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산이와 매드클라운의 더블 싱글 앨범 ‘못 먹는 감’이 연일 싱글앨범차트에서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이 노래의 제목인 ‘못 먹는 감’은 ‘못 먹는 감 찔러본다’는 속담을 차용한 것으로 한 남자의 저돌적인 사랑 표현에 대한 유머러스한 묘사와 제목이 가지는 세속적인 의미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편 여러 임상가들은 ‘못 먹는 감’으로 ‘치의학 연구’를 많이 생각합니다.
필자는 단국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 치과대학 치과생체재료공학교실에서 박사 학위 (지도교수:김경남)를 취득한 후 현재 전문연구요원으로 단국대학교 조직재생공학연구소(소장:김해원)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많은 분들이 생소할 수 있는 전문연구요원이란 제도는 주로 공대, 자연대생이 군복무를 대체하여 대학원이나 국방부 지정 연구소에 3년 동안 근무를 하는 것입니다. 10여년전 부터는 기초(치)의학을 전공하여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별 무리 없이 지원해서 합격 가능한 제도입니다. 공대, 자연대 전문연구요원의 경쟁률은 3:1이 넘는 데 비해, 기초(치)의학을 전공하면 지원하게 될 기초의학계 전문연구요원은 1:1미만의 경쟁률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임상학(보철, 보존, 치주, 교정학 등)에서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다고 하여도 기초(치)의학이 아니기에 지원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본 필자에게 치의학연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점은 바로 논문을 출판한다는 점과 국내 및 해외학자와 공동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치과대학생 시절 다양한 치의학 교과서를 읽으면서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런 교과서가 나오게 되었는지 매우 궁금하였는데 대학과정에서 여러가지 SCI(E)의 연구 및 종설 논문을 접하면서 그 과정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치의학 교과서의 내용들은 이전 연구자들이 실험한 논문 결과들을 총 집대성 하여 일관된 서술방식으로 독자로 하여금 읽기 편하게 정리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연구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되고 이것이 교과서에 실린다면 그것 또한 가치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국내 및 해외 학자와의 공동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은 SCI(E)논문의 저자들의 다양한 소속 기관을 보면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 나라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서 공통된 주제로 연구를 하고 결과를 취합하여 하나의 논문으로 펴내는 일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왜냐하면 논문을 출판하는 일은 매우 유기적인 관계와 심도 있는 대화가 필요함에도, 이러한 과정이 오프라인 상에서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직접 공동연구를 하면서 관찰하였습니다. 또한 다른 면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이러한 공동연구가 이루어지는 출발점이 바로 국내 및 국제 학회인 것입니다. 해당 학회에서 포스터 또는 구두 발표 시에 만나는 학자들 사이에서 공동연구가 많이 시작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더라도 비슷한 주제가 있으면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을 경험상 알 수 있듯이, 학회장에서도 비슷한 연구 분야 또는 비슷한 주제에 흥미가 있는 사람끼리는 그 언어가 한글이든 영어든 의사소통이 잘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만남 이후에 서로 교환된 명함을 통하여 공동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되고 또한 이후에는 친한 친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게 됩니다.
최근에 전세계 치의학자와 치과인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한국에서 개최가 된다는 사실은 본 필자의 마음을 뜨겁게 합니다. 그 이유는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국내에서 치의학계에서 저명한 저널에 출판되기 전의 최신 연구내용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치의학자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6월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2016 국제치과연구학회(IADR) 학술대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반갑게도 치과의사협회에서 해당 학술대회에 보수교육점수를 부여해 성공개최에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이 학술대회는 매년 약 1만여명의 전세계 임상 및 기초 치의학 전공자들이 모이는 자리이고(필자의 경험상 임상치의학자들은 참가자의 50% 가량 입니다.) 그 참가자수 만큼 다양한 분야의 주제가 구두 및 포스터 발표(2015년 기준 450여개 프로그램, 2300여개의 포스터 발표)로 다루어집니다. 참가자의 50% 가량이 임상치의학자들이기에 임상진료에 도움 될 수 있는 최신의 임상결과, 신기술 및 신재료를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허락되는 한 국내에서 개최되는 전세계 치과인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2016 국제치과연구학회(IADR) 학술대회’에 참석하여 ‘못 먹는 감’이라 생각되었던 치의학 연구라는 감을 살짝 시식해보면 이 얼마나 좋지 아니할까 생각해 봅니다. 공통 관심사를 가진 해외 치과인과 어깨동무하며 사진을 찍고, 명함을 교환하고 보수교육점수 받는 일은 보너스 입니다.
이정환 박사 단국대 조직재생공학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