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he basic

  • 등록 2012.07.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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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basic


어느 날 거실에 있는 오디오 정리함에서 몇 년 전에 구입한 가수 비의 CD를 발견하였다. 제목은 ‘백 투 더 베이직’. 2년 전쯤 구입했었는데 그 당시에 그 가수가 데뷔해서 어느덧 데뷔 8년째를 맞이하였지만 여전히 열심이고, 여전히 노력하며, 여전히 최선을 다하려고 늘 초심과 같은 마음으로 애쓰는 다짐을 보여주려고 한다 라고 표방하면서 출시했던 앨범이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라는 이 말을 곱씹어보면, 처음에 어떤 일을 시작할 때의 열정과 노력이, 그 일을 행하는 날과 해가 거듭되고 일상이 되어버리면 점점 결심이 흐려지고 나태해지게 되는데 이 때에 자세와 마음을 되짚어 보는 때에 구호로 내걸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처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라!”라는 것이 되지 않을까?


누구나 지금 하는 일을 잠시 손에서 놓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분명히 처음 어떤 일을 배우고 시작할 때와 지금은 내가 달라졌다 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시간에 너무 쫓기다보니 생각할 시간도, 또 생각을 하려고도 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예전엔 일기 쓰는 것도 좋아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일기도 쓰지 않고, 책도 잘 안 읽고 있다. 온갖 이유들만 붙이며 편함을 추구하고 있다. 살아온 인생이 짧지만은 않은데, 살면서 깨달은 점, 감명 깊었던 적, 감동받은 적, 다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다짐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기록도 해놓질 않아 남겨진 것이 없다.


올해 6월에 현재 우리나라 최대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 사장단의 글로벌 위기대처법이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였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생존하고 성공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역설하면서 위기상황의 대비할 묘책은 결국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결국 리스크와 함께 생존하는 법을 배울 수 없다. ‘백 투 베이직’이다. 악화된 경영환경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은 생존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준법 경영을 강화하고 기술유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열 재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 임직원 간에 소통을 강화하고 그 기업의 핵심 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과의사로서의 길에 들어서서 졸업하고 진료를 시작한 지 벌써 20여년이 훌쩍 넘어 버렸다. 매일 치과에 출근해서 진료하는 삶이 싫지는 않고 나름 보람과 재미를 느끼고는 있지만 ‘과연 나는 초심을 지키고 있는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에는 자유롭지 않다. 졸업식 때에 손을 들고 패기 있게 했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어버리고 슬그머니 현실에 타협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 환자를 대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분들의 불편감과 아픔을 어루만져 줄 것인가라는 것을 몸으로는 잘 되지 않지만 마음만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밤잠을 설쳐가면서 고민했던 그 순수했던 시절을 돌이켜보며 과연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를 생각해본다.


요즈음 학생들의 생각하는 바가 우리들 때와는 좀 달라진 것 같아서 씁쓸했던 경험을 한 적이 최근에 있었다. 후배 학생들의 임상지도를 위해서 대학치과병원에 가곤 하는데 어느 날 한 학생이 환자에게 하는 아말감치료를 지도해주게 되었다. 물론 임상경험이 부족해서 서투른 솜씨로 치료 마무리를 한 그 학생의 치료결과를 두고 조언했는데, 이상적으로 잘 된 아말감 임상사진을 컴퓨터 모니터로 보여주고 ‘지금 당장은 손기술이 부족해서 이렇게 까지 작품이 안 나오겠지만 목표를 이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하려는 마음으로 정진하라’라고 설명해주니 그 학생이 “아말감이 보험이 아니고 일반치료라면 그런 노력을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라고 정색을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너무나 놀라면서 ‘우리가 학교를 다닐 때와는 뭔가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과연 학생 때 가져야 할 초심에 대해서 생각해보았고 너무나도 현실에 민감한 현재의 세대들과 이야기하고 지도해보면서 과연 우리 치과계의 미래는 어떨 것인가? 라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변화하는 트렌드에 잘 적응하고 대처해나갈 지혜로운 후배들을 상상해보기도 하지만 어쩌면 중심이 없이 너무나 세태에 휩쓸릴 수 있는 우리 치과계의 미래가 우려되기도 했다.


지금이 바로 우리가 함께 곰곰이 생각할 때인 것 같다. 바쁜 세상 속에서 너무나도 변화가 빨리 이루어지는 이 web 3.0 시대 우리 치과계가 변질되지 않고 사회에 우리가 기여할 바를 지키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려면 우리가 아껴야 할 마음은 초심인 듯하다. 초심은 화초와 같아서 날마다 가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또, 무엇을 이루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고 한다. 우리가 첫 사랑을 느낄 때의 마음처럼 우리의 치과생활을 겸손하게, 순수하게, 배우려는 자세로, 영원한 초심자로 살아가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그래서 우리 함께 아름다운 ‘Back to the future’로 가는 것이 어떨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 승 준
분당예치과병원

전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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