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의료 봉사를 마치며
종종 TV, 잡지에 기부를 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오면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 이야기인듯 무심코 넘어가곤 했다.
그런 나에게 전남대 치과대학를 다니면서 들어만 봤던 BMA 방글라데시 의료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의과 순회진료, 치과 순회진료, 문화 사역, Cleft 수술팀 등 4가지 팀으로 참여하는 BMA 방글라데시 의료봉사팀 중 Cleft 수술팀의 일환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수술팀 일환으로 cleft 수술, 방글라데시 치과대학 임플랜트 세미나 준비를 하면서 들기 시작한 봉사에 대한 설렘은 2월 11일 싱가포르로 떠나는 비행기안에서 낯선 곳에 대한 걱정과 봉사에 대한 기대로 변해 있었다.
11일 밤 싱가포르를 통해 방글라데시서 수도인 다카 공항에 도착, 숙소인 꼴람똘라병원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 후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있을 수술 준비를 하고 밤 늦게 잠자리에 들면서 뭔가 모를 뿌듯함에 빠져들었다.
의과 순회진료, 치과 순회진료, 문화 사역이 한국 대사관, 교회, 현지인 마을에서 한국인과 방글라데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진료를 시행했으며 또한 여러 의료봉사팀 중 유일하게 한국 대사관 및 현지 교민을 상대로 진료를 시행한다는 것을 들었다.
첫째 날 제대로 된 치과진료를 받기 힘든 교민들이 100여명이 넘게 방문했다고 한다. 대사관 현지 교민 진료에 비해 다음날 시행된 현지인 진료는 한국에서의 진료와 상황이 달랐다고 한다. 치과진료를 받아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보존적인 치료보단 치아 발치가 주된 진료가 되었다고 한다.
그에 반해 Cleft 수술팀은 꼴람똘라병원, 사이다박병원 등 2군데 병원으로 나눠 구순열·구개열 수술을 했다.
오희균·박홍주 교수님은 두개 병원을 오가며 총 3일간에 걸쳐 진행된 수술에서 구순열 10명, 구개열 5명, 코성형 1명, 낭종 1명 등 총 17명을 수술했다.
순회 진료팀에 비해 환자들과 직접 대면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러던 이틀째 사이다박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아이의 아버지가 수술 전과 너무 달라진 아이의 얼굴 모습에 너무나 기뻐하며 나를 향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꼴람똘라병원에서 만난 아이의 부모가 환하게 웃어 줄때 아쉬움을 느꼈던 나의 마음이 뿌듯함으로 가득차는 걸 느꼈다.
넷째 날과 다섯째 날은 다카 치과병원과 BSMMU에서 치과대학 교수와 학생들을 상대로 구강암 처치, 임플랜트 식립에 관한 기본 지식과 소수 교수를 상대로 한 직접 실습이 이루어졌다.
한국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인 방글라데시 치과 의료진들은 구강암과 임플랜트 식립에 관한 세미나에선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메가젠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직접 실습에서는 임플랜트 식립시 중요한 해부학 구조물인 상악동과 하악관에 대한 지식을 돕기 위해 파노라마 필름 트레이싱 시간을 가졌으며 덴티폼에 실제 임플랜트를 식립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임플랜트 세미나가 끝난 후 현지 교수와 치과의사들이 강의를 하신 오희균·박홍주 교수님과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치과계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매우 뿌듯했다.
이렇게 3일간의 수술과 2일간의 대학 세미나 등 총 5일간의 방글라데시 의료봉사 일정을 마치고 한국 귀국길에 올랐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이제 조금 방글라데시 다카가 편하고 익숙해져 더 있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항상 무슨 일을 끝내고 나면 아쉬움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방글라데시 의료봉사는 아쉬움보다 기쁨과 뿌듯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를 한다고 생각했던 어리석은 나의 생각이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행동은 그 어느 것보다 나를 강하고 선하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변해있었다.
아직도 치료해준 아이의 부모들이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 주는 모습은 지금도 잊어지지 않고 내 눈앞에 선하게 아른거린다.
마지막으로 내년 방글라데시 의료봉사팀 일행속에 환하게 웃고 있는 나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허정우
전남대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레지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