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생 ‘날적이’

2022.05.23 10:24:49

Relay Essay 제2501번째

어느덧 초록빛이 점점 진해져 가는 5월에 접어들고 이번 학기도 어느새 반을 넘어 달려가고 있다. 영광스럽게도 이 글을 쓸 기회를 준 나의 2022 KDSA 총대표라는 자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면서, 대표라는 이름으로서 필요한 자세와 그동안의 원내생 실습생활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동기들에게 또 곧 이 실습생활을 시작할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본과 4학년이 되면서 졸업준비위원회 대표, 소위 총대표라 부르는 자리를 맡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항상 어떤 대표가 될 것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물론 예과 1학년때부터 지금까지 4번이나 학번의 과대표를 맡아 일해왔지만, 사실 그 직책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모두가 처음 만난 첫 학기부터 과대표를 맡다 보니 그저 대다수 인원이 즐거울 수 있는 생활이면 그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총대표가 되면서 원광대학교 치과대학 익산본원의 피성희 병원장님께서 조언해주신 말이 깊이 각인되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교수님께서는 대표로서 어떠한 자세를 가지고 동기들과의 병원생활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말씀은 지금까지도 그 답을 완전히 확정짓지 못한 채, 어리숙한 나라는 대표의 숙제로 남아있다.

 

우리는 지금 함께 지낸 지 6년차를 맞이하는 동기들과 대전병원에서 원내생 실습생활을 하고 있다. 원내생 생활은 우리 모두에게 정말 유익한 실습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님들과 선생님들의 진료를 옵저하고 또 보조하면서, 5년간 책으로만 보아 온 것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고, 그렇게 이론과 실전의 괴리감을 줄여나가는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또 환자들을 대하는 의료진의 전문적인 모습을 보면서 ‘과연 현장에서 진료를 보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하는 존경심으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치과의사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그 밑바탕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런 원내생 생활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그동안 교실에서 만나는 정도의 단순한 동기 관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병원이라는 조직의 일원이 되어 외부인인 환자를 대하고 다양한 역할의 조직 구성원들을 대하는 사회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모두에게 처음이고 낮선 일이라서 원내생 생활이 마냥 쉽고 즐거웠다고 말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중에도 특히 많이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몇몇 눈에 띄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모두가 낯섦과 어려움을 가진 환경 속에서 서로 고충을 털어놓고 또 그에 공감하며 격려하는 와중에 우리 관계는 더욱 견고해지고 서로를 더 가깝고 깊이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원내생 생활은 양날의 검 같기도 하다. 사람이 모이는 사회라면 늘 그렇듯, 크고 작은 문제들도 생기기 마련이었다. 수십년이 넘도록 각자 다른 사회에서 지내 온 우리들이 모여 생활하는 이 병원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때로는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다르게 판단하고 그 다른 생각이 틀린 생각으로 알려지기 쉬웠다. 좋은 의도가 오해를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을 너무나 조심스럽게 여긴 나머지 그 오해를 풀지 못해 사실로 받아들여져 감정이 상하게 되는 일도 있었다. 누구의 편을 들기도, 들지 않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견해에 공감해주지 못했던 옆 사람에 대한 원망도 있을 수 있겠다.

 

이런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나는 대표로서 행동해야 할 방향이 조금은 잡힌 것 같다. 동기들의 힘듦과 고충을 간과하지 않고 ’같이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대표로서 또 함께 걸어가는 원내생으로서 절실하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생각이 실습기간이 다 끝나가는 5월의 초일이 되어서야 공고해진 것이 스스로에게 조금은 아쉽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졸업하기까지 다 함께 국가고시를 위해 또 한번 힘을 내서 달려가야 한다. 이제는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피부로 알게 되었으므로 졸업까지 남은 기간 동안 여전히 총대로서 어떻게 동기들을 대하고 동기들과 소통할지 작은 다짐을 해 본다. 모두가 같이 나아갈 길을 찾아 보자고.

 

최대 10살이라는 나이 차를 떠나 이제는 동기들과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것처럼 서로 막역하게 지내고 있는 걸 보면 나는 참 좋은 동기들을 만난 것 같다. 내가 형, 오빠로서 동기들에게 모범이 된다고 자신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동기들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내가 원내생 생활을 하며 얻은 것들 중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로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고, 되려 격려해주고 많은 신경을 써주는 동기들에게 이 글을 빌어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김태완 한국치과대학학생연합(KDSA) 총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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