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행복하지 않다는 내 친구들은

2021.07.29 14:57:08

스펙트럼

뭘 해야 행복할까. 시대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계속 변해왔다. 가방끈도 키도 짧은 내가 뭘 멀리 보겠냐만, 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는 행복으로 보인다. 우리 모두 행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의 행복은 무엇일까. 나는 사는 게 RPG1) 같다고 자주 생각한다. 다분히 목표 지향적인 것이다. 다양한 역할과 경험을 맛보고, 목표를 수행해나가며 레벨을 올린다. 쨘- 돈과 명예가 주어진다.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람과의 관계는 덤이다. (그래서 목적 없는 관계는 소홀히 하게 된다.)

 

덕분에 항상 뭔가를 이루려고 아등바등했다.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나의 그 “뭔가”란 멀리서 보기엔 참 맥락 없게 보인다만, 큰 맥락에서 보면 몇 가지 범주 안으로 묶인다. 가장 설명하기 쉬운 범주는 보람이다. 타인에게 행복을 줘서 얻는 보람이나 창작의 보람 등이다. 당장 오늘도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 살았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지금 글 쓰는 이 행위도 나에겐 “목표”다!) 근데 그게 참 재밌다. 목표를 수행해나가는 과정도, 돌아오는 달콤한 결과도 모두 행복이다. 덕분에 재미지게 잘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물론, 정도의 차이일 뿐, 다들 비슷하게 느낄 것이다. 작은 목표를 수행하는 것부터 하나씩 성취감과 행복을 느껴보라는 자기 계발서의 구절들도 참 많으니 말이다.

 

친구들이 묻는다. ‘참 재밌게 사는 거 같은데, 어떻게 그러냐?’고. (대답은 허무하게도 그냥 원래 이런 사람이라 그렇지, 이렇게 되기 위해 노력한 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본인의 불행을 노력의 부재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대는 열심히, 또 멋지게 잘 하고 있어요!) 다만, 문제는 그 질문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본인이 행복하지 않고 삶이 재미없다고 느껴서 묻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행복하지 않다 느끼는 친구 중에 치과의사도 많았다. 선후배 가릴 것 없이... 가령 개원했는데 치과가 잘 안된다거나, 치과 일이 너무 힘들다거나, 뭐 환자와 대판 싸우고 있다 보면 이러려고 치과의사 했냐는 회의감도 든다하고, 직원과의 트러블, 선배의 괴롭힘과 교수들의 폭언 등등... 벌써부터 행복하지 않다는 내 친구들은 나를 참 무력하게 만든다. 우리 아직 60년은 더 살아야 되는데!

 

힘들다는 친구들한테 나 따위가 어쭙잖게 조언할 생각은 없다. 가만히 들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머리를 맞대며 여러 상황에서 해결점을 찾아본다. 생각해보면... 부끄럽게도 근본적인 도움이 된 적은 없다. 맥주 한 캔과 치킨만이 뱃속에 남았을 뿐. 하지만, 혹여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남겨보는 약간의 팁이 있다. 본인의 욕망에 좀 더 솔직해지고 그것에 힘을 싣고 앞으로 걸을 때, 문제가 해결된 적이 많았다.

 

다만, 치과의사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때 아쉬운 점이 하나가 있다. 대부분의 치과의사 종착지가 “개원” 하나뿐인 현재의 상황이 아쉽다. 이 문제만 해소되어도 많은 치과의사들이 덜 불행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인 시스템을 자체를 바꾸어야 하는 문제기 때문에, 몇 가지 방안이 생각은 난다만 쉽게 꺼내기가 어려운 문제다. 항상 그렇듯, 별 결론은 없는 넋두리이다.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들 한다. 행복을 널리 나누기위한 방법을 가까운 친구들과 꽤나 구체적인 방법으로 모색하고 있다. 큰 그림은 거의 그려졌으니, 많은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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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ole-Playing game. 흔히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게임’으로 인식되는 게임 장르다. RPG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어떤 역할을 연기하는 모든 게임을 통틀어서 말하는 단어로서 사용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은욱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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