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의 어느 일요일 늦은 오후에 얼마 전 미국에서 2년 정도 공부를 하고 최근에 돌아온 대학동기를 만났습니다. 보통의 치과의사들과는 달리 선교학을 공부하고 왔으며, 평소에 긍정적이고 느긋한 사고방식에 가끔은 제가 조바심을 내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도 식사라도 함께 하고자 했으나, 치과의 정리문제가 마지막까지 여의치 않은 이유 등으로 훌쩍 떠나고 특별한 연락도 없어서 섭섭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그런 문제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습니다. 하늘에 뜻이 있어서인지, 자기만 생각하고 쉽게 잊어버리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월에 도착한 후에 정기총회를 미루면서까지 6월에 소속분회의 회장으로 추대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속해 있는 경기지부에서 분회 일을 하고 있는 지인들을 수소문 하고 있던 차에 내심 반가웠습니다. 겸사겸사 요즈음 제가 관심이 있는 주제로 카톡을 보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미국생활 중에 공부한 이야기, 아이들의 교육문제, 미국에 있는 동기와 선배 이야기 등을 나누었습니다. 개인적 궁금증과 함께 치과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보통의 치과의사들이 걱정하는 최근의 치과경영적인 측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별로 없었습니다. 친구의 논리를 들어보니 미국이나 호주 등 우리보다 치과의사의 여건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 나라에서도 우리들만큼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측면이 존재하고 있으며, 요사이 우리들을 조여들어오는 상황들은 어차피 우리들이 감내해야하는 상황일 수 있고, 이로 인한 수입의 감소는 개인의 경제적 욕심을 줄여서 적응해야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러한 나라들에서는 현재의 우리들이 생각지도 못한 압박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치과의사 집단이 아닌 일반 국민들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치과의사들의 역할이나 존재가치가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의 수입을 허용하는 분위기인가의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게 합니다. 혹시나 우리 자신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특권들이 우리의 사회적 기여도에 비하여 과분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현재의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서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의 증가를 위한 사업들은 추구할만한 사업이고, 치과의사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 것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우리는 치과의사란 직업에 대하여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까? 감사하게 주어진 천직이라는 생각이 더 많은 시간을 지배하나요? 아니면 여러 가지 여건으로 인한 불만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시나요? 저만해도 어떻게 치과의사라는 직업인이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다소 얼떨결에 대학에 입학해서 지금까지의 긴 시간을 보내온 듯 합니다.
최근에 치과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계기는 부천시 이사회에서의 활동을 통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논리도 아니고 대의를 위해서도 아니고, 생존의 문제로서 절박한 심정으로 올해 들어 치과계 신문을 정독하고, 부천시 치과의사회의 카페 혹은 이사회 멤버들과의 카톡방과 이사회를 통해서 많은 논의와 의견피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가끔은 한계상황에 다다른 느낌으로 침울하기도 하고, 현실성 없는 이상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만 이러한 고민이 분명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서 변화된 마음가짐은 불평에 기반을 두고 생각한 내용들이 감사한 마음으로 포장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어떤 경로를 거쳐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으로 살아오게 되었는지는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누구인지를 기억하고, 현재의 자연인 치과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최유성 경기지부 정책연구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