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건넨 20년 화해 봉사의 손길

2023.04.19 19:50:42

베트남평화의료연대 소속 치과의사도 667명 헌신 봉사 상처 보듬어
과거 청산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어... 몸과 마음 보듬는 의료 실천
윤광열 치과의료봉사상 - (사)베트남평화의료연대 수상

 

“베트남 전쟁에서 벌어진 가슴 아픈 역사를 극복하기 위한 20년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하니 기쁘다. 과거를 청산하지 않으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나라와 베트남 간의 문제로 지금도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쟁의 무서움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는 것이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의 최종 목표다.”


제12회 윤광열 치과의료봉사상에 사단법인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이하 평연)가 선정된 가운데, 김현철 평연 이사장이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평연은 지난 2000년 3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의 제1기 베트남 진료단 활동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때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 이듬해인 2001년 평연을 공식 발족했으며, 이후 지난 20여 년간 매년 베트남 각지에서 의료 지원 활동을 펼치며,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전파해 왔다. 

 

지금까지 평연은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평화와 화해의 정신을 실천하겠다는 목표 아래 베트남 초·중학생 2만6800여 명에게 치과 진료를 펼쳤다. 또 2004년부터는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가 참여하며 노인 환자 1만1200여 명에게 한방 진료를 지원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평연 활동에 동참한 치과의사만 667명. 이 밖에 한의사, 외과의사,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일반인 자원봉사자까지 국내에서만 무려 1284명이 평연의 취지에 공감해, 베트남 의료 지원 활동에 참여했다. 아울러 호찌민 국립대학교 인문사회대학 한국학부와 다낭 국립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 학생들도 현지 통역단으로 함께해 왔다.

 

물론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특히 전쟁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시간으로 치유할 수 없는 흉터였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게 희생된 베트남 민간인 유가족들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곤 한다.

 

김 이사장은 “평연이 방문하는 지역은 한국군에 의해 희생 당한 민간인이 많은 지역으로 초기에는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분들이 많았다”며 “지금도 평연이 방문하는 지역에선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제가 열린다. 가장 최근에 방문한 지역에서는 지나가던 노모가 ‘그때 죽이고 지금 사과하러 온 거지?’라고 쏘아붙인 적이 있었다”고 지울 수 없는 전쟁의 상흔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전했다.

 

"화해, 평화 바라는 의료인 정신, 우리 사회 널리 퍼지길 바라"

 

그럼에도 평연은 평화와 화해의 손을 맞잡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베트남 현지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의료뿐 아니라 장학사업과 각종 물품을 지원했다. 또 베트남 전쟁 희생자와 생존자를 위한 추모 및 지원 등 여러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주기적인 시스템이 정착되는 데에만 무려 8년이 걸렸다. 이처럼 평연은 베트남 전쟁 민간인 희생자와 함께 걷기 위한 삶을 20년 동안 이어 왔다.

 

이 밖에도 평연은 이라크 반전 평화 활동, 시리아 난민 진료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평화의 정신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처음 20대 초반이었던 통역학생들이 지금은 40대가 됐다. 그만큼 긴 시간 동안 회원들이 평연을 지켜 왔다”며 “역사적 사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생명과 평화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의료인의 정신이 국내에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치협이 주최하고 부채표 가송재단이 후원하는 윤광열 치과의료봉사상은 ‘기업 이윤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윤광열 동화약품 명예회장과 부인인 김순녀 여사의 사재 출연을 통해 지난 2008년 4월 설립됐다. 치과의료봉사상 외에도 윤광열 의학상, 의학공헌상, 약학상, 약학공로상을 제정했으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 인재 선발 및 장학금도 지원 중이다. 또한 전통문화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2년부터 가송예술상을 제정, 예술계의 숨은 인재 발굴해 후원하는 등 문화예술 발전에도 나서고 있다.

 

천민제 기자 mjreport@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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