치주병 인구가 많다는 증거 일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입 속의 치석만을 없애는 운동만으로도 모든 치과의사가 다 동원되어 쉬지 않고 치료해도 수년이 족히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치과선진국이란 말은 임플랜트 같은 고급기술(?)을 잘 할 수 있는 치과의사 숫자가 많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입 속이 얼마나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가늠하는 것이 그 척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국민의 구강 위생지표는 얼마나 될까? 분명히 치과 문명시대가 아닌 치과 석기시대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증임에 틀림없다. 지금 치과의료 인력 과잉 문제라고 아우성을 치면서 임상치료 분야에서 지엽적인 한계성을 지닌 수복치료에만 매달려 치료 방향이 잘못 가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치과 의료 인력 활용을 잘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우리는 무궁무진한 구강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다. 치아 밑에 숨어 있는 잇몸 속의 무수한 보물들(치석, 염증조직 등)이 방치되어 있다. 그 보물은 캐내어도, 캐내어도 자꾸만 생겨나는 보물창고와 다름없다. 눈에 보이는 치아 자체에만 매달리지 말고 치아 밑에 숨어 있는 우리들의 무궁무진한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
요즈음 치과계가 큰 위기를 맞은 것 같다. 일부 불법 네트워크 치과 문제가 연일 대중 매체의 뉴스를 장식하면서 불법 네트워크 치과와 기존 치과의사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호도되면서 우리들의 의도했던 본질이 변형되면서 국민들로부터 더욱 치과 문턱을 높이고 멀리하게 되는 동기를 부여하게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단체가 전문집단으로서의 사회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는가를 자문하고 우리 집단에 대한 다른 사회집단들의 견해와 관심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과 사고 방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사고 방식의 전환에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패러다임은 수복치료일변도에서 예방, 보존 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연치를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치료방향으로 바꿔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치과의사들도 “자연치 무덤까지”라는 이상적 명제를 우리들의 치료의 초점을 맞추게 되면 우리들로부터 외면하려는 환자들이 다시 우리를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환자들이 다시 행복해 할 것이다.
최상묵
서울치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