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BOOK 리뷰
책과 노닐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스님 잠언집
류시화 엮음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행복’강한 메시지
‘행복한 삶’고민하는 이들에게 추천
삶이 무겁다고 느껴지는 날이면 습관처럼 가장 먼저 꺼내어 드는 책이 있다.
벌써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는지 어느새 책장은 손때로 너덜거리고 색은 누렇게 바랬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정이 가는 책.
이 책은 어느덧 내 인생의 나침판이 됐다.
2010년 입적한 법정 스님의 글과 법문을 엮은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2006년 법정 스님 출가 50주년을 기념해 류시화 시인이 엮은 책이다.
법정 스님의 잠언들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것을 문득 문득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짧고 부드럽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마음의 갈피를 잃을 때 법정 스님의 글은 따스한 온기로 언제나 내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게 해 주었다.
매일매일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잠언집을 추천하고 싶다.
오늘도 스님의 목소리를 귓전으로 느끼며 비우고 난 뒤 더욱 따뜻해진 마음으로 책장을 덮는다.
『세상과 타협하는 일보다 더 경계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과 타협하는 일이다. 스스로 자신의 매서운 스승 노릇을 해야 한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행복의 비결 中-』
『어떤 사람이 불안과 슬픔에 빠져 있다면 그는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시간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또 누군가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잠 못 이룬다면 그는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을 가불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 쪽에 한눈을 팔면 현재의 삶이 소멸해 버린다.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항상 현재일 뿐이다. -자기 자신답게 살라 中-』
『침묵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에게 신뢰가 간다. 초면이든 구면이든 말이 많은 사람한테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생각이 떠오른다고 해서 불쑥 말해 버리면 말의 의미가, 말의 무게가 여물지 않는다. 우리들은 말을 안해서 후회되는 일보다도 말을 해버렸기 때문에 후회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 적은 사람 中 -』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우리가 겪는 것은 모두가 한때일 뿐. 세월도 그렇고 인심도 그렇고 세상만사가 다 흘러가며 변한다. 인간사도 전 생애의 과정을 보면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이 지나가는 한때의 감정이다. 세상일이란 내 자신이 지금 당장 겪고 있을 때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런 일도 지내 놓고 보면 그때 그곳에 그 나름의 이유와 의미가 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中-』
『혼자 사는 사람들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세상사람 누구나 자기 그림자를 되돌아보면 다 외롭기 마련이다. 외로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무딘 사람이다. 너무 외로움에 젖어 있어도 문제지만 때로는 옆구리를 스쳐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을 통해서 자기 정화, 자기 삶을 맑힐 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가끔은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껴야 한다. -외로움 中-』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