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는 “건강”의 중요한 기축이다

  • 등록 2024.10.16 17: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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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미국 치과의사협회 임원진과 대화를 하다가 의외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우리에게 미국은 “소송의 나라”로 흔히 알려져 있는데, 의외로 치과진료 관련 소송 건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비록 일상적인 생활 속에 소송이 많은 나라이지만,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환자가 클레임을 거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반대로 치과의사 대상 소송 건을 비롯하여 과실로 인정되는 비중, 그리고 보상액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왜 일까?” 고민을 해보았다. 물론 요즘 대한민국이 우리나라 의료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적대적인 시기이지만, 유독 “치과의사”라는 직종은 우리나라 문화에서 “진정한 의료진”으로 여겨지지 않을 때가 많다고 생각한다. 


보통 우리가 의과진료를 받으면서, 환자가 의사에게 진단명이나 치료방법을 특정하여 요구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치과에서는 환자가 이미 치료부위, 진단명, 그리고 진료의 범위까지 정해놓고 내원하여 언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의 내부적인 부분을 살펴보자면, 핵심은 환자들이 생각했을 때, 치과진료는 필수가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 큰 일부라고 생각한다. “의사는 목숨을 다루지만, 치과의사는 아니잖아”라는 말을 우리는 종종 듣는다. 과연 구강질환이 목숨에 관련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전 세계 인구의 74% 사망원인으로 여겨지는 심장병, 뇌졸중, 암, 당뇨병, 만성폐질환은 흔히 Non-Communicable Disease (비전염성 질환)의 대표 5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는 치아우식증이 전세계에서 가장 빈번한 Noncommunicable Disease라고 발표하고, 이 중요성을 인정하여 2023년도에 Global Strategy and Action Plan on Oral Health(글로벌 구강건강 전략 및 활동)을 공표하였다. 


구강질환과, 구강질환이 전신건강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는 추세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방치된 치아우식과 치주질환은 심장질환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2022년 미국 다수의 의과대학과 보건대학들은 공동으로 진행한 코호트 연구를 통해 잔존 영구치의 개수가 적을수록, 그리고 치료되지 않은 치아우식의 개수가 많을수록 전 원인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반 대중들과 모든 의료계 전문가들이 구강건강과 전신건강의 긴밀한 연관성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였다. 


의학 연구자들도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인정하기 시작한다는 점은 미국 Medicaid 프로그램의 변화를 통해 관찰할 수 있다. 미국의 Medicaid 프로그램은 저소득층과 기타 취약 계층을 위한 의료보험 프로그램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진료의 선택지가 아주 제한적이다. 비록 5년 전만 해도 미국 50개 주 중 22개나 되는 주에서 Medicaid 프로그램에 치과진료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2024년 현재, 치과진료가 포함되지 않는 주는 Alabama 단 한 주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아직 대한민국의 대부분 국민은 구강건강과 전신건강을 별도의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종종 필자가 출근택시를 탑승했을 때, 목적지가 치과라는 것을 보고 택시기사님들이 하셨던 이야기 몇 가지를 되새겨본다면 “이가 아픈 곳이 있어 치과를 가야 하는데 치과는 가기가 싫다” 또는 “치과는 치료 안 해도 되는 걸 자꾸 하라고 강요해서 기분이 나쁘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많았다. 치과 진료는 건강을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의견이지 않을까. 


일본은 대중들에게 치과 진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인 사망의 주요 원인인 흡인성 폐렴이 대부분 구강위생 불량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였고, 그 결과로 정부와 대중들이 구강건강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 또한 치과관련 정책들의 올바른 개선을 위해서는 환자들 뿐만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 구강건강이 “건강”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홍보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야 정부와 정책도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치과의사들도 국민건강 증진에 아주 중요한 기축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며 자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다솜 치협 국제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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