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고객의 연(緣)은 자연치아 살리기에서부터

  • 등록 2014.12.30 11:29:59
크게보기

자연치아칼럼

대략 5년 여전의 일이었다. 선글라스를 낀 50대 후반의 남성 환자분이 왼쪽 아래 잇몸이 심하게 부었다며 내원하였다. 환자분의 직업은 택시기사였다. 직업적인 이유로 인해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신다고 손수 부연 설명을 해주셨다. 그리고 나서는 이가 아파서 운전을 잘 못하겠으니 빨리 빼달라고 강한 어조로 부탁을 하셨다.


환자분의 얘기를 듣고 나서 자세히 검진해 보니 #36 치아의 협면부터 왼쪽아래 얼굴까지 심하게 부어있는 상황이었다. 우선은 방사선 사진을 찍어보자고 말씀드렸다. 촬영 결과 해당 치아는 근관치료가 부족한 상황으로 치근단에 병변이 관찰되고 있었다.

현재의 심한 부종의 원인은 #36 치아의 재감염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이 되는 가운데 당일 발치를 원하시는 환자분께 부은 것을 먼저 가라앉혀야 한다며 약처방을 먼저 해드려서 돌려보냈다. 이후 환자분이 재내원하시는 것은 그로부터 5일 후였다. 부어있었던 얼굴은 예전과 달리 거의 정상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환자와 의사의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환자는 너무도 강력하게 발치할 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치아였다. 해당치아의 근관치료가 부족하고 기존의 gold crown 변연 적합도가 안좋은 상황이기는 했지만 치조골의 상태는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치근단의 과도한 병변으로 인해 치아가 흔들리고 있기는 했지만 치료만 잘 받는다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환자에게 치아를 뽑지 않고 살리자고 적극적으로 치료 계획을 설명드렸다.

환자분은 진료 받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에서부터 시작하여 환자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되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는 식의 반 협박까지 해가며 나를 압박해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빼버리면 남는 치아가 얼마나 되겠는가? 라는 생각에 필자 역시도 절대로 물러서지 않으며 잘만 치료하면 향후 20년도 더 쓸 수 있으니 나는 절대로 뺄 수 없다고 맞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계속 빼자고 하실 거면 다른 치과로 가시고 나를 믿고 진료 받으실 거면 오늘 진료를 들어가자고 단호하게 말씀드리고는 원장실로 들어와 버렸다. 그렇게 들어오고 보니 조금은 후회가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냥 하자는 대로 하게 두고 임플란트 심으면 보다 편하고 예후도 더 좋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료의 소신을 꺾는 순간 우리 직업에 대한 소명 역시도 다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원장실에서 대기하길 10여분…진료 팀원이 원장실로 들어왔다. 그 환자분이 결국에는 진료를 받기로 동의하셨다는 것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진료를 하러 갔으나 환자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었다. 얼마나 쓸 수 있겠냐는 것이 환자의 주된 불만의 이유였다. 다시 한번 우리가 타고난 치아의 중요성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고 진료를 시작했다.

이후 다섯 번에 걸쳐 근관치료를 하게 되었다. 근심 협측 근관의 과도한 석회화로 인해 근관장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환자분께 그 상황을 설명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랬더니 역시나 환자분은 짜증을 내시며 그러게 내가 빼자고 하지 않았느냐 하시며 나를 타박하였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조금씩 파일을 전진시켜가며 근관 치료를 마무리하였고 상부의 crown도 교체를 하였다.
결국 모든 진료가 다 끝나게 되기까지 환자분은 여덟 번을 내원하셨다. 처음에 시간이 없다고 했던 핑계를 대던 상황에 비하면 고맙게도 진료를 잘 받아주셨던 것이다. 그리고 진료가 끝나는 날 환자분은 본인의 딸을 데리고 오셨다. 치료 계획을 설명드리는데 체어에 앉아있던 환자분의 딸이 다른 방법은 없냐고 내게 물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렇게 투정을 많이 부리셨던 그 환자가 필자를 옹호하며 자신의 딸을 나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원장님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되니 너는 치료나 잘 받아!!!”

환자들이 순간순간 힘든 진료로 인해 고민을 많이 하고 투정을 부리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우리 의료진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타고나면서부터 우리 몸의 일부였던 자연 치아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보존하려는 마음에서 충성 고객의 연은 시작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현기 자연치아살리기운동 학술이사
성신 연세휴치과의원 원장

김현기 자연치아살리기운동 학술이사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 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대표전화 : 02-2024-9200 | FAX :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 광고관리국 02-2024-9290 |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