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rum
문화적 소통을 꿈꾸다
작년에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아쉽게 문을 닫았지만, 몇 년전 연극전용 소극장을 만들었었다.
그 소극장은 대구에 있는 동갑내기 연극인 셋-요즘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열연중인 이성민씨가 그 셋중 하나-이 주축이 되어 만든 극단이 마카(마카란 경상도 사투리로 ‘모두’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maker로 표기한다)라는 극단 전용이었는데, 연극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내가 아주 우연한 기회에 그들을 만나 뜻을 같이해 개관하게 되었다. 개관 당시 80년대 이후 다시금 대구에서 소극장 개관 바람을 불러일으킨 뜻깊은 장소이기도 했다. 그 마카 소극장으로 들어오다 보면 지하로 통하는 한쪽 벽면에 커다란 그림이 하나 붙어있었다.
그 그림 하단에 그 극장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신 102명의 이름과 직업을 적어 넣었는데, 치과의사, 의사, 공무원, 방송국 관계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그들은 자신과 관계없는 소극장 건립에 아낌없이 자신의 정성을 내어준데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고 늘 그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였다. 특히나 아주 많은 치과의사들이 동참하였다. 그리하여 2005년 2월 1일 마카 소극장을 개관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작년 폐관 할때까지 6년이라는 시간동안 연극인들에게는 그들의 열정을 표현할 무대를, 시민들에게는 문화적 휴식을 가져다 주었다. 많은 연극인들이 그 무대에서 땀을 흘리며, 눈물을 흘리며 창작의 밤을 보냈고, 관객들 또한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웃고 울었다.
102명의 뜻이 모여 무대를 만들었고, 배우는 거기에 자신의 혼을 다한 연기를 풀어내려, 관객들의 감동이 그곳에 늘 가득했었다.
문화적 삶의 주체는 소위 예술 행위를 하는 사람의 것만은 아니다. 102명이 연극인의 취지를 경청하고 그들의 뜻에 공감해서 자신의 것을 내놓은 것 또한 문화적 삶의 주체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우리의 삶이란 아주 다른 서로와 서로가 의외의 목적으로 아주 쉽게 엮일 수도 있는 것이란 걸 그 소극장은 보여 주었었다.
지난 해 6월 대구 연극협회와 대구광역시 치과의사회간의 상호 협정이 맺어졌다. 더 많은 연극 관람의 기회를 도모해, 취약한 지역 연극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맺게된 것이었는데, 서로 다른 집단간의 협력이라는 면에서 다소 낯설다고 느낄수도 있으나, 그간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문화적 소통을 꿈꿔왔음을 확인하는 뜻깊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는 제6회 대구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에 경연작으로 지역에서 유일하게 뽑힌 ‘데쟈뷰’라는 뮤지컬공연에 경북치대 동창회와 중구 치과의사회에서 한회 공연을 전석 예매해 치과가족들에게 뜻깊은 시간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모쪼록 우리들의 작은 문화적 관심이 우리의 삶을 다양하면서도 풍족하게 하고, 또한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그 사회에 다른 방법으로 기여할 수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102명의 이름 위에 휘트먼의 시 “열린 길의 노래”가 쓰여 있다.
난 즐거운 옛 짐을 마다하지 않는다.
난 그들을 지고간다 남자와 여자를 그들을 어딜 가든 지고 간다.
그 짐들을 벗어버릴 수는 없으리.
나는 그들로 채워져 있기에 하지만 나도 그들을 채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 세 호
박세호치과의원 원장