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해외진료봉사를 다녀와서 (1)
첫 단독 해외봉사활동 ‘의미’
이번 (사)열린치과의사회 인도네시아 해외진료봉사는 몇 번의 과거 봉사와는 달리,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첫 번째 해외진료봉사로, 많은 준비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예전의 비공식적인 관광비자와는 달리, 진료지인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공식적인 진료허가를 받고 한국의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았으며, 워크을 통해 수화물 금지품목도 미리 교육하고, 공항관리공단에도 협조를 구해 통관수속도 무리 없이 할 수 있었고, 인도네시아어도 미리 공부해서 현지 적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했으며, 치과 진료팀 외에도 몇몇 이벤트팀을 구성해서 다양함을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등 독자적인 첫 경험이라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어 좋았다.
7월 29일 오후 3시45분 인천공항 출발
어제까지 며칠을 물 폭탄 같은 폭우가 쏟아지니 서울 시내가 물바다가 되어, 집과 차가 잠기고, 도로가 끊겨서 교통대란이 일어났는데, 하늘이 도운 듯 다행히 출발당일은 해가 나고 날이 개어 비행기 이륙에 차질이 없었다. 가지고 갈 짐이 많고, 통관에 까다로운 물건도 있고해서, 노파심에 출발시간 3시간전에 일찍 소집했다. 걱정과 달리 국내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해 온 팀인지라 그런지 모두들 약속시간 전에 정확히 도착를 했고, 공항관리공단에 협조도 미리 구하고, 일사불란하게 짐을 부치고 나니, 예전의 봉사활동 출발 때와는 달리, 오히려 시간이 많이 남아 느긋하게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7월 29일 오후 8시 14분 수카르노하타 공항 도착
우리의 목적지인 인도네시아 자바섬 자카르타 서쪽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과 부통령의 이름을 딴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 한국보다 2시간 늦은 현지시간 오후 8시 14분에 무사히 도착했다. 작년 연말에 현지답사를 겸해 찾았던 인도네시아와는 달리 공항 입국에서부터 변화가 있었다. 한국에서 비자를 미리 받아온 덕택에 비자를 사려고 줄을 서지 않아도 되었고, 8개월 전과는 달리 외국인을 위한 출입국라인을 따로 만들어 놓아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편리하게 20여분 만에 입국수속을 할 수 있었다. 참고로 작년에는 수속에만 50분이 넘게 걸렸다. 가지고간 수화물도 눈에 띄게 표식을 잘해둬서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눈에 잘 띄는 명찰과 단체조끼를 착용해서 봉사활동을 위한 많은 짐들의 세관 통관도 쉽게 할 수 있었다. 세계 어디서나 제복의 위력이라고나 할까?
DADA 임직원을 만나다
사전에 준비를 잘 해서인지 몰라도 공항을 1시간이 채 안 걸려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공항에는 다다코리아 인도네시아 공장 김문호 사장님과 이종희 차장 그리고 여직원 한분이 직접 마중을 나와 주셨다. 이메일과 전화통화로만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였지만 괜히 반가운 맘이 들었다.
9시33분 공항을 출발해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러 자카르타 시내로 향하는 버스 안, 8개월만의 차창 밖 풍경은 왠지 낯설지 않았다. 자카르타의 밤은 늦은 시간인데도 교통체증이 심하다. 열대지방이라 그런지 야간에 이동이 많은 것 같다. 30여분의 거리를 약간의 체증으로 10시 18분에 Pacific place mall 근처의 city seoul 이라는 한국식당에서 도착,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갈길을 서두른다.
23시 8분에 자카르타에서 남쪽으로 76㎞떨어진 진료지인 다다 인니현지공장이 있는 Purwakarta의 Ciwangi, Sadang Raya로 출발을 했다. 1시간 30분정도 소요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40분도 못 달려서 고속도로가 꽉 막혀있다. 버스가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지금까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왠지 모를 걱정이 앞선다. 자카르타를 떠난 도착예정시간인 1시간 30분이 이미 지나 오전 12시30분이 되었건만, 거리표지판을 보니 자카르타로부터 46㎞, 아직도 30㎞ 더 가야한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 30분 피곤이 밀려온다. 교통체증의 원인은 때 아닌 도로공사 때문이였다. 그곳을 빠져나가니 길이 빨라진다. 이제부터는 얼마 안 걸린다고 한다. 현지의 이종희 차장이 버스 앞자리에서 피곤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그러나 자신이 길 안내하듯 반드시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밤10시가 넘으면 취침을 하고 새벽 5시30분전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한다. 나도 피곤하지만 우리 때문에 이 사람도 애꿎게 고생하는구나 생각하니 미안해진다. 길가 교통표지판에 Sadang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니 오아시스를 찾은 듯 반갑다. 새벽 1시43분 드디어 우리의 숙소인 다다공장 기숙사에 도착했다.
한국을 떠난 지 12시간만이다. 3층으로 된 기숙사에는 진료를 위한 장비들이 회사트럭으로 이미 운반되어 있었고 일부는 진료소로 쓰일 건물에 옮겨져 있었다. 원래 계획은 늦더라도 진료장비들을 미리 설치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너무 늦은 관계로 아침 일찍 일어나 설치하기로 하고, 미리 배정 받은 방으로 올라가 쉬기로 했다. 방문 앞에 서보니, 내 이름이 딱 붙어있다. 세심한 회사의 배려가 나를 기쁘게 한다. 내일은 아침 6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벌써 새벽 2시, 대충 짐정리하고 씻고, 지금부터 자도 4시간을 못 잔다.
피곤이 밀려오는 밤 그러나 쉽사리 잠을 들지 못했다. 잠자리도 바뀌었고 내일의 일정이 걱정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자꾸 떠오른다.
때 아닌 코란독경 소리가 잠을 깨운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30분 아! 이곳이 인도네시아인 것을 일깨워준다. 아이고! 죽겠다. 막 잠들었는데. 앞방의 박 선생이 문 두드리며 깨운다.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회교도국가(인니 인구 2억5천만 인구중 88%가 이슬람교)에 처음인 박 선생에게 설명해주고 겨우 잠들었는데 이번엔 알람소리가 나를 깨운다. 6시다!
<다음호에 계속>
김민재
열린치과의사회 진료봉사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