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플란트치과(가명)’, ‘X플란트30치과(가명)’처럼 치과 이름에 임플란트 가격을 암시하는 이른바 ‘수가 간판 치과’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치과는 한눈에 띄는 이름으로 환자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빠르게 문을 닫는 ‘단명 치과’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싸다’는 인상을 주는 상호가 초기 환자 유입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진료에 대한 신뢰와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본지가 전국 치과 인허가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기준으로 치과 이름에 숫자를 포함한 치과는 총 259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수가를 암시하는 숫자를 치과 이름에 포함한 ‘수가 간판 치과’는 총 41곳이다. 이들 중 폐업한 11곳의 평균 운영 연수는 3.06년, 중앙값은 1.03년에 불과했다. 또 63.6%는 3년 이내, 81.8%는 5년 이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에서 전국 폐업 치과(9161곳)의 평균 운영 연수는 11.14년, 중앙값은 7.16년으로 생존 연수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또 25.3%는 3년 이내, 37.9%는 5년 이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나 ‘수가 간판 치과’의 폐업 속도가 2~3배 이상 빨랐다.
이들 치과는 과거보다 더 빠르게 늘고 있다. 간판에 쓰인 숫자가 무슨 의미인지 명시되지 않아도 환자는 임플란트 가격을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가 간판 치과’는 2000년대 이전엔 1곳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 7곳에서 2010년대 17곳으로 늘었고, 2020년대 들어 불과 5년 남짓한 기간에 16곳이 개원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수가 간판 치과는 서울, 경기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인구 밀집 지역일수록 저수가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치과 이름에 쓰인 숫자가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해 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88’, ‘66’, ‘55’ 등 숫자가 사용됐다면, 최근에는 ‘38’, ‘28’처럼 실제 임플란트 가격을 연상시키는 더 낮은 숫자들이 간판에 등장하고 있다. 임플란트 진료비가 점점 낮아진 현실을 간판 숫자가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김병국 원장(죽파치과)은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치과 간 준거가격(Reference price)이 무너지고, 간판에 쓰인 숫자마저 하향 조정되고 있는 구조적 변화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 진료 연속성·환자 신뢰↓ ‘악순환’
전문가들은 이들 치과를 이른바 ‘떴다방 형 개원’이라고 일컬었다. 일정 기간 수익을 낸 후 빠르게 지역을 떠나거나 상호를 변경해 재개원하는 방식을 택한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장기 경영보다는 단기 매출에 초점을 둔 구조인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진료 연속성과 환자 신뢰까지 모두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이들 치과의 상당수가 대형 간판, 야간 진료, 공동 개원 구조를 갖춘 중대형 규모라는 점에서, 고정비용 상승과 수익성 악화가 맞물릴 경우 그 충격은 더 크기 마련이다.
정기춘 원장(일산뉴욕탑치과)은 “처음부터 장기 운영을 고려하지 않고 개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초기 환자 유입에 성공하더라도, 유지 관리가 부실해 컴플레인과 직원 이직으로 붕괴되기 쉽다”며 “임플란트는 인감도장 같은 치료인 만큼, 책임과 연속성을 전제로 하지 않은 치료는 결국 환자에게 불신으로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브랜딩 관점에서도 한계가 명확하다. ‘수가 간판 치과’는 브랜딩 관점에서 가격에 예민한 환자를 향해 신호를 보내는 것인 만큼, 환자 케이스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질 경우 치료 동의율 저하, 클레임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병원의 평판과 운영 안정성에 타격을 준다는 지적이다.
의료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동권 대표(브랜드본담)는 “한 번 판매하면 서비스 제공이 완료되는 음식업종 등과 다르게 의료는 예후에 따른 후속 진료 또는 A/S가 발생하기에 이를 대응하는 측면에서 경영적 난이도 또한 당연히 높다”며 “브랜딩 측면에서 경영적 리스크 또한 높은 지점이 데이터로 확인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