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야회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2022.09.26 10:16:12

Relay Essay 제2519번째

저희 녹야회는 한자로 사슴 鹿, 들 野, 모임 會로, 들판에는 푸르른 풀들이 잘 자라고 있고, 사슴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받은 은혜에 감사하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각자 가진 능력으로 사회의 구석지고 어두운 곳을 찾아 치과의료 봉사를 하고자하는 치과의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 기자재 등 치과계에 종사하시는 선생님들이 모여서 만든 봉사 단체입니다.

 

1977년 11월 27일 4명의 치과기공사 선생님들이 모여 친목, 봉사, 사랑의 기치를 들고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 봉사 활동을 전개하기로 한 이후, 1977년 12월 만남 때, 동두천 백석고개 나환우(한센병) 정착촌 어느 환우가 치아가 아파 보건소에 갔는데 나환우라고 회피하며 치료를 못 받는다는 말을 전해 듣고 해결방안을 논의하던 중, 1979년 5월 초 경기도 포천군 신북면 신평 3리 포천 음성 나환자 정착촌(포천 농축단지)를 방문하여 진료지로 정하고, 5월 13일 인천 어느 치과의원 원장님이 기증해 주신 유닛 체어(치과 진료의자)를 용달차에 싣고, 농축단지 최 회장님 댁의 구석진 방에 장비를 설치하여 진료실을 마련하고, 1979년 5월 27일 포천 농축단지에서 처음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진료 장소를 정하고, 진료 준비를 하는 동안 나환자의 치과 진료를 담당해 주실 치과의사 선생님을 백방으로 수소문해 부탁해 보았으나, 나환자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하곤 하였습니다. 허나, 하늘이 도움이신지 작고하신 기창덕 원장님과 강대건 원장님의 협조와 도움을 받아 첫 진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최시룡 박사에게 나환자에 대한 기초강의를 듣고 피부 접촉으로도 전염될 수 있으니 고무장갑을 철저히 끼고 진료하라는 설명을 이미 들었으며, 첫 진료를 위해 시외버스를 타고, 포천 나환자촌의 진료실에 도착해서 나환자의 치아를 발치하는데, 환자의 일그러진 눈망울과 속된 말로 문둥병 환자를 진료한다는 생각과 피부접촉에 의한 전염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한 강원장님의 얼굴은 매우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인연으로 1982년 초, 군의관의 신분으로 포천 음성 나환자 정착촌(포천 농축단지)에서 진료 봉사에 참여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때부터 현재는 작고하신 6명의 원로 원장님들께서 적극적으로 진료에 참석해 주시면서, 나환자촌의 진료는 더욱 활성화 되었습니다. 이후 1982년 11월 8일에는 처음으로 녹야회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한장술 원장님을 초대 회장으로 추대하여 새 집행부가 탄생하게 되었으며, 순조롭게 1983년 4월 24일까지 진료를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1984년 5월 이후 부천 성가양로원, 안양 사랑의 선교회 양로원, 정릉 안나의 집 양로원 등에서 진료를 지속해 오던 중, 1987년 5월 17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꽃동네에서 진료를 시작하였으며, 1991년 꽃동네 상주 수녀님이 치과의사가 되어, 녹야회 치과 진료의 필요성이 다소 감소하였고, 지역적으로도 너무 장거리 운전을 요하는 상황에서 1991년 8월 25일부터는 관악구 신림동 요셉의원에서 진료하게 되었으며, 1992년 9월 20일부터 드디어 본격적으로 경기도 가평 꽃동네에서 진료를 시작하여 오늘 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꽃동네 입원 환자들은 연고가 전혀 없는 분들로, 신체적인 장애나 정신적인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 입소해 있으며, 꽃동네 자체에서 이와 같은 다양한 환자들을 열심히 돌보고 계시지만, 여기 계신 분들의 구강 상태는 상당히 열악합니다. 이곳에 상주하는 거의 모든 환자들이 치통으로 고생하시거나 다수 치아들의 결손으로 식사가 힘드신 분들입니다. 이 분들을 치료하려면 차에 태워 외부로 나가야 하고, 치과 치료가 그렇듯이 한두 번 외진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외부에 나가서도 선뜻 이분들을 치료해주는 곳을 찾기도 힘듭니다. 가끔은 신체 멀쩡하고 근사하게 생기신 분이 치료차 오셨을 때 저렇게 멀쩡하신 분이 여기 왜 계시나 생각이 드는데, 힘없이 허공만 바라보는 눈망울을 보면 심각한 정신적인 장애를 앓고 있구나 하고 느껴집니다. 때로는 양다리가 없으신 분을 상주하는 직원이 휠체어로 모시고와서 치료 받게 합니다.

 

이분들에겐 녹야회의 치과 진료가 정말 필요한 분들입니다.

저희 녹야회가 매주 일요일 꾸준히 봉사함으로써 환자들이 편안하게 진료 받을 수 있고, 꽃동네 환우들의 치통을 없애주고, 틀니 등의 보철물을 만들어 주어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 봉사의 참 목적이며, 부정확한 발음으로 고맙다는 인사말을 들을 때면, 참으로 봉사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 있습니다. 40여년을 매주 조별로, 10여명씩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1년 사시사철, 그리고 음성, 가평 등의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도 인사사고, 접촉사고 등을 포함한 교통사고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맙고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있는 듯합니다.

 

치과의사로써 본인이 갖고 있는 뛰어난 재능을 본인의 직업으로 살아 갈 때와 달리, 남을 위한 재능기부로 쓰여 질 때 그 기쁨은 경험해보지 않으신 분은 모르실 것입니다. 봉사 일정은 5주에 한번 정도이며, 오전 진료 후 근처 맛집을 찾아 맛있는 점심을 드시는 것도 또 한 가지 행복일 것입니다. 진료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치과의사로서 봉사를 통해 뭔가 보람된 일을 했다고 생각이 드신다면 선생님은 분명 행복한 치과의사이실 것입니다. 혹시, 진료 봉사에 관심이 있으신 선생님들의 지원이 있기를 학수고대해 봅니다. 특별한 조건은 없습니다. 5주에 한번 일요일 오전에 진료가 가능하신 원장님이면 대환영입니다. 회원 가입은 녹야회 홈페이지를 통해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일규 녹야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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