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2021.07.14 11:48:59

스펙트럼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마이클 샌델이 2008년 출간한 “정의란 무엇인가”는 2009년 번역되어 2010년 국내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아직까지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셨듯 저는 justice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definition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정의에 대한 정의, 즉 정의를 definition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말장난은 그만하고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국어사전에는 정의란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정의의 뜻 자체는 그닥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그 정의가 개개인별로 혹은 집단별로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상적인 대화가 사격 전에 영점 조정을 하듯, 그 대화의 키워드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하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스톱을 칠 때, 수 많은 로컬 룰이 있지만 이를 정하고 시작해야 하듯이, 대화를 함에 있어서 정의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은 조율 없이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의, 즉 뜻을 해석함에 있어서 불법과 합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아전인수격 해석, 말 바꾸기 논란, 내로남불의 사자성어 격인 아시타비 등도 모든 정의가 명확하게 내려져 있다면 논란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개인이 건강한 정의를 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 이야기겠지만, 건강한 정의를 공유한 집단이 건강한 관계일 것입니다. 집단 내에 건강하지 못한 정의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 그 집단은 피곤하게 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전인수격의 해석이나 말 바꾸기, 혹은 내로남불의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불법과 합법의 줄타기에서 자주 불법으로 미끄러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입니다.

 

명확한 정의를 권위있는 단체에서 계속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근자에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에서 MRONJ 환자 치료에 대한 프로토콜이나 항혈전제 투여 환자에 대한 컨센서스를 발표해주신 것이 학술적인 정의를 내린 것으로 고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학술적으로만 아니라 여러 각도에서 이러한 일들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권위와 정의는 흡사 늘어나는 눈덩이와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 정의는 그 단체에 권위를 부여하며, 그 귄위를 통해서 더 명확하고 건강한 정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는 앞서 언급한 건강하지 못한 정의들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아이러니 하지만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일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래서 거짓 광고나 선동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거짓은 마치 잡초 같아서 내버려두는 순간 금새 자라납니다. 때로는 지리한 싸움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잔디밭에 정말 잔디만 키우고 싶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공동체도 마찬가지로 참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소통이란 절대로 일방적인 방송이 아닙니다. 널리 퍼뜨리는 홍보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듣지 않는 사람의 말에 영양가가 있기 어렵습니다. 소통은 일종의 영점 조정입니다. 오케스트라는 한 곡을 연주하기 전 반드시 조율을 합니다. 많이 듣고 적게 말하기 위해서 귀는 두개고 입은 하나라는 말도 있습니다.

 

더 나은 사회, 더 건강한 집단이 되려면 소통은 필수불가결한 것 같습니다. 고인 물은 썩을 수 밖에 없는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치과계가 깨끗하고 건강한 집단이 되길 소망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항진 사랑이 아프니 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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