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憎)

2021.09.06 10:21:23

Relay Essay 제2464번째

사람은 선천적, 도덕적으로 자신이 가지는 본성이 있다. 미움은 인간의 본성이 외부 사물과 접해서 형성되는 일종의 성질이다.


형성된 성질에는 일곱 가지 정(情)인 칠정(七情)이 있단다. 즉 기쁨(喜), 노여움(怒), 슬픔(哀), 즐거움(樂), 사랑(愛), 미움(惡), 욕심(慾)이 있단다. 불교에서는 기쁨(喜), 성냄(怒), 근심(憂), 두려움(懼), 사랑(愛), 미움(憎), 욕심(慾)이 있단다.


미움은 남이 나보다 잘 되거나 낫게 되는 것을 공연히 시기하고 샘내고 미워하고 증오하는 거다. 나쁜 성질이다. 나쁜 성질이라 해도 이런 성질은 있게 마련이다. 살아가는 동안의 미움이 어떠한지 알아보자.


“아홉 살 일곱 살 먹을 때까진 아홉 동이네에서 미움을 받는다”라는 말이 있다. 즉 아이들이 아홉 살까지는 장난이 심하고 말을 잘 안 들어 이웃으로부터 말을 듣고 미움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런 미움은 그냥 생기는 거다. 사물이나 모상을 만나 생기는 게 아니다. 이쁜 미움이다. 아홉 살이 미움을 받자고 스스로 말을 안 듣고 장난을 심하게 하는 게 아니다. 단지 천성으로 내려오는 거다.


아홉 살짜리는 어른들로부터 야단을 맞고 미움을 사나 자기네끼리는 미움이 없다. 다만 소소한 다툼이 있다. 이 다툼은 성장을 위한 과정이다.


사춘기가 되면 초경이 비치고 몽정(夢精)이 울컥한다. 성증(性症)이 나타난다. 체모(體毛)가 거뭇거뭇해진다.


자기도 모르게 신경질이 심해지고 짜증이 나며 반항적으로 변한다.
순진하고 말 잘 듣던 애가 말대꾸를 하고, 혼자 있고 싶어 하고, 간섭을 받지 않으려 한다.


몽정이 터지고 목소리가 굵어지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닌데 공연히 자신을 애태우며 심오한 생각에 잠긴다. 자신은 심오하다 여기나 쓸데없는 잡념인 것을......


아마 요 시기를 지나면 자기의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길 거다. 즉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사단(四端)의 하나인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생길 거다.


대학을 가고 사회에 나가는 청년기가 되면 바쁘고, 긴장되며 조급해진다. 때로는 술을 먹어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려고 애를 써 보기도 한다.


하고 싶은 거는 많은데 제대로 되는 거는 하나도 없다. 고달픈 취준생 신세다.

 

“시집가라. 남자 친구 있니?”
“취직했니?”
“장가를 가려면 살 집은 장만해야지!”
“에이 빌어먹을 놈의 세상, 확 뒤집혀라!”

 

나보다 먼저 취직한 놈이 밉다. 좋은 대학에 들어간 친구가 밉다. 외국에서 공부했다고 거들먹대는 놈은 더더욱 밉다.

 

주위에는 모두 금수저 같은데 나만 흙수저 같다. 사리를 분간 못 하고 미움으로 가득 차 몸이 고달파지고 하는 일은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정신을 차려야지 다짐한다.


이때가 사단(四端) 중의 하나인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씨인 시비지심(是非之心)의 때이리라!
중년을 넘으면 사회적으로 안정이 되고 가정도 제자리를 잡아 균형 있게 돌아가 중후한 세월을 보낸다.


자식들도 이제는 출가해 자기 밥벌이를 하니 큰 걱정이 없다. 단지 걱정이라면 자신의 건강관리다. 그래서 헬스도 다니고 등산도 가고 해외여행도 간다. 봉사도 다닌다. 이웃을 생각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남을 미워하며 경쟁자로만 여겼던 마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겸손한 마음을 가져본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남을 헐뜯고 시기를 했던 마음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사단(四端) 중에 겸손히 남에게 사양하는 마음인 사양지심(辭讓之心)이 생긴다.
고희(古稀)를 넘어서면 기력도 쇠잔하고 의욕도 희미해져 나 스스로 무기력을 느끼게 된다. 모든 게 덧없어 보이고 풍진세상이 하루아침의 안개 같다.

 

누구를 탓하기도 싫고 누구를 욕하거나 비양할 필요도 없다. 살 만큼 살았구나 싶다. 그래도 동아줄 같은 명줄은 계속 간직하게 된다.


맥없이 죽어가면 지금까지 고생한 내가 불쌍하고 측은하다. 동아줄 같이 질긴 생명줄을 이어가는 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게 아니다.

 

사는 데까지 살다 보면 미워하고 치열했던 지난날의 업보를 다소나마 깎아주지 감해주지 않을까 싶어서다. 미워하고 싸우고 다투고 견주고 아옹다옹한 게 다 부질없고 덧없다. 나 자신에게 측은한 생각이 든다.


이게 사단(四端)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인가 보다.
이제야 제정신이 드는 모양이다. 철이 드는 모양이다.
철이 들면 죽는다고 하던데......

신덕재 중앙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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