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21일 밴드 공연이 하나 열린다. 2010년부터 4개 밴드의 연주회로 시작되어 어느덧 6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치과의사로 구성된 5개 팀이 무대에서 함께 연주할 계획이다. 참여하는 연주자만도 무려 30여명에 이르고 무대 뒤에서 보이지 않게 도움을 주는 분들까지 헤아리면 50여명에 다다른다. ‘디디에스’, ‘몰라스 포레버’, ‘애틱식스’, ‘바이툴 밴드’로 대표되는 기존 팀에 ‘덴타폰’ 이라는 게스트 팀이 합류하게 되었다. 더 많은 치과의사 선생님들의 참여가 필요하지만 여건상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
남들이 보기에는 작은 학예회쯤으로 여길지도 모르나 이 공연을 준비해 무대에 올리는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하다. 공연장 준비, 공연 날짜와 시간, 포스터와 리플렛, 초대장 등 뿐만 아니라 여러 팀이 연주를 해야 하니 제한된 시간 내에 매끄러운 진행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공연이 2시간을 넘게 되면 관객이 지루해한다는 것이 공연계의 공식이다. 그래서 가급적 그 시간 이내에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기획을 하며, 연주의 수준 또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마추어이다 보니 결과가 항상 만족스럽지는 않다. 팀마다 연습은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으며 그 연습 자체를 즐기는 마음으로 밴드 활동에 임하고 있다. 연주회는 그 결과물을 선보이는 기회이나 그 힘들고 오랜 연습 과정이 더 아름답지 않나 싶다. 여러 팀이 순서대로 연주하게 되므로 팀마다 연주 순서, 곡의 숫자, 연주시간 등의 안배도 고려해야 한다.
신기하게도 6년 동안 팀마다 제출한 연주곡이 한 번도 중복되는 일이 없었고, 연주 시 제한 시간도 크게 벗어나질 않았었다. 곡은 수없이 많지만 사실 팀마다 연주 분위기와 선호하는 장르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같은 밴드 음악이라고 하더라도 다양성이 존재하는 무대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6회를 맞이하는 동안 힘든 부분은 있었으나 어떤 불협화음도 없이 공연을 치를 수 있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 배려와 양보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된다. 무대가 열리기 전까지의 여러 단계의 준비과정을 거쳐서, 공연 당일 리허설 하는 과정도 간단하지가 않다. 리허설만도 4~5시간 정도 소요되고 무대와 악기 설치는 오전 일찍부터 시작된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객석에 앉아 연주 순서를 기다리며 무대를 바라보았을 때, 그전까지의 분주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히려 고요함이 흐른다. 관객의 웅성거림이 들리는 소리의 전부이다.
하지만 지금도 저 무대 뒤편에서는 시작을 준비하는 팀들의 긴장감과 무대 스태프들의 마지막 점검이 긴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무대 뒤편에서는 음향 엔지니어와 조명스태프들이 스탠바이하고 있다. 곧 커다란 에너지의 기타 소리와 드럼 소리가 객석을 향할 것이다. 그 순간이 기다려지며 흥분된다.
여러 해 전부터 늘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언젠가는 “치과계의 문화제”가 열린다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 합창, 연극, 무용, 사진, 밴드와 클래식 공연 등 여러 장르의 치과의사들만의 예술제가 얼마든지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미 여러 방면에 아마추어를 넘어선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어떤 글에서 읽은 내용이다. 나이가 들어서 가장 후회되는 일들을 조사하여 순위를 매겨놓은 것이었다. 그중 첫 번째는 남, 녀 모두에서 ‘평생 할 수 있는 취미를 갖지 못했던 것’이라고 한다. 다행히도 우리들에게는 악기가 곁에 있어 행복하다. 악기 연주나 밴드 활동이 아주 오랫동안 건강하고 좋은 취미 생활로 지속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호진 양평 영진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