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업체와 간담회 등 적극대처 착수최근 치과 개원가에 컴퓨터 프로그램 정품 사용을 촉구하는 문서와 메일 등이 답지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소프트웨어 정품 사용 여부를 넘어 최대 수백만 원에 달하는 서버용 프로그램 구매를 ‘타깃’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기업의 지나친 ‘갑질’아니냐는 개원가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13일 서울 관악구의 한 개원의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사(이하 MS)의 법적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밝힌 한 법무법인의 문서를 내용증명으로 받았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정품 구매 권고’라는 제목의 이 문서에서 해당 법무법인은 “MS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정품 소프트웨어 구매 내역이 확인되지 않고 지속적인 구매 권유에도 응하지 않는 등 불법 복제를 통한 저작권 위반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며 심지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현황 및 구매 계획을 기재해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불법 소프트웨어를 계속 사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 “이해할 수 없는 처사”울분
이에 대해 치과 개원가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이미 4년 전 소프트웨어 공동 구매에 참여한 적이 있거나 최근 개원해 새로 컴퓨터나 관련 디지털 시스템을 설치한 경우에도 비슷한 수준의 요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년 전 공동구매가 주로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단속에 관한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사실상 치과적 진료 특성을 겨냥한 ‘공략’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내용증명 등을 받고 상황 파악에 나선 개원의들에 따르면 파노라마나 전자차트 등 디지털 시스템을 각 체어까지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는 치과들의 경우 MS가 메인 컴퓨터를 ‘서버’로 인식하기 때문에 결국 ‘서버용 OS’를 별도 구매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요약된다.
이럴 경우 치과 당 최대 수백 만 원에 달하는 견적이 나올 수도 있어 치과계 전체로 보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더 나아가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개원의 A 원장은 “저작권이야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지만 대형 병원이나 법인도 아닌 작은 동네 치과에서 운영하는 진료 시스템을 가지고 서버 컴퓨터 운운하며 고가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행태는 대기업의 횡포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식이면 모든 치과가 다 걸면 걸리는 것 아니냐”며 분개했다.
# “판매할 때는 아무 말 없더니”
해당 제품들을 판매한 치과 업체들의 책임 역시 크다는 지적이다. 최종 소비자인 치과의사에게 제품을 판매할 때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거나 부족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불완전 판매’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최근 불거진 전자차트의 공인인증 모듈 설치 문제나 모 대형 치과와의 서버 운영 프로그램 정품 분쟁 사례에서도 시종일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원의 B 원장은 “프로그램을 탑재한 시스템을 판 업체가 이런 문제를 만약 몰랐다면 그 자체가 잘못이고 알았다면 그 가격에 이미 포함돼 있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열린 치협 정기이사회에서도 이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진 가운데 치협에서도 관련 위원회를 중심으로 원인 분석 및 대안 마련에 나섰다.
김범준 치협 정보통신이사는 이와 관련 “현재 회원들이 받은 문서나 메일을 중심으로 법률적 검토에 나서는 한편 관련 업체와의 간담회를 가지는 등 다각도의 대안을 모색, 조만간 구체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