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충돌(衝突): 영업(營業)과 봉사(奉仕) 사이

2021.07.21 13:29:29

시론

세상살이 모든 것에 정답이 없는 계륵(鷄肋)같은 상황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치과의료계의 수가와 관련한 현실은 오랜 기간 역사와 함께 꼬인 결과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의료인 개인의 가치관과 국민 혹은 관련 단체/기구와의 입장차, 심지어 정치인들의 이익추구에 의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다수의 치과의사들이 근관치료 보험수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자존심을 지키며 의료인으로서 본분을 다해 진료에 임하기는 하지만, 치과쟁이, 돈벌이를 추가하는 비양심 의료인의 이미지가 사회적으로 이미 고착화된 상황도 부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마음 불편한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자존심을 지키며 진료하시는 많은 분들이 우리 주변에 계신다.

 

사회주의가 아닌 시장/자본주의에서 보건의료업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대출과 고용을 바탕으로 진료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진료봉사활동과 영업활동의 괴리는 당연한 상황이다. 물론 영업활동이 당연하다. 진료행위의 차이나 진료수혜인원의 차이에 따라 영업활동의 수익의 차이가 나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배경에서 진료 행위의 가치보다 수익성의 가치를 높게 갖는 순간 환자의 치아는 구강 외로 배출될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런 위험성을 통제하는 것이 의료윤리이며 우리의 자존심이다.

 

대부분 치과의사들이 그러함을 인정하고 자연치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윤리적 판단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최소한 개인적으로는 그리한다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과거, 아직도 많은 선배 치과의사들이 치과이름에 선생님들의 성함을 넣어 “홍길동 치과의원”으로 개원을 하셨다. 그 때만 하더라도 윤리성이 더 우수하였을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랬을 것이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은 ㅇㅇ플란트치과, #플란트치과 등 임플란트 전문병원을 표방하다 못해, 숫자치과의원이 다수 번듯하게 개원을 하여 각자의 가치를 바탕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필자는 ㅁ플란트치과 등의 영어식물치과를 폄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영역을 잘 표현하는 방식으로 학문외과, 유박외과나 속편한내과와 동등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도로를 주행하는 버스의 외벽이나 지하를 질주하는 지하철의 내벽에 붙어있는 ㅇㅇ만원의 진료비 직접 노출 홍보는 절대적으로 피하여야 할 집단의 가치 저하를 부르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50만원 코높임, 30만원 앞트임, 100만원 기적확대 등의 광고가 없고, 50만원 불로보약, 30만원 만수무강침 등의 광고를 본 적이 없는 치과의사로서 의료계에 유일한 현질금액광고가 부끄럽기 그지 없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광고를 하는 분들의 가치기준 차이도 원인이지만, 이를 허용하고 있는 치과계 집단 지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명 이름으로 개원하고 봉사의 마음으로 잘 운영하고 있는 분들도 고뇌를 피할 수 없는 현실이 이어지는 것 같다.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7월 초순에는 치과계의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중요한 정책이 많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으나, 필자가 기대하는 금액광고 금지를 포함한 치과계의 위상 강화를 위한 실천 방안이나 제안을 듣거나 보지는 못한 것 같다.

 

필자는 재근관치료를 하면서 간혹 파일 파절편을 제거하기도 한다. 파절편을 제거하는 데 현미경은 당연하고 부가적인 재료로 초음파 기구를 사용한다. 다이아몬드팁도 사용하고 티타늄팁도 사용한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 팁이 하나 혹은 두개가 파절된다. 술자가 잘못 사용하여 부러진다고 할 수 있겠지만, 보통 깊은 위치의 파절편을 제거하거나 포스트를 제거하려면 하나 정도 기구가 부러지는 것은 거의 당연한 일이다. 결국은 파절기구의 제거 시도 자체만으로 근관치료 수가에서는 적자가 형성되는 것이 필수이다. 20만원 기구가 하나 부러져도 수익은 만원 미만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원가에서 발치를 선택하거나 대학으로 의뢰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필자 입장에서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개인적 자존감을 위해 진료를 하여 미필적 고의에 의해 병원에 손해를 입히는 배임행위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니켈티타늄 파일을 능숙히 사용하지 못하는 1년차 전공의와 임상 경험 25년 교수의 근관치료 수가는 동일하다. 어차피 나라에서 정한 것을 따르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이기는 하지만 미필적 고의의 배임을 피하고 병원 재정에 손실을 입히지 않도록 가치 기준을 바꾸는 날이 곧 다가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전문의 제도가 확장되고 바른 정착을 도모하고 있는 즈음, 대한민국의 진료수가는 국민건강보험제도와 심사평가원의 통제에 의해 임상 진료의 자율성을 잊은지&잃은지 오래이다. 이런 현실은 임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학문적 과학적 발전을 추구하는데 장애가 되거나 국제적인 경쟁력의 저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모든 상황을 일거에 해소하고 절대다수 임상가들이 자존심의 상처없이 진료의 현장에 임할 수 있기 위한 방법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유추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타개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제안하고 토론하고 필요한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치과의료행위의 가치”를 상대적 가치로 숫자 메김하는 것이 역사의 흐름과 함께 고착화되어 변경하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고, “치과의료인의 사회적 가치”는 급변하는 사회 경제적 변화와 함께 더욱 지켜내기 어려워지고 있다. 치과계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우리의 가치를 지키려고 한 목소리를 내야 할 시기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종결되고 슬의생 시즌3가 오기 전에 “슬기로운 치과계”를 만날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현철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교수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한진규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