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rum] 교수의 역할

  • 등록 2012.06.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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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교수의 역할


실험실에서 실험만 했던 연구원의 신분에서 새로운 학교에 설레는 마음으로 왔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원광대학교에 온지도 벌써 4년이 되었습니다.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기 전에는 연구원이라는 신분으로 늘 연구와 아이디어 생각에 빠져 살았었는데, 막상 교수가 되고 나니 연구 이외에 아주 많은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수의 재임용 및 승진을 심사하는 규정에도 보면 연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연구 이외에도 교육, 봉사, 산학협력 등 여러 분야에 걸쳐서 심사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많은 연구를 해서 훌륭한 논문들을 많이 쓰면 다른 분야들을 많이 채워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교육은 저에게는 늘 고민거리입니다. 승진에 필요한 최소 점수를 채우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여러 방면으로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에 대해서 늘 고민하게 됩니다.


원광대학교 치과대학에는 굴비제도라는 학생과 교수간의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각 학년 별로 2~3명의 학생들을 교수와 엮어서(엮는다는 의미에서 굴비라는 말이 생긴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임용 첫해에 받았던 학생 2명은 이제는 본과 2학년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 받았던 굴비 학생들에게는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잘 몰라서 일단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에 개강과 종강 때마다 맛있는 음식과 술(?)을 사줬던 기억이 납니다. 해가 지나다 보니 굴비학생들도 차곡차곡 쌓여서 어느덧 10명이 되었습니다. 올해부터는 원광대학교에서 시행하는 학생상담제도와 연계되어 저희 굴비학생들을 한명씩 제 연구실에 불러서 30여분 정도 공식적으로 상담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모임자리에서 간단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나누기는 했지만, 공식적인 상담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첫 상담 전에는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하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학생들과 진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일대일 상담을 하고 나니 이전 모임에서는 별말이 없던 학생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학생들의 고민들도 더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문 상담사가 아니라서 상담에 대한 기본규칙이나 진행방식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취약할지 모르지만, 둘이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마음을 여는 것만으로도 교수와 학생간의 상담시간이라는 것이 주는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학생들의 고민은 대부분이 비슷합니다. 성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20대가 가질 수 있는 고민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공부 이외에 다른 것들도 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아직 낯설어 보였습니다.


결국 교수의 역할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수업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조금 더 학생들에게 다가가 훌륭한 멘토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가 바라는 교수의 역할은 연구비도 많이 받고, 논문도 많이 쓰고, 수업도 많이 하면서, 학교에 많은 봉사를 하는 다재다능형 인재를 원하겠지만, 오늘날 우리 학생들에게 진정 필요한 교수의 역할은 상아탑의 진리를 전달해주는 전달자이자, 학생들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과 따뜻한 마음으로 들어주는 경청자(Listener)가 아닐까 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 승 한
원광치대 치과생체재료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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