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에서의 하룻밤 (1)보은 선병국선생 고택(11면)

  • 등록 2012.04.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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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에서의 하룻밤 

(1) 보은 선병국선생 고택


본지는 이번호부터 매월 1회 ‘고택스테이’를 연재한다. 이 지면은 우리 전통고택에 들어있는 가풍을 배워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이끄는 인재로 자랐을 때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을 소양을 함양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전통고택에 들어있는 예술미를 체험해 봄으로써 우리 선조들의 자연친화적이고 과학적인 집에 대한 인식을 깨우쳐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선행 베품을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삼은 명문가


4·11 총선이 끝났다. 출마후보들은 내로라하는 스펙을 자랑하며 한표를 찍어 줄 것을 선전했다. 국민을 위한다고들 저마다 읍소하듯 구호를 외치는 후보들 가운데 정말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국회의원이 얼마나 나올까 의구심이 든다.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사회적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를 실천하는 정치지도자들이 아쉬운 시대다. 외국의 유수의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 국내의 최고의 대학을 졸업하고 판사 검사 교수 CEO 등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정치지도자로 나서지만 그들의 행태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어 보이기도 하다. 그들에게는 소위 ’베품과 나눔을 통한 민심과의 소통‘이 부족해 보인다.


충청북도 보은에 위치한 선병국선생 고택에 들면 본채와 사랑채에 커다랗게 ‘가훈’처럼 쓰여있는 현판이 위선최락(爲善最樂)이다. ‘선행 베품을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삼는다’는 이 유훈이 우리시대 지도층들이 갖추어야 할 소양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법을 던져준다.


선병국선생 고택은 보성 선씨 종손 선정훈(선병국선생 선친)선생이 지은 집이다. 선정훈선생은 신분에 따라 집의 규모를 제한하던 규제가 풀린 후 이름난 지관들을 초청해 전국의 명당을 찾아내게 해 보은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속리산에서 발원한 삼가천 아래 삼각주에 위치한 곳으로 아홉폭의 병풍 같다는 구병산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잘 어울린다. 풍수상으로는 ‘연화부수형(連花浮水形, 연꽃이 물 위에 떠있는 형태)’의 명당으로, 안동 하회마을과 비슷한 지형이다. 그래서 이 고택에는 연못이 한 곳도 없다.


고택의 구조는 특이하다. 사랑채, 안채, 사당채가 각각 독립된 영역으로 되어 있어 담으로 둘러쳐 있고 집 전체를 다시 담으로 둘러놓았다. 아마도 외부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중으로 담을 두른 것으로 생각되는데 여기에는 외부인 침입과 풍수학적으로 삼각주에 위치해 있어 자연재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실제 이 고택은 6.25 전쟁, 1980년과 1998년 대홍수 때 피해를 입기도 했다.


남향하고 있는 사랑채와 서향하고 있는 안채의 평면은 모두 工(H)자 형태를 하고 있다. 이러한 평면형태는 집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형태는 아니다. 이러한 평면형식은 강한 대칭성을 보여주고 있어 일반 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을 보여 준다. 대부분의 집들이 남향인데 이 고택의 안채는 서향을 하고 있어 풀리지 않는 의심이 간다. 


이 집은 일제시대 때 지어진 대저택이다. 조선시대의 규범이 조선조 말에 와해되고 새로운 격동기에 지어진 저택이기에 건축주의 주관이 투영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건축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보이는데 평면의 구성, 공법, 재료, 규모 등에서 많은 변화가 나타난다.


고택 입구에 들어서면 고택은 보이지 않고 아름드리 소나무들에 둘러싸인 높은 담장이 길게 늘어서 있다. 우측은 개천이 흐르고 그 앞에는 소나무가 빽빽하다. 풍수지리에 의해 등뒤로 주산인 속리산과 좌청룡 우백호에 집과 바라보는 산격인 안산(案山)을 자리하게 하는데 이 고택은 안산 대신 소나무 숲을 대치했다. 이러한 덕택에 송림이 외부로부터의 들이치는 바람과 오염물질을 막고 대대로 내려오는 씨간장을 이용해 된장 고추장 간장을 제조해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하다. 고택의 내력을 알수 있는 송덕비와 시혜비,  효자정각(孝子旌閣)도  송림에 자리하고 있다.


▶13면에 계속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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