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 눈을 뜨면 좋겠다!

  • 등록 2015.11.24 10: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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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Essay 제2077번째

김정운 작가가 쓴 “창조는 편집이다”는 부제를 갖고 있는 에디톨로지를 읽었다. 작가는 1962년 생으로 1964년생인 나보다 2년 더 삶의 희로애락을 경험하였다. 그는 독일에서 문화심리학을 전공하고 귀국하여 대학교수라는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많은 책을 저술하고, 또한 자신의 생각을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재능을 지닌 교수였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삶을 부러워한다.

작가는 강의에서 Burn out을 삶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가 과하여 스트레스만 받고 있는 상황 ( 사전적 의미 : 만성적이고 장기적인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말로 감정적 소모, 비인격화, 개인적 성취감이 감소될 때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 이라고 정의 했다. 작가는 자신이 burn out 시기일 때 그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하고픈 일이 무엇인가 찾기 위해 고민하였다. 가장 하고픈 일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막연히 어릴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 했다는 기억만이 있을 뿐. 그래서 역으로 지금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무언가를 생각해 보았다. 대학에서 학생들 앞에서 수업하는 것이 가장 싫었다. 자신도 깜짝 놀랐다. 김정운 교수 자신은 강의에 대한 열정과 학문에 대한 사랑이 있기에, 그리고 학생들과의 교감 능력을 가졌기에 대학에서 강의는 가장 즐거운 일이고, 자신의 천직이라 생각하고 살았었다. 강의하는 것이 가장 싫다니! 그 충격은 무척 컸으리라. 그래서 작가는 3년전에 교수직 사표를 내고 일본으로 만화를 배우기 위해 떠났다.

안정된 직업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사는, 수입 없이 지출만 하는 가장의 생활. 남들은 그동안 모아 둔 재산이 있기에 그렇게 할 수 있다며 작가를 부러워하며 시샘했다. 하지만 자신의 천직이라 알고 있었던 교수직을 그만 두었을 때는, 작가 스스로 삶의 주인이고자 하는 절박함이 있었으리라.
 
김정운 작가의 에디톨로지를 유투브 강의 동영상과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하고픈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토행독(토요일의 행복한 독서)을 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하였다면 “하고 싶은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라고 답하였으리라. 토행독 3년 가까이 되면서 지금은 가장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자신 있게 답한다. 책을 읽고 정리하고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다. 20년이 넘게 정리하고 있는 치과관련 자료를 편집하여 책을 내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정리하고 있는 사람들의 재능에 관해 남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같이 하고 싶다. 하고픈 일에 모든 열정을 바쳐 즐겁게 일하며, 나에게 부족한 능력을 채우기 위해 공부하여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고 싶다.

‘가장 하기 싫은 것이 무엇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본다. 환자를 진료하는 것. 작가가 교수로서 강의를 하는 것이 가장 하기 싫은 것이었듯이 .1990년부터 시작한 치과의사로서의 삶,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노력하였다. 그 누구보다 진료에 성실하게 임하고 책임을 가지고 진료를 하였다고 스스로 자부도 한다. 치과원장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과제를 공부를 통해 실력을 늘려 극복하는 생활을 하였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과제를 성취하는 재미로 그동안 열심히 치과의사 생활을 하였다. 치과관련 몇 권의 책도 썼다. 원하는 학위도 획득했다. 모교에서 겸임교수를 6년 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쉬고 싶다.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 보다 실력이 부족할 때 사람은 Burn out이 온다고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의 강도가 높아지는 만큼 공부를 통해 실력을 올려 과제를 해결하면 인생이 Fun 하다고 한다. 이제 치과의사로서 실력을 올리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

작가는 에디톨로지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열정을 가지고 편집을 하면 창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토요일! 일요일! 토행독을 하기 전에는 여가생활을 즐긴다는 이유로 지인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토행독에서 일주일을 마감하는 기분으로 책 한권을 마치고, 새로이 지정된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설렘을 갖고 책을 읽고 정리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주제를 골라 여러 권의 책을 구매하고, 구매한 책을 읽고 정리하고, 정리한 내용에 대해 나의 생각을 글로 쓰는 재미로 휴일을 포함한 일주일을 보낸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왜 나는 작가처럼 나의 직업을 벗어 던지지 못하는 걸까? 교수라는 직업은 다시 하고 싶다하여 할 수 없지만, 치과의사는 폐업 하였다가도 다시 개업할 수 있는데.

8월 21일 금요일 아내와 자녀들이 없는 집에 혼자 있는데, 허전함에서인지 몸살 기운이 있었다. 저녁에 토행독에서 발표할 내용을 정리하고 잠을 들려는데 갑자기 내일 아침 눈을 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는 나 혼자 있다. 갑자기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 아내가 없는 공간이 그렇게 허전할 수 없다. 자녀 둘은 고3 그리고 재수생활을 하기에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한다. 내일 아침 눈을 떴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만약 나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수능을 앞둔 아이들이 수능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기에.

그런데 참 슬펐다. 나 자신을 위해 눈을 뜨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수능 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눈뜨기를 바라는 나.

김정운 작가는 에디톨로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편집하였을 때 창조가 나온다고 했다. 그러한 삶이 Fun 하다고 한다.

나는 내일아침 설렘을 갖고 눈을 뜨면 좋겠다.
내일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여야 하니까!  내일은 나를 위해 존재하니까!
그렇게 Fun 하게 살고 싶다.


박병기 광주 대덕치과의원 원장

박병기 광주 대덕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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