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이면 환자가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그 환자의 주소가 무엇인가에 관계없이 자신 있게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을까. 이제 겨우 치과의사 2년차인 나에게는 ‘그날이 과연 오기는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부터 시작된 언니의 치통으로 인해 나의 걱정과 고민도 함께 시작되었다. 왼쪽 아래 어금니가 씹을 때마다 아프다는 언니의 주소는 교과서에서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crack tooth syndrome일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마침 그 주에 휴무일이 껴 있어서 언니를 치과로 불러서 검사해 보았다. 보통 환자를 처음 대하면 진단을 하기 위해 의례적으로 묻는 문진과 검사의 절차가 있게 마련인데 며칠전부터 집에서 언니에게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서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하는 중요한 질문도 생략하게 되고 자꾸 한 방향으로 치우쳐서 생각하게 되고… ‘이런 것이 VIP syndrome이라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VIP syndrome이란 아는 사람이거나 특별한 부탁을 받은 경우, 고위 인사들을 환자로 보는 경우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반복되다보면 오히려 치료가 원하는 대로 잘 되지 않거나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특히 심각하고 어려운 수술일수록 의사들이 자신의 가족 진료나 수술을 직접 집도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마음의 부담이 오히려 치료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X-ray를 찍고, 여러 검사를 한 결과 crack tooth라고 어느 정도 확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gold inlay를 제거해 보니 crack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앞으로의 치료계획과 예후에 대해 설명해 주어야 하는데 나보다 겨우 두 살 많은 언니에게 ‘치아에 금이 가게 되면 치아의 예후가 좋지 못한 경우가 많고 치아를 결국 발거하게 되는 수도 있다’라는 말이 차마 떨어지지가 않았다.
어차피 언니 직장에서 우리 병원까지 거리가 멀기 때문에 향후 치료를 위한 내원이 힘들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으며 정성껏 의뢰서를 작성하여 평소 케이스를 보며 동경하던 원장님께 의뢰를 드리게 되었다. (치료를 맡아주신 원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직 진료가 다 끝나지 않아 나는 아직도 언니의 반응을 보며 일희일비하고 있다.
치과 공부는 다방면으로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기초부터 임상까지 해야 할 공부도 많고 그 공부를 손으로 옮겨 환자에게 좋은 진료를 해주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물며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려보는 것은 내가 아파보지 않는 한 더더욱 어려운 것 같다.
집에서 계속 만나는 환자인 언니가 퇴근 후 아파하는 것을 보고 한참 참다가 진통제를 먹는 것을 보며, ‘내 환자가 저렇게 불편하고 힘들었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내가 보았던 환자의 통증에 대해 소홀히 여긴 적은 없었는지 반성해보게 된다. 환자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며 생각이 치우쳐서는 안되겠지만 불편감과 통증 호소에 대해서 늘 귀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더불어 언젠가는 가족진료도 다른 진료와 마찬가지로 태연하게 할 수 있는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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