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
‘음악이 있는 치과병원’을 보며
“치과병원 로비에서 뮤직테라피를 만나다”
얼마 전부터 서울대학교치과병원 로비에 들어서면 대기순서대로 호출하는 ‘띵동’ 소리 대신 피아노 선율이 먼저 반기기 시작했다. 병원 공기도 달라진 듯 느껴지는 것은 혼자만의 감상일까. 피아노 연주곡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보면 어느 새 긴장과 초조함으로 불편했던 내 호흡이 한결 편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부터 치과병원 현관 앞에 들어서면 분주함을 가장한 수납 창구의 띵동 소리 대신 귀에 익음직한 피아노 연주곡이 들리기 시작했다. 최근 서울대학교치과병원에 그랜드피아노가 기증되면서부터 새롭게 시작된 문화혁명(?)인 듯 하다. 기증자의 뜻을 살려 1층 로비에 위치한 피아노는 연주자가 있던 없던 매일 잔잔한 연주곡을 흘려보내며 환자들과 직원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그 어느 곳보다 치과병원이라는 공간에서 피아노 연주곡을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치과병원이라는 곳이 몇 년을 다녀도 익숙해지지 않고, 기다리는 공간과 시간이 불안과 공포를 더 크게 조장하는 곳임을 생각하면, 그리고 그 불안과 공포의 근원이 바로 진료실 기계음과 같은 소리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면 신경을 긁는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 보다야 피아노 연주곡을 듣게 해주는 것은 나와 같이 소리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큰 배려에 가깝다.
날카로운 기구들, 윙윙 돌아가는 기계소리. 모든 것이 사람을 위축시키는 이 공간에서 듣게 되는 영화 주제곡이나 익숙한 클래식과 같은 잔잔한 연주곡들은 나만큼이나 초긴장한 것이 역력한 사람들에게서 귀와 시선을 뗄 수 있도록 해주는 차단제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평소 듣기 어려운 피아노 연주를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음악의 효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적당히 밝고 잔잔한 음악은 사람들의 불안, 초조, 긴장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음악과 통증치료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미국의 유타대학 연구팀이 143명을 대상으로 음악을 듣게 하면서 손가락 끝에 통증을 느끼도록 자극을 가하는 실험을 통해 음악을 듣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음악선율을 듣고 있던 그룹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가 현저히 낮았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통증 완화 효과는 실험을 하는 동안 불안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특히 크게 나타났다고 하는데, 나를 비롯해 치과병원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환자들 역시 진료 대기 중뿐만 아니라 진료를 받으면서도 잔잔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나의 귀가 공포의 소리에서 해방되었듯 실험 결과와 같은 뮤직테라피의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1층의 피아노가 위치한 곳에‘음악이 있는 치과병원’이라는 안내문이 있다. 뮤직테라피를 위한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연주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피아노 선율이 끊기지 않도록 많은 봉사자들이 참여해 연주릴레이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선님씨 32세·명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