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수술의 문제점을 다룬 프로그램이 공중파를 통해 방영되었다.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 수술이란, 환자는 A 원장한테 수술을 받는 줄 알고 있었는데, 환자가 마취가 된 후 다른 B 의사가 들어와 수술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명백한 잘못이고,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방송프로그램은 대리수술을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가 한 경우를 들고 나와, 유령의사와 치과의사를 동일시하면서 이 문제를 치과의사의 잘못으로 오해할 수 있게 방송했다. 마치 경험이 없는 치과의사가 수술을 배우기 위해서 유령수술을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적반하장 식의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수술은 분명 성형외과가 만들어낸 성형외과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다른 진료영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대리수술’이 왜 유독 ‘성형외과’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가.
대리수술은 왜 하는가?
사실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수술은 성형외과에서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병원의 대표원장 혹은 스타의사 뒤에서 그림자처럼 수술만 한다고 해서 그림자 의사(shadow surgeon)라고 불리기도 한다. 유령의사 또는 그림자 의사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그들을 고용해서 수술을 맡기는 스타의사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
스타의사란 대개는 성형외과를 소유하고 있는 대표원장들로, 방송 매체에 자주 등장하여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 의사를 말한다. 스타의사란 흔히 말하는 명의와는 다르다. 의료에서 광고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과거에는 수술을 잘하는 의사들이 입소문을 타고 명의가 되었다. 하지만 마케팅의 힘이 커진 지금은 방송에 자주 얼굴을 비추고, 연예인을 많이 치료한 의사가 스타의사가 된다. 실력과는 무관하다. 고 신해철 씨를 수술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가 스타의사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스타의사를 만드는 데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든다. 따라서 자신이 수술을 직접 하던지 안하던지 관계없이, 대표원장 자신이 스타의사가 될 수밖에 없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페이닥터에게 돈을 들여 스타의사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방송에 자주 나오는 스타의사를 보고 병원을 찾게 되면, 상담은 당연히 스타의사들이 하게 된다. 상담이 많아지면 스타의사는 수술을 할 시간이 없어지고,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맡길 수밖에 없어진다. 하지만 환자에게는 ‘스타’가 아닌 다른 의사에게 수술을 맡기는 이 사실을 얘기하지 않고, 모두 ‘스타’인 본인이 수술을 하는 것처럼 설명한다.
이외에도 대표원장이 수술을 직접 하긴 하지만, 수술이 많아져 원장이 혼자 다 감당할 수 없는 경우에도 유령의사를 고용해 대리수술을 시킨다. 또 마케팅에만 전념하는 대표원장이 수술실력이 부족한 경우에도 수술을 잘하는 의사에게 대리 수술을 시키기도 한다. 양악수술이나 윤곽수술과 같은 얼굴뼈수술이 이에 해당한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얼굴뼈수술을 잘 못하기 때 문에 구강악안면외과의사에게 수술을 맡기기 위해 이들을 고용한다.
이처럼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수술의 폐해는 성형외과의 상업주의가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대리수술’이라는 잘못된 행동을 한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도 분명 잘못이 있다. 하지만 ‘대리수술’을 함으로써 환자를 속이기로 결정한 것은 전적으로 성형외과의사가 한 것이다.
또한 유령의사는 턱교정수술이나 안면육곽수술 영역을 제외하면 성형외과의사의 그 수가 훨씬 많다. 따라서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수술의 문제를 치과의사인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의 잘못으로 말하고, 이들이 마치 ‘수술을 배우기 위한 초짜의사’라고 매도해 방송에 내보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성형외과의 상업주의가 만든 폐해인 ‘대리수술’을 치과의사에게 뒤집어 씌우는 형국이다.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수술은 의료윤리적인 잘못일 뿐 아니라, 명백한 범죄행위다. 환자를 기망(欺罔)하여 병원의 수입을 챙겼으므로, 사기죄에 해당한다. 대리수술의 잘못은 일차적으로는 대리수술을 결정한 성형외과 원장 자신에게 있다. 하지만 성형외과의사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하는 성형외과학회나 방송에 나온 성형외과의사회도 2차적인 책임이 있다.
다행히 성형외과 내부에서 문제가 되는 병원을 검찰에 고발하고, 자성의 노력을 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정성 있는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몰고 회피하려는 것은 진정성 있는 반성이 아니다. 상업화된 일부 성형외과들이 의료인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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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민 앵글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