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여러분” 치협 간판 내건 수상한 ‘AI 학회’ 행사

  • 등록 2026.01.21 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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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 산하 인준 학회 사칭, 실상은 ‘투자 설명회’ 방불
치협 “중대한 권리 침해 행위 규정…강력 법적 대응 방침”


‘치협 산하 인준 AI학회’를 내걸고 대대적으로 홍보됐던 한 학술 행사가 공신력 있는 치협의 간판을 무단 도용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치협이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행사 현장에서는 사실상 투자 유치 설명회를 방불케 하는 발언들이 이어져 특정 네트워크 치과의 외형 확장 및 투자 유치와의 연관성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모 호텔에서 열린 해당 학술 행사는 개최 전부터 ‘치협 산하 인준 학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단 보조, 보철·교정 계획 자동화 등 차세대 기술이 소개된다고 다수의 일간지, 경제지에 보도되는 등 관심을 모았다.


다만 이들은 치과 전문 학술 행사를 표방했음에도 이례적으로 치과 전문지 취재는 배제해 행사 전부터 의구심을 더했다. 본지의 행사 취재 협조 문의에 P원장 측 관계자는 “투자자들과 자리가 정해져 있다”며 행사 입장이 불가함을 밝혔다.


# 사실상 네트워크 치과 투자 홍보장
본지가 확보한 현장 내용에 따르면 행사 성격은 순수 학술 교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행사는 P원장의 본명을 딴 AI 연구소에 대한 홍보와 학회 출범식 등으로 구성됐다. 해당 학회 회장이자 세미나 연자로 소개된 P원장은 참석자들을 향해 “주주 여러분들”이라 칭하거나, 특정인을 가리켜 “우리 회사에 제일 투자를 많이 했다”고 언급했다. 또 출범식을 통해 구성된 학회 임원진 역시 P원장이 대표로 있는 ‘H치과그룹’ 소속 네트워크 치과 원장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러한 정황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투자 유치 설명회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현행 의료법상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발언들도 여과없이 나왔다.


P원장은 자신의 AI 관련 사업 비전을 설명하며 “양산, 익산, 동대문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제가 이미 구축한 치과 네트워크는 매년 증가할 예정”이라고 발언하는가 하면, “저희 H치과, N치과, O치과는 열심히 주말도 없이 진료하고 있다”는 등 H치과그룹에 소속된 치과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수상한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P원장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H치과그룹 소속 치과들을 관리하는 경영지원회사(MSO)인 M사의 대표이사직도 맡고 있다. 또 서울과 지방의 H치과그룹 소속 치과를 오가며 진료하는 것으로 전해졌고, 실제로 각 치과 직원들은 P원장의 요일별 근무지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의료법 제33조 제8항(1인 1개소법)은 의료인이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물론 페이닥터 형태로 여러 병원을 오가는 행위 자체가 곧바로 불법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P원장과 해당 치과들이 합법적인 MSO 관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행사장에서 P원장의 발언과 운영 정황을 두고, 단순 경영 지원의 범위를 넘어서는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공신력 무단 도용 회원 피해 우려
그 밖에 이번 행사 사전 홍보 과정에서 내세운 서울대 치의학대학원과의 MOU 체결 역시 서울대 측에 문의한 결과 확인되지 않았다. 치협과 대학 명칭 사용의 적절성을 두고 공신력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치협도 지난 16일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안을 치협의 공신력을 무단 도용해 치과계 내부와 대중에게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는 중대한 권리 침해 행위로 규정했다.


특히 치협의 공식 인준을 받지 않은 단체가 ‘산하 기구’를 사칭해 대외 활동을 펼치는 것은 치과계 질서를 어지럽히고 치협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라는 입장이다.


또 치협은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회원들이 검증되지 않은 단체의 활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치협은 “해당 보도를 접한 회원들의 문의가 잇따름에 따라 즉각적인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며 “해당 매체에는 즉각 정정 보도를 요구할 것이며, 치협 명칭을 무단으로 도용한 해당 단체에 대해서는 명칭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 및 업무방해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본지는 P원장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치협의 정정보도 요구에 ‘치협 산하 AI 학회’라고 보도했던 일부 매체들은 현재(21일 기준) 해당 문구를 삭제하거나 정정한 상태다. 해당 보도를 한 언론사는 “해당 표기는 명백한 오기임을 인정한다”며 “향후 보도 과정에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최상관 기자 skchoi@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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