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아아끼기운동(11)] 지속가능한 먹거리

  • 등록 2012.05.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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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아아끼기운동

11

 

지속가능한 먹거리

  

  

자연치아아끼기운동(상임대표 서영수)이 국민의 구강건강 지키기에 앞장서는 바른 치과의사상을 고취시키자는 취지로 본지에 칼럼연재를 시작한다. 월 1회 게재되는 칼럼에서는 자연치아아끼기운동이 말하는 의료인의 근본 자세에서부터 치과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과 대안이 제시될 예정이다.


낚시광인 친구를 따라 서해 용유도 앞바다에 바다낚시를 간 적이 있다. 빠른 속력으로 내달리는 모터보트에 몸을 실은 우리는 도시생활의 긴장감을 일시에 날려버릴 것 같은 상쾌함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육지로부터 점점 멀리 나아갔다. 신호등과 도로표지판 하나 없는 이 너른 바다에서 이 친구는 물고기 포인터를 용케도 정확히 알고 있다. 놀래미 포인터에서는 놀래미가 잡히고, 우럭 포인터라고 일러 준 곳에서는 정확히 우럭이 잡힌다. 용유도 앞바다의 물고기들은 초심자를 차별하지 않고서 지렁이 미끼를 물어주는 너그러움이 있었다.


영흥도를 왼쪽으로 두고 남으로 한 참을 내려오니 자그마한 암초가 눈에 들어온다. 바닷물 속에 늘 잠겨있지만 조수가 많이 들고 나는 사리 때에만 머리 일부를 드러낸다고 한다. 보트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가보니 홍합이 지천으로 붙어있다. 물속에 상대적으로 오래 잠겨있는 아래쪽의 홍합은 알이 엄청 굵은 반면, 위로 갈수록 크기가 작아진다. 놀랍게도 홍합마다 정확히 어린 게 한 마리씩 들어가 공생을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양식이 아닌 자연산 홍합이 아닌가? 준비해간 마대자루에 푸짐히 홍합을 채워 넣고선 물이 차기 전에 얼른 그 곳을 빠져 나왔다. 뱃머리는 다시 용유도로 향하고, 오른쪽 멀리에 시화방조제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서해의 따가운 햇살에 지친 몸을 버스에 싣고 집으로 향하는데, 문득 짙푸른 서해바다와 방조제가 대비되어 눈 앞에 아른거린다. 한때는 둑을 쌓고 바닷물을 빼낸 자리에 흙을 채워  땅을 만드는 것을 발전의 상징으로 생각하여, 엄청난 예산과 인적, 물적 자원의 투입이 정당화되기도 하였다. 여기에 공장과 아파트를 짓거나 비료를 주어가며 농사를 지으면서, 우리는 또 다른 오염을 걱정해야만 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지 않는 난개발의 심각한 부작용을 이제는 모두 잘 이해하고 있다. 뒤늦은 원상회복의 시도는 거의 불가능하거나,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몇 십 몇 백배의 노력이 더 들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정화시키고, 또 풍부한 먹거리를 끊임없이 마련해 준다. 먹이를 따로 주지 않아도 놀래미는 뛰놀고 우럭은 자랄 것이다. 바닷물 속에 잠겨 가끔 수면위로 숨을 쉬는 홍합은 더욱 알이 굵어질 것이다. 너그러운 바다가 주는 양식을 필요한 만큼만 그저 걷어 올리기만 하면 되는 지속가능(sustainability)한 식량원을 우리는 더 이상 훼손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구강 내에는 세제곱밀리당 1억 마리의 세균이 숙주의 빈틈을 파고들어 치아우식증을 유발하고 치석을 만든다. 아무리 깨끗이 치면세마를 하고 나서도 수 시간내에  피막이 형성되고 여기에 바이오필름이 만들어져 3~4개월이 지나면 원래의 세균 덩어리로 회복한다. 치과의사는 환자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끊임없이 충치를 치료하고, 치석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구강 세균 덕에 치과의사의 지속가능한 일거리가 계속 만들지는 셈이다.


치과용 임플란트의 장기 관찰의 결과는 성공률과 생존율 모두에서 꽤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토콜에 맞게 교합을 만들어 주고 부착치은을 충분히 확보해 준 임플란트는 수년이 지나도 건강한 주위조직과 골 높이를 잘 유지하는 것 같다. 그러나 가끔 진료실에서 열악한 조건에 무리하게 식립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끙끙 앓고 있는 난식립 임플란트도 점차 눈에 많이 띈다.


자연치아는 놀래미와 우럭과 홍합과 같은 먹거리를 우리에게 끊임없이 공급해주는 바다이지만, 잘못 심겨진 임플란트는 새로운 오염을 일으키는 난개발 매립지와 같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구 영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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