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치과의사
전 승 준
분당예치과병원
요즈음은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면 가슴 속까지 뻥 뚫릴 정도로 쾌청한 날씨의 연속이다. 햇살도 따사롭고 어떨 때는 다소 덥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바닷가에 나와 있는 것 같이 생각들 정도로 상쾌한 에너지가 몸안으로 스며든다.
그런데 엊그제 뉴스에서 OO치과가 공업용 유독물질을 치아미백제로 사용해 적발된 가운데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이 행태는 최소한의 윤리의식 마저 버린 보건범죄라 강력하게 비판했다 라는 기사를 보게되니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래서 그 치과 대표에 대해서 체포영장이 신청됐다고 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정작 그 원장은 다른 치과의사들을 향해서 당장 밥그릇 싸움을 중단하고 의료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역설한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환자들에게는 믿을 만하고 신뢰할만한 정보, 양심적인 치과의사로서 해설과 치의학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도를 증진하여 합리적인 의료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국민들과 소통하는 사이트를 준비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젊은 치과의사들이 모여 환자들에게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리고 의료정보에 대한 정확한 이론과 지식을 치과의사들이 공개하여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을 지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나갈 예정이란다. 또 주위에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장애인이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인술을 펼치는 치과의사의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다 과연 일반 환자들은 어떤 치과를 좋은 치과라고 생각하고 어떤 치과를 나쁜 치과라고 생각할까? 하고 인터넷에서 착한치과와 나쁜 치과를 검색해보니 그것을 대변해주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치과 가서 사랑니 좀 뽑아주세요 라고 했을 때 뽑아준다 - 착한 치과, 안 뽑아주고 대학병원 보낸다 진료비 + 엑스레이 값만 받음 - 나쁜 치과’라고 말이다. 치과의사인 우리들이 보면 쓴웃음을 지을 내용이지만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이해를 못한 일반 환자들의 시각에서는 그렇게 느끼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좋은 일들을 하시는 치과의사분들도 많지만 그런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고 일반적으로 매스컴에서 국민들(환자분들)에게 전해지는 치과의사에 대한 이미지는 결코 곱지는 않은 것 같다. 내 기억에도, 그동안 어렸을 때부터 보았던 영화나 드라마, 소설책에서 의사분들은 인술을 펼치는(슈바이처처럼 극한 곳에서도 진료를 경우도 있고)선량하고 멋진 모습들이 많은데 치과의사들은 바람둥이나 돈을 밝히는 사람 등으로 많이 보여졌다. 심지어는 내가 대학교 때 다니던 영어학원에서 강사님이 ‘orthodontist’라는 단어를 암기하기 쉽게 가르쳐주겠다고 하면서 ‘어서돈티스트’ 라고 돈가져오라는 사람을 생각하면 처음 시작을 외우기가 수월하다고 했었고 나를 포함한 주위의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을 표시했던 기억이 난다.
요즈음의 입시제도에서 가히 치과대학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성적으로 상위 극소수의 학생들만이 감히 치과의사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수한 학생들이 여러 가지 포부를 가지고 치과대학에 들어와서 공부를 하는 도중에 사회에서 바라보는 치과의사에 대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시각들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우리 선배들이 생각해보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몫인 것 같다. 젊은 치과의사들이 나서서 하려는 것을 도와주기라도 해야할 것 아닌가!
뜨거운 자극적인 기사를 필요로 하는 세상, 그래서 조금이라도 나쁜 쪽으로 이슈화가 되면 바로 온 국민에게 알려져 입도마에 오르는, 이 무서운 온라인 강국 대한민국에서 지금 이 순간에 환자들과 소통하는 우리 기성세대 치과의사들이 이미지 개선의 노력을 위한 십자가를 짊어져야한다고 생각된다. 니 탓 네 탓이 아니라 이 모든 상황이 우리 모두가 만들어버린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치된 길을 가야할 것 같다. 신문의 기사나 인터넷에 ‘OO치과의사 소년소녀가장 무료진료’, ‘병원 쉬는 일요일에 어려운 이웃 위해 치과상담 시작한 OO원장님’, ‘치과의료를 모르고 자라던 OO나라에 치과의술을 심어준 OO치과의사’ 등등 치과라는 검색어를 치면 쏟아져나오는 이같은 아름다운 일들을 실천하는 나눔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치과의사 동료들이 많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최고로 많은 관객들이 즐긴 영화의 주인공이 당당히 사랑을 나누는 치과의사여서, 그러한 의미에서 어린 아이들이 장래의 희망을 물어보면 당연히 ‘치과의사’가 최고 인기 직종이 되는 날을 빙긋이 미소를 머금고 상상해보며, 그것을 위해서 오늘 이 순간부터 나 자신부터 작은 일 하나 실천하는 것부터 해보리라 결단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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