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하게 느끼기 전에는 평소 누리던 것들에 대해 고맙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흔히들 말한다. 호흡하는데 필요한 공기를 고맙게 여기기는커녕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대기오염이나 황사로 인해 호흡에 불편을 느끼고서야 맑고 신선한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하나라도 있으면 불만불평을 늘어놓기가 일쑤다. 나중에 결혼해서 애 낳고 살면서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서야 부모님의 사랑과 고마움을 느낄 때가 많다. 고마움을 느끼기는커녕 그때가 되어서도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어 애 둘은 낳아야 철이 든다고 했는데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결혼연령도 늦어지고 여러 가지 이유로 비혼주의자도 많고 철이 들기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철이 안 든다는 우스갯소리를 많이 듣는다.
같은 공간에서 수십 년 근무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도 있지만 몸이 불편해서 쉬고 싶을 때도 있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최근에 한 번 심하게 아파서 고생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평범한 일상이 정말 소중한 순간임을 깨닫게 되었다. 심하게 다치거나 아픈 후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의 안도감이 이렇게 좋을 수가. 늘 가까이서 만나는 사람들, 주제 없는 대화여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순간이 제일 행복했다는 기억들이다.
누구나 한 번 쯤은 무리한 일을 벌여서 곤욕을 치르고 난 후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경험했을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임을 깨닫고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임해야 한다. 한편 각자마다 추구하는 목표와 소망이 다르겠지만 뭔가를 하고 싶어도 늘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변명한다. 비우고 내리기가 힘이 들지만 용감하게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자만이 새로운 세상을 맛 볼 수 있다고들 한다.
백세시대라지만 지금까지 주위에 있던 분들이 적지 않게 유명을 달리하셨다. 앞으로는 더욱 더 많이 겪게 될 거란 생각에 어느 순간 초연해지는 심정이다. 무작정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의식이 또렷하게 건강하게 살아야 의미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각자 평소에 건강관리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나의 침실에서 누우면 창을 통해 저 멀리 산이 보이고 떠다니는 구름을 쳐다보며 무의식중에 안락함을 느끼곤 했다. 계절의 변화를 안방에서도 느끼며 주말에 산행을 하며 자연과 호흡을 하며 나도 모르게 힐링이 되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늘 보이던 앞의 산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바쁘게 살다보니까 무심결에 지나쳤던 순간이었는데 덩그렇게 건물이 가로막고 있었다. 창가 저 멀리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며 잘 보이던 푸른 산등성이를 가로막아 버렸다. 그나마 건물 위쪽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이라도 볼 수 있는 것에 다행이라며 위안 삼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살아가며 당연하게 여기고 고마움도 잊은 채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들이 너무나 많다. 사라지거나 잃은 후에 아쉬워하고 후회한다. 지금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들 하지만 예전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지금, 소중한 것들이 아차 하는 순간 의식도 없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매사 감사하는 마음으로 삭막해져가는 현실에서도 한 템포만 늦추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누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
어느 순간
침대에 기대어 창문을 바라본다
저 멀리 앞산이 보이고
계절은 눈에 띄지 않게 바뀌었다
어느 때부터 공사가 시작되더니
산이 가려지고
건물 하나가 덩그렇게 우뚝 섰다
그나마 다행인건
위쪽에 하늘이 남아있어
아직 구름이 지나간다
자연과 인공구조물
편안함과 딱딱함
따뜻함과 삭막함
부드러움과 거침
나도 모르게 누렸던 자연의 선물들
어느 순간
허락도 없이 빼앗기고
없어진 뒤에야 창 앞에서 그 자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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