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고 우아한 직업?

2022.07.13 13:37:39

스펙트럼

요즘 참 덥고 습한 계절입니다. 저번주까지는 비가 많이 와서 각종 도로들이 침수되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이번주는 7월초부터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덥고 힘든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더운 날씨가 지속되다 갑자기 엄청난 소나기도 쏟아지고 그 습기로 더 후덥지근한 힘든 나날입니다. 밤에는 열대야로 땀을 흘려가며 자다깨다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밤에 잠을 잘 못 자니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낮의 더위는 더 견디기 힘든 것 같습니다.

 

새벽수영을 다니고 있는 저는 요즘 같은 시기에 새벽에 가서 찬물에 수영을 하고 오는 것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습니다. 밤새 뒤척이며 끈적끈적한 몸을 이끌고 수영장을 가서 개운하게 샤워하고 찬물에 수영을 하고 나오면 그렇게 개운할 수 없습니다. 치전원 입학전부터 하던 수영이지만 치과의사의 직업과 요즘 같은 날씨에 저에게 잘 맞는 운동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아침수영을 하면 그 안에서 참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직업도 매우 다양하고 나이도 80이 넘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다양합니다. 입시를 앞두고 있는 몸 좋은 고등학생, 제 학창시절 은사님, 자동차세일즈맨 형님, 가정주부, 자식들을 해외 이민 보내시고 혼자 지내시는 할머님, 큰 건물을 갖고 계신 건물주 할아버지, 유력정당에 소속되어 있는 정치인 등등 매우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얼마전에 수영을 하고 나와 씻으며 공사현장에서 일하시는 한 분에게 얼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즘 일할 때 정말 너무 덥고 힘들다고 하시며 저에게 실내에서 시원한 에어컨바람을 쐬며 여유롭고 우아하게 일하는 것이 부럽다고 말이죠. 우아하게 환자와 이야기하면서 일하고 돈도 많이 벌고 부럽다고 말이죠.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일반인 분들이 갖고 있는 인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을 쐬며, 겨울에는 따뜻한 실내에서 우아하게 환자와 이야기하고 진단하고 많은 돈을 버는 직업으로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편견입니다. 자기가 하는 일이나 주변인들이 하는 일이 아니면 편견을 갖고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치과의사에 관한 직업만큼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큰 직업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 직업도 몸으로 일하는 직업이다 보니 고된 직업이라는 것을 잘 몰라줍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저도 이제 슬슬 손목이 시큰거리기 시작합니다. 또한 많은 선배님들이 목이나 허리디스크를 호소하시고, 밝은 라이트로 어둡고 작은 입 속을 보느라 눈도 많이 나빠지는 몸을 혹사시키는 일이지요. 그리고 물론 다른 노동집약적인 직업들에 비해 수입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많은 환자를 보고 몸을 고생 시켜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백조가 생각납니다. 물위로는 우아해 보이지만 물속에서는 물위에 떠있기 위해서 발을 버둥버둥거리고있는 백조 말이죠.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좋게 포장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생을 알아봐 주지 못하고 편한 직업으로 인식하는 것을 보면 가끔 서운한 마음도 듭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우리의 고생을 알아주는 환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더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습하고 더운 요즘 손목이 시큰거리는 와중에 생각나서 한번 끄적여 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혁 치과의사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