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건강 요람부터 무덤까지

2023.07.12 15:20:37

정회인 칼럼

저출산과 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상한 지 오래이며 기대수명의 증가는 치아 건강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오랫동안 다수의 자연치아를 보존한 사람들이 더욱 긴 건강 수명을 누리는 것을 보여준다. 국민건강영양조사와 아동구강건강 실태조사와 같은 국가조사 검진자로서 표본으로 추출된 아동들의 구강을 들여다볼 기회가 주기적으로 있는데, 맹출한 지 채 몇 년이 되지 않아서 뽀얗고 광택이 있는 치아를 볼 때면 그 아이가 늙어서 생을 다할 때까지, 어쩌면 백 년 이상의 시간 동안 그 치아가 이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고 보존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지난 몇십 년간 우리나라 노인의 구강건강상태는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왔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의 구강건강상태는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인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로 산출한 기능치아 수 백분위 수 시각화의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서 기능치아 수란 한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건전한 치아의 수와 비록 우식 또는 치아파절 등으로 인하여 치료를 받았더라도 수복 또는 보철이 잘 이루어져서 기능을 할 수 있으며 현재 진행되는 경조직 질환은 발견되지 않는 치아의 수를 합친 것을 의미한다.

 

2012년에서 2019년까지의 자료를 통합하여 기능치아 수에 대한 백분위 수를 시각화한 결과 80세 이상 노인의 상위 25%가 20개 이상의 기능치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하위 10%는 이미 50세에 기능치아가 20개 미만으로 감소해 있었다. 20대의 경우 상위 10%와 하위 10%의 기능치아 수 격차가 5개 내외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80대가 되면 상위 10%는 25개 이상의 기능치아를 가지는 데 비해 하위 10%는 무치악으로 나타나 그 격차가 매우 크다. 상대적으로 어린 연령대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구강건강의 격차가 점점 축적이 되어 노인에 이르게 되면 가장 좋은 노인과 가장 나쁜 노인의 구강건강이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이다.

 

사실, 구강조직의 파괴는 비가역적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구강건강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서 나빠지기 마련이다. 혹시 구강건강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당연히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번에는 과거와 비교하기 위하여 2007년~2011년 자료를 통합하여 같은 분석을 수행하였다. 6년 정도의 차이가 나는 두 기간 동안, 상위 5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전반적으로 기능치아 수가 증가하였다. 그런데 이에 반해 하위 20%에 해당하는 노인은 기능치아 수가 거의 변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었다.

 

이를 요약하면 구강건강은 같은 연령대에서도 다양한 분포를 보이는데 특히 노인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분포를 보이며, 6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전반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상위 50%의 경우에는 구강건강이 개선되었는데 하위 25%는 정체되어있는 것과 같이 구강건강의 전반적 개선에도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는 나쁜 구강건강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하다 하겠다.

 

치아의 가장 큰 적인 치아우식은, 올바른 구강위생습관,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불소 사용 등을 통해 크게 예방할 수 있으며, 치아를 잃을 만큼 심각한 치주염의 위험 역시 정기적인 치과 방문, 적절한 치과 치료, 그리고 적극적인 치간부 관리를 통해 많이 줄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의 구강건강 상태보다는 훨씬 나아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종종 사회보장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윌리엄 베버리지는 제 2차 세계대전 중인 어려운 시기에 영국 사회가 겪고 있는 5가지 주요 문제를 지적하였다. 그는 이들을 거대한 악(Five Giants Evil)이라고 정의했는데, 이는 고립된 개인이 독자적으로 이겨내기 어려운 도전과제들을 의미했다. 그가 규정한 이러한 다섯 가지 악은 바로 과도한 결핍, 질병, 무지, 불결, 그리고 나태였다. 베버리지는 기념비적인 저작인 베버리지 보고서에서 개인만의 힘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대응 방안으로 포괄적인 사회보험 체계를 주장하였으며, 이 외에도 남은 4가지 악을 해결하기 위한 의료, 교육, 주택,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베버리지는 이러한 사회보장이 국가와 개인의 공동 노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가는 최소한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고, 그 이상의 향상은 개인과 가족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보장해야 할 국민 구강건강의 최소한의 조건은 지난 몇십 년간 향상되어왔다. 이 최소한의 조건이 공동체의 노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향상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회인 연세치대 예방치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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