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와 ‘생활양식치의학(lifestyle dentistry) 진료’

  • 등록 2025.08.27 16: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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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존의 치과진료가 대부분 구강의 국소적 병인에 대한 반응적(reactive)·환원적(reductive) 치료에 머물렀다면, 초고령화사회의 도래로 개인과 지역사회의 구강 및 전신 건강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전인적(holistic)·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치과진료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는 치아 우식, 치주염, 임플란트 주위염 등 구강질환이 구강에 국한된 요인만이 아닌 전신질환(당뇨, 심혈관질환 등), 생활양식(lifestyle) 등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기에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치과질환도 보다 근원적, 전인적 및 다학제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해야 하는 비전염성질환(NCDs, non-communicable diseases)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관점에서 내원 및 방문 치과진료의 자연스러운 연계는 물론 장기적으로 구강 및 전신 건강의 개선과 유지가 가능한 ‘생활양식치의학 진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약술해보고자 한다.

 

라포(Rapport) 기반한 근원적 진료
‘생활양식치의학 진료’란 구강 내 증상에 대해 그들의 전신병력과 약물복용, 생활양식(식이, 수면, 스트레스, 흡연과 음주 등), 심리사회적 요인, 직업적 요인 및 개별 상황까지 포괄적으로 청취하고,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근원적 접근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와 의료인 상호간 라포 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상호 신뢰와 존중하는 마음 자세로 동기 강화 상담(motivational interviewing)과 공유 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에 의해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라포가 형성될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단 상호 간에 라포가 형성되면, 그들은 자신의 구강건강 상태를 자각하고 그들에게 적합하고 수용 가능한 치료 즉 맞춤 진료가 가능해짐으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게 된다.

 

즉 자신의 구강건강과 생활양식의 연관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건강한 삶의 생활양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진단의 정확성과 높은 치료의 순응도 및 만족도가 나타나 행동변화가 촉진되며, 자기 효능감과 건강관리 능력이 강화된다. 장기적으로는 구강건강과 전신건강이 개선 및 유지될 수 있게 한다. 어떤 경우에는 그들의 개별 상황을 고려하면서 표준 치과치료를 연기하거나 수정할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야기될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한 오해의 소지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진료는 현대의료의 주 흐름인 동기유발 강화 상담과 공유 의사결정 중시, 가치 기반의 환자 중심 의료 및 근원적인 치료를 지향하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과도 정합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요약하면 ‘생활양식치의학 진료’란 단순히 환자가 가진 치과적 증상만을 표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치과적 증상을 가진 환자를 중심으로 치과적 증상의 근본 원인을 규명해 갈 때 환자의 생활양식을 포함한 전반적 상황을 심층적으로 이해함으로써 구강건강 문제의 근본 원인을 식별하고 치료하고 완화하여 궁극적으로는 전신건강을 개선하고, 유지 및 관리를 할 수 있게 하는 치료이다. 다만 이런 진료를 위해서는 충분한 상담 시간의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포괄적 평가에 따른 전인적 진료
‘생활양식치의학 진료’란 구강내 증상에 대해 구강 내 요인을 포함하여 전신, 생활양식, 사회심리적 및 개별 상황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하여 치료하는 전인적 접근법이다.

 

식이(食餌)를 예로 들어 보면, 과일, 채소, 전곡류 등의 식단은 치아 우식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빈번한 당류 섭취 식단은 치아 우식의 잘 확립된 위험 요인이다. 치아 우식 치료와 예방 및 관리 이전에 식이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운동)은 심혈관기능의 개선에 따른 치주건강에 간접적으로 유익할 수 있지만,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전신염증과 면역기능장애를 유발해 치주질환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만성 스트레스는 이갈이 등 구강관련 악습관의 유도는 물론 구강불결과 치주질환에 대한 감수성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해소시켜 주는 것이 잠재적으로 심리적 웰빙은 물론 구강건강의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치아의 교합면 마모와 균열 및 파절의 경우에도 이러한 증상이 오랜 저작에 의한 만성 저작 피로나 스트레스성 이갈이(bruxism) 혹은 두 가지 모두와 관련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면다원검사(PSG, polysomnography)를 통해 스트레스성 이갈이 유무를 확인해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더불어 금연과 절(금)주에 관한 상담도 표준 치과진료에 포함되어야 하는 데, 이는 흡연이 치주질환과 구강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고, 과도한 음주가 구강암의 독립적인 위험 요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에서 발생한 어금니 균열은 그의 면역억제 상황을 고려하여 표준 처치인 보철수복 치료를 연기하거나 치료계획을 수정할 수도 있다. 이렇듯 ‘생활양식치의학 진료’는 효과적인 만성질환관리로 입증된 생물심리사회적(bio-psycho-social) 모델과 건강을 “완전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 상태”로 정의한 WHO(1946년) 개념과도 잘 부합된다는 점이다. 다만 이런 진료를 위한 의료소비자의 인식 개선 및 교육이 전제되어야 한다.

 

통합돌봄을 위한 다학제적 진료
‘생활양식치의학 진료’란 구강질환 발생에 관여되는 전신적인 요인은 물론 생활양식과 관련된 심리·사회·행동 요인 등의 행동변화를 통해 구강질환 발생을 예방하고 중증화 되는 것을 막아 구강 및 전신 건강을 동시에 도모하는 다학제적 접근법이다. 이는 치과 금연 지도와 식이 교육 및 이갈이 관리 등의 맞춤형 행동중재가 구강건강을 크게 개선시키는 것을 볼 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구강건강 관련 공통 위험 요인(불량 식습관, 스트레스, 흡연 등)은 당뇨병, 만성폐질환 등 만성질환의 공통 위험 요인과도 중첩되기에 치과에서 단독 관리보다는 다학제적 통합관리를 통해 행동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행동의학, behavioral medicine). 이로 인해 치과의사도 의사, 한의사, 간호사, 작업(물리)치료사, 영양사,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등과 다학제적 통합돌봄(multidisciplinary care)에 참여하면서 공유 의사결정과 치료계획 조정 및 예후 과정의 관찰을 통해 그들의 복합적인 건강 요구 해소와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활양식치의학 진료’는 다음의 보편적 의료 모형과 권장 사항 및 4중 목표(Quadruple Aim) 달성과도 부합된다.

 

즉 환자 중심의 예방적 관리가 중요한 만성질환관리 모델과 통합적·맞춤형 접근을 권장하는 미국 의학한림원의 6대 의료 질 영역(안전성, 효과성, 환자중심성, 적시성, 효율성, 형평성) 및 4중 목표(더 나은 건강 결과, 환자 경험 향상, 비용 절감, 제공자 만족도) 달성 등이다.

 

요약하면 ‘생활양식치의학 진료’는 그들의 전신적 요인을 고려하면서 생활양식의 변화를 통해 구강 및 전신 건강의 공통 위험 요인에 대한 예방 및 관리가 가능함으로 다학제적 통합돌봄 진료에 더욱 적합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현 시점에서 의료 직역 간 협업의 어려움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구강 및 전신 건강을 통합적으로 개선, 유지 및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런 진료를 위해서는 의료 직역 간에 다학제적 협업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


‘생활양식치의학 진료’는 내원 및 방문 치과진료의 자연스런 연계는 물론 구강 및 전신 건강을 동시에 개선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근원적, 전인적 및 다학제적 진료이다. [참고: Kho, H. S. (2024). Introduction of lifestyle dentistry in oral medicine. Oral Diseases, 31(3), 1024-1025.]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성근 이성근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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