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2023.03.22 16:10:55

스펙트럼

타이밍이란 단어를 영어에서도 많이 쓰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옥스퍼드 영한사전에서 타이밍의 뜻은 1. 시기 선택, 시기, 2. 행동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도록 속도를 맞추는 적기를 선택하는 기술로 해석되어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1. 동작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순간 또는 그 순간을 위하여 동작의 속도를 맞춤, 2. 주변의 상황을 보아 좋은 시기를 결정함 또는 그 시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고 하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겠지만, 타이밍이라는 단어 자체가 영어임에도 영어권에서 그러한 표현을 잘 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시간의 애매함은 언제든지 경험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어떤 때에는 너무 기다려서 문제가 되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너무 성급한 것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남녀간의 사랑도 나의 시간과 상대방의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그저 짝사랑으로 지나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타이밍이다.” “인생은 타이밍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는 이러한 시행착오들을 수없이 겪지만, 경험해본다고 모든 것을 학습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한 제 경험을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지난달 사랑니 발치에 관한 세미나 발표가 있었습니다. 보통은 연자비 입금을 위해서 계좌번호를 적고 서명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싸인을 하지 않은 것 같아서 좀 궁금했습니다. 연자비 때문에 강의하는 것은 아니여서 가만히 있을까도 생각했지만, 왠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섭외하셨던 분께 물어보았습니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저의 개똥철학이 훼손될까 걱정을 했었는지 안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결론은 처음에 초록을 낼 때 계좌번호를 보냈던 것이고 하루 이틀만 참았더라면 민망한 질문은 하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입니다. 그때 조금만 기다렸더라면, 아니 그때 조금만 더 바빠서 생각이 안났더라면, 요즘 말로 “이불킥”은 안해도 되었을 것입니다.

 

잘못을 하고 사과를 하는 일, 또는 고마움을 표시하는 일 등에도 타이밍에 따라서 서로의 기분은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때에 맞는 말이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어떤 것들은 빠를수록 좋은 것도 있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적당한 밀당, 아니 어떤 때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밀당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은 이미 한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스마트 기기에서 앞뒤로 돌리는데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밖에 없다는 것은 1.5배속으로 드라마를 보는 시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우리의 관념 속에서 우리가 모든 것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게 해주는 병폐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더 넓게 생각한다면, 천재지변이 있는 시간에 그 자리에 있는 것 또한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노력으로는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천재보다 인재가 더 많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인재라면 인간이 재해를 만들어 냈을 뿐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기지 하는 것들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게 꼭 이 시간에, 그 타이밍에 생기니 우리로써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간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우연이란 아무런 인과 관계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나는 일을 뜻합니다. 그럼 우연은 있는 것일까요? 초록도 써야 하는 이 밤에 이 글을 붙잡고 씨름하고 있는 것은 마감일을 알고도 시간을 내지 않았던 저의 게으름의 결과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 인과관계를 찾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찾을 수 없다고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섣부른 판단입니다. 아직도 편평한 지구를 믿고 있고, 인터넷에 떠도는 지식들로 전문가들과 맞짱뜨려고 하는 현실은 보면 인간의 판단을 믿는다는 것은 조심해야 할 일로 생각됩니다.

 

타이밍을 놓치지 마시고 잘 잡으세요 라는 진부한 말로 끝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면서 돈에 매몰되는 일,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야 라고 하면서 계속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는 일, 좀 더 사소한 일들로 간다면, 운동해야 할 것 같다면서 헬스장 가서 샤워만 하고 오는 것, 책 읽으라고 아이들에게 잔소리 하면서 올해 아직 책을 만져본적도 없는 것, 핸드폰 멀리하라고 하면서 유튜브 쇼츠로 시간을 죽이고 있는 것 등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이상과 현실이 달라서일까요? 우연은 없고, 우리는 그것을 통제할 수 없으니, 타이밍을 잘 잡는다는 것은 이상일 뿐이고, 현재에 집중하자는 말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항진 사랑이 아프니 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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