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비대면 진료 추진 책임 소재 치의 전가 우려

2023.05.24 23:19:47

시범사업 계획 발표에 치협 즉각 반대 문제점 지적
정확한 진단 불가능 국민 구강건강 악영향 배제 못해
치과 앱·원격 투명교정 진입 시도 등도 문제 있어


정부가 최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나서자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뒤따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에 형성된 비대면 문화와 공공의료 확대 요구가 맞물려 수면 위로 떠오른 원격의료, 비대면 진료 논란에 대해 의료계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방식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이번에도 의료계는 복지부가 세부적 논의 없이 시범사업 추진을 발표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치과 진료도 비대면 진료의 경계선에 서 있다. 원격의료 개념을 차용한 ‘치과 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지자체에서는 ‘비대면 구강관리 서비스’사업 시행을 발표한 다음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사업을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모 원격 투명교정 업체가 국내 투명교정 시장 진입을 시도했던 사례는 치과의 미래 역시 비대면 진료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특히 의료영리화의 ‘마스터키’가 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받아 온 비대면 진료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이 같은 사례와 양성화 시도들을 섣불리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치협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진단의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분쟁 발생 시 책임 소재 여부 등 개원가의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 대면 진료 필수 치과 특성 무시
우선 국민 구강보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 첫 손에 꼽힌다. 치과진료는 환자의 진술 혹은 화면상에 나타난 환자의 상태를 보거나 부가적으로 방사선 사진이 있는 것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다.

탐침으로 충치 상태를 인지하고, 치주 탐침으로 잇몸 상태의 염증유무와 치주상태를 파악해야 하며, 타진 등으로 환자 통증 정도와 종류를 알아야 진단이 가능하다.

따라서 비대면 진료의 편리성만 강조하다 보면 제한된 자료에 의한 잘못된 진단 및 치료 계획 설정이 불러올 국민 구강보건의 피해는 자칫 간과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죽비소리’다.

아울러 비대면 진료의 특성 상 투약에 의한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의 치과진료에서 약제에 의한 진료성과는 부가적 성과로 평가된다.

이계형 대한치과교정학회 DTC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예를 들어 치주질환은 스케일링과 큐렛 등 외과적 술식에 의해 개선되며 특정 약제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효과만을 준다”며 “하지만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 된다면 국민들은 보조적인 투약에 의존한 일시적인 증상의 멈춤을 완전한 치료로 오인해 대면진료를 기피하거나 늦춰서 증상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미국 원격 투명교정 피해 사례 잇따라 
이 같은 문제는 원격 치과 진료를 적용 중인 미국 일부 주에서 보고된 피해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해당 주에서는 환자들의 구강 내 상태를 구강 내 스캐너를 이용해 채득한 후 투명 교정 장치를 집으로 배송해 장착하는 시스템이 가능하다. 

치아 이동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의 치아와 잇몸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 파노라마, 세팔로그램 등 방사선 사진과 잇몸상태 평가 자료가 필요하지만 원격 진료의 경우 이런 접근 방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같은 투명 교정 장치로 치료를 한다고 할지라도 부작용이 증가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염증이 있는 경우 치아이동에 의해 염증이 확산될 수 있고 치아이동 후 골 형성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치아 동요도 및 불편감 증가는 물론 심하면 치아가 상실될 수 있는데 비대면 진료의 경우 올바른 진단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피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 주의·설명의무, 비대면 진료 ‘사각지대’
책임 소재도 민감한 문제다. 비대면 진료는 의료인이 법적으로 준수해야 할 주의 의무와 설명 의무를 다하기 어려운 진료 환경이다.

주의 의무는 환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해 대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환자의 상태를 비대면으로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므로 의료인의 경우 법적 의무를 준수하지 못하는 진료 환경에서 책임은 동일하게 지게 될 수 있다.

설명 의무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이계형 위원장은 “환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설명을 의료인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법원에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비대면으로 설명하는 경우 환자에게 충분히 이해시키기 어렵고 나중에 환자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면 의료인이 방어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미국치과교정의사회(AAO) 등 세계 유수의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도 이 같은 이유로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의료계 및 치과계의 부정적 인식과 논거가 확고한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집단 지성 차원의 세심한 접근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윤선영 기자 young@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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