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주 전 지인의 모친께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급히 들어가셨다. 단순히 한동안 소화가 잘 안 되는 듯하다가 음식물 섭취가 곤란한 지경에 이르러서야 떨어져 사는 자식들에게 알렸다고 한다. 부랴부랴 병원으로 모시게 된 가족들은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응급실에서의 기본적인 검사 몇 가지만으로 암의 발생과 전이가 의심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건강하셨고 자식들이 자주 찾아뵙지는 못해도 매일 전화 통화를 하며 큰 걱정 없이 지내오던 터였다.
현재 수술을 시행한 후 항암제를 사용하기로 하고 힘든 치료를 진행하고 계신다. 하지만 예후가 너무 좋지 않다고 한다.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지만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니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조금이라도 나은 상황에서 치료를 시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최근 우리 주위에서 암에 걸린 분을 유난히 많이 볼 수 있다. 치과에 오시던 환자 분들도 한동안 안 보이시다가 어느 날 오셔서는 암 치료를 하느라 이제 왔다는 얘기를 자주 접한다. 암뿐만이 아니라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3대 질환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수명이 길어진 탓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척 많아진 느낌이다. 관심이 생겨 자료를 찾아보니 1999년 이후 2001년까지 암 치료 중이거나 치료 후 생존 중인 암 경험자 수가 110만 명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전체 암 환자 수는 1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2011년 신규 암 환자 수는 21만 8017명으로 2010년 대비 6.0%, 2001년 대비 9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수명인 81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로 나타났다. 남자는 5명 중 2명(38.1%), 여자는 3명 중 1명(33.8%)에서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조기진단율은 전립선암 56.0%, 위암 54.1%, 유방암 53.7%, 간암 44.5%, 갑상선암 43.0%, 비호지킨 림프종 40.1% 순으로 높았으나 반면 생존율이 낮은 폐암과 췌장암은 전이된 단계에서 진단되는 비율이 4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립선암·갑상선암·유방암·대장암·위암 등은 전이되지 않았을 때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높았다.
그러나 같은 병기에서 위암 5.8%, 폐암 4.9%, 간암 3.0%, 담낭 및 기타 담도암 2.7%, 췌장암은1.8%로 생존율이 낮았다. 암 환자의 10년 생존율도 1993~1995년 38.2%, 1996~2000년 40.7%, 2002~2006년 51.8%로 꾸준히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를 본다면 조기발견을 통한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많은 부모님이 바쁘게 사는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담되지 않게 가급적 간단히 해결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치과 내원 환자들 중에도 약에 의존하거나 치료를 미루다 더 큰 낭패를 겪는 일은 다반사다.
금전적인 이유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보험으로 가능한 의치조차도 본인 부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못하겠다고 하시는 어르신들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질환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이나 민간요법에 의존 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으면 어려운 상황을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일이 얼마나 많을까?
적은 비용과 수고로 얻는 결과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순식간에 큰 병으로 진행되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여 가족들 삶의 근간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어떤 것이 가족을 위하고 도움이 되는 일인지 당연한데도 말이다. 그러나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마음이 더 짠하다. 큰 병을 얻고 싶은 사람은 하나도 없겠지만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게 싫은 마음이 더 아팠으리라. 이제 부모와 자식의 마음 양쪽을 모두 알 것 같은 나이가 되어서인지 더욱 안타깝다. 정작 자식들을 위하는 길은 사시는 동안 건강하게 지내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전문가들은 암이 증가하는 요인으로 인구 고령화, 암 진단기술 발달, 조기검진 활성화, 서구형 식생활, 신체활동 감소 등을 꼽고 있다. 반면 자궁경부암 검진사업, B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 도입, 금연 캠페인에 따른 흡연율 감소 등은 일부 암의 발생률을 낮추는 원인으로 추정된다.
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습관,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변에서 큰일을 겪고 난 뒤 몹쓸 병을 얻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웃으며 즐겁게 사는 연습도 해야 할 듯싶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이 점점 많아져 그것이 스트레스가 되지나 않을까 모르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