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살인까지 부른 환자폭력 중
치의-환자 ‘신뢰붕괴’가 원인
소셜미디어 확산·수가 비교사이트 등 갈등 부채질도
■ 글 싣는 순서
(상) 매 맞는 치과의사 급증
(중) 환자 폭력과 갈등, 왜 발생하나
(하) 진료권 보장 대안은 없나
본지는 최근 경기도 오산에서 발생한 치과의사 살해 사건과 관련 그 동안 치과의료 기관에서 발생한 치과의사 대상 살인, 강도, 폭행 등 강력 범죄의 현황을 조명하는 한편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제시하는 긴급 진단 기획 시리즈를 지난 호부터 3회 연속 게재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발생한 치과의사 유모 원장 살해 사건은 결코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선 치과의사들의 안전 및 진료권 보장이 큰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다<관련기사 본지 1976호 1면, 3면 참조>.
무엇보다 진료에 전념할 수 없는 의료 환경은 결국 환자 본인의 건강은 물론 다른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아야 하는 권리까지 방해하는 만큼 보다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 치과계의 중론이다.
치협은 해당 사건을 일선에서 국민 구강건강을 위해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치과의사들에 대한 매우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관계 당국의 책임 있는 수사와 엄정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해당 개원의의 개인적 비극을 넘어 우리 치과계가 처한 안타까운 현실의 ‘축약판’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어·신체적 폭력에 노출돼 있는 치과 진료실의 환경 자체가 결국 환자와 치과의사 간의 전통적 신뢰관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적신호’이기 때문이다. 과연 ‘진상환자’들이 사용하는 ‘폭력의 언어’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치과 정보 ‘비대칭’은 옛말
이 같은 상황에는 치과에 대한 일반 환자들의 전반적 인식변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특히 과거에는 압도적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했고, 이런 측면에서 전문직인 치과의사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의료 환경에서도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50대 개원의 A 원장은 “우선 환자들이 과거에 비하면 나름의 합리적 준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런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히려 치과의사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다는데 있다”며 “확장해서 생각하면 적어도 치과에서는 공급자 우위의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구전이나 지인, 기존 미디어에서 습득한 지식에 대해 환자 스스로 확신을 가지게 됐다는 사실은 일선 치과의사들을 곤혹케 한다. 인터넷은 물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이나 치과 수가 비교 사이트 등의 난립 역시 치과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과 대립의 구도가 결국 환자 불신을 유발, 언어 및 신체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극단적 상황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치과의사인 B 교수는 “점잖은 노인 한분이 다른 병원에서 오래 전 시술을 받은 의치에 대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길래 매우 어려운 케이스였지만, 최선을 다해 진료를 했다”며 “잇몸 등의 문제를 다 치료하고 아무래도 새 의치를 장착해야 할 것 같아서 얘기를 했더니, 바로 안색을 바꾸며 막말을 하고 심지어 내 멱살을 잡는 상황까지 갔다”고 밝혔다.
B 교수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알만한 병원의 교수인 내가 이 정도인데, 일선 개원가에서 겪는 환자폭력의 양상과 불신의 정도는 오죽하겠느냐”며 “개인적 모임에서 전해 듣는 치과의사에 대한 불신과 오해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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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