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뽕 맞기(부제: 미라클모닝 실패기 이후)

2022.11.16 15:41:14

스펙트럼

10월 말이 되가면서 기온과 습도가 떨어지니 눈이 뻑뻑하고 충혈될 때가 많습니다. 모니터를 많이 보게 되고,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로 일찍 일어나서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니 증상은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마흔 이후로 신체가 더 예민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혼술도 이전과 다르게 거의 안 하게 됩니다. 음주로 인한 기쁨보다 힘듦이 더 큰 것 같습니다(물론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의 음주는 무리해서 다음날 피곤해도 기쁨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건강관리, 아니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서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또는 그 이상 미라클모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절대적으로 제가 일하거나 깨어 있을 수 있는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새벽에 깨어나면 그 조용한 느낌은 무언가 묘하게 좋은 기분을 받습니다. 밤에 놀면서 느끼는 기분과 다릅니다. 게다가 새벽이 지나고 일상적인 하루가 다시 시작될 때 차분하고 긴장감이 완화되는 기분도 매우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냥 저는 이를 새벽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뽕이라 하면 마약과 같은 어두운 느낌도 있지만, 국뽕과 같은 무언가에 도취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도 취해서 그 뽕끼를 느끼려고 하는 것도 있습니다. 미라클모닝을 하게 되면 아침의 고요한 느낌과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도취감을 느낍니다(사실 일찍 자야하기에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저는 그 도취감을 새벽뽕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새벽뽕을 맞고 싶으면 전날 준비를 잘 해야 됩니다. 일찍 자야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저녁약속이 늦게 있거나 음주까지 하게 되면 거의 못한다고 봐야합니다. 빨리 잠들기 위해서 커피와 같은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도 오후 늦게 부터는 멀리 해야 됩니다. 그날 밤에 아이가 아프다거나하는 집안사정이나 까먹었던 또는 급하게 생긴 일하는 돌발상황이 생기면 아무래도 늦게 잠들게 되기에 새벽뽕을 맞을 수는 없게 됩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4번 정도 이상 새벽뽕을 맞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물론 핑계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두어번 이라고 하더라도, 매일 미라클 모닝을 못해서 새벽뽕을 못맞는다고 하더라도, 지난 한주에 걸쳐서 스스로 심신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데 이만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은 머리가 복잡하거나 해야될 일에 착수해야 되는데 하기 싫을 때 제 마음을 무시하고 책상에 앉기 보다 조용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곳에서 느리게 걸으려고 합니다.

 

미라클모닝을 한후 바로 일하기 보다 요즘 같이 새벽에 쌀쌀할 때 텀블러나 종이컵에 뜨거운 차를 담아서 느리게 천천히 걸으면서 마시면서 생각할 때 새벽뽕을 진하게 느낍니다. 비록 바쁜 일상이지만 가끔 이렇게 여유를 누릴 수 있다면 이 역시 일시적 고통의 유예라고 할지라도, 앞으로 해야될 어려움들도 겪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인생은 고통이다II’칼럼에서 쇼펜하우어가 행복을 일시적 고통의 유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이겨내거나 극복해 낼거라는 확신은 아니지만,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치더라도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을거 같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 ‘인생은 고통이다II’ 칼럼을 썼을 때, 걱정과 위로 또는 칭찬(글좋다) 등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쓴 칼럼들을 돌이켜보니 인생은 고통, 번아웃, 마흔 등 힘든 얘기들만 쓴거 같아서 한번 그것을 극복하고 힐링하는 주제로 이번 칼럼을 올립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현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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